달칵,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문손잡이에 시선을 고정하며 문을 닫은 그녀가 그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움찔, 몸을 움츠렸다.


"아..."


머뭇머뭇, 가만히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일어... 났어?"

"응."

"몸은 어때?"

"조금 무겁지만, 괜찮아."


그가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자, 그녀가 침대 옆에 있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았다.

둘밖에 없는 공간에, 불편한 침묵이 끼어들었다.

베이지색 벽으로 지지하고 있는 하얀 천장, 침대를 가릴 수 있는 하얀색 천막.

연한 청록색 침대, 하얀 베개와 이불, 역시 하얀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주황색 햇빛.

저물어가는 태양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둘을 불편하게 비추었다.

둘의 숨소리를 제외한다면, 방 안에는 복잡한 침묵만이 맴돌고 있었다.


"왜,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불쑥, 그녀가 말을 꺼냈다.

여전히 시선은 아래로 향한 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외면하면서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너 죽을 뻔했던 거 알아?"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

진심과는 다른 소리를 내뱉는 그녀의 손이 스커트를 쥐면서 주름이 생겨났다.


"바보야? 그렇게 하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어?"

네가 없어지면, 너무 슬플 거야.

"어차피, 나는 타인이잖아?"

미안해. 고마워.

"나는, 나는..."

"울지 마."


메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를 향해 그가 말했다.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뭐?"

"울지 마."


그가 다시 한번 말하며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모든 걸 잃어도 상관없어. 난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던질 수 있어. 설령 그게 내 목숨이더라도."

"멋있다..."

"뭐가?"

"꺄악!"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미츠하가 잡고 있던 만화책을 던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타키 역시, 격한 그녀의 반응에 덩달아 놀라서 두 눈을 깜빡였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신이 집어던진 만화책을 재빨리 집은 그녀가 책에 상한 부분이 있나 책을 살펴봤다.

다른 부분은 이상이 없었지만, 방금까지 읽고 있던 페이지가 접혀있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으며 미츠하가 재빨리 접힌 부분을 폈지만, 접힌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녀가 몇 번 그 페이지를 손바닥으로 쓸어보았지만, 등장인물의 얼굴을 가로지른 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신 어떡하냐고 되뇌는 여자친구를 지켜보던 타키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미츠하, 괜찮아?"

"놀랐잖아!"


책을 쓰다듬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확 치켜들고 소리쳤다.

그녀의 격한 반응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타키의 눈썹이 점점 찌푸려졌다.


"나야말로..."

"이거 내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걸 내가..."

"뭐!"

"아니..."

"뭐!"

"나..."

"뭐!"

"...미안..."


자신도 놀랐다고 대꾸하려던 타키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화내는 그녀의 표정에 주눅 들어서 사과를 했다.


"어떡해, 조금 있다가 요츠하가 가지러 온다 했는데..."


울상을 지으면서, 미츠하는 계속해서 접힌 자국을 문질렀다.

그런 그녀를 조금 석연찮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타키가 말했다.


"어차피 만화책이잖아."

"요츠하가 이거 상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단 말이야..."

"요츠하 언제 온다고 했는데."

"지금... 학교 끝나고 전철 탔데."

"새로 하나 사주면 되지."

"작가 친필 사인 들어간 거래..."

"하..."


사라지지 않는 자국을 보면서 울먹이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타키가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까짓 만화책이 뭐가 좋다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괜히 자기만 나쁜 놈이 된 것 같아 더욱 짜증 났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검은색 로우포니테일과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바라보던 타키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뒷머리를 강하게 긁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가 청록색 바람막이를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미츠하가 고개를 들고 그를 불렀다.


"타키?"


하지만 그는 대답 없이 현관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집을 흔들었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이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가 미츠하의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그리고 그제야, 미츠하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았다.

하얗게 얼굴이 질린 그녀가 재빨리 핸드폰을 들고 타키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연결음이 그녀의 핸드폰에서 나온 직후에 방 안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자 뒤집힌 그의 핸드폰이 보였다.

테이블 위를 부르르 떨며 벨소리를 내는 그 핸드폰을, 미츠하는 멍하니 바라봤다.


"지금 거신 전화는..."


그의 핸드폰이 조용해지고, 그녀의 핸드폰에서 연결음 대신 녹음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야 돼.

미츠하는 핸드폰을 자신의 옷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서 현관으로 달려나가 잘 신어지지 않는 신발을 억지로 구겨 신고 현관문을 연 그녀는 잠금장치를 확인하지도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빨리, 빨리. 몇 번이고 버튼을 누르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자마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옮기다가 안에서 나오려던 사람과 부딪혔다.


"아코!"

"죄송합니다!"


그녀와 부딪힌 사람이 반쯤 튕겨 나갔지만, 미츠하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1층 버튼을 누른 다음 닫힘 버튼을 눌렀다.


"잠깐, 잠깐만!"


밖으로 튕겨 나갔던 사람이 문이 닫혀가는 엘리베이터를 붙잡기 위해 바깥에서 버튼을 눌렀다.

절반 정도 닫혔던 문이 다시 서서히 열리자, 바깥에 서 있던 사람이 안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언니?"

"요, 요츠하?"


갑작스러운 여동생의 등장에 미츠하가 당황해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렇지만 바깥에서 요츠하가 버튼을 누르고 있었기에, 문이 닫히는 일은 없었다.


"뭐 하는 거야?"

"미안, 요츠하.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


초조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타하는 미츠하의 손을 요츠하가 쳐냈다.


"언니!"


쳐낸 손을 붙잡고,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을 하고있는 언니를 요츠하가 불렀다.

그제야 미츠하는 제대로 요츠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나... 나..."

"집으로 가자. 가서 얘기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에 발을 끼워 넣어 문을 연 요츠하는 그대로 언니의 손을 잡고 걸어 나왔다.

반쯤 끌려가다시피 한 미츠하의 신발이 엘리베이터 턱에 걸려서 벗겨지자, 요츠하는 잠시 언니의 손을 놓고 쭈그려 앉아 그 신발을 다시 언니의 발에 끼워주었다.

다시 일어선 동생이 멍청하게 늘어진 손을 다시 잡고 얼빠진 언니를 이끌었다.


"문도 안 잠갔네."


한심하다는 듯 현관문을 열며 동생이 언니를 타박했다.

노란색 운동화를 벗고 현관에 들어선 동생은 언니를 방 안에 앉히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마셔."


컵에 물을 떠 온 요츠하가 멍하니 앉아있는 언니에게 컵을 내밀었다.

미츠하는 손을 뻗어 그 컵을 받아 안에 들어있는 물을 마셨다.

절반이 조금 넘게 담긴 물을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시는 언니의 옆에 앉은 요츠하가 다 마신 잔을 받아들었다.


"좀 진정 됐어?"

"응..."

"무슨 일인데?"


그 말에 미츠하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곧이어,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흑..."

"언니?"

"미안, 흐윽... 미안해..."


요츠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언니를 당황스럽게 바라봤다.

언니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얼굴에 마구 비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생은 허둥지둥 방 안에 있는 휴지를 찾아서 언니에게 내밀었다.

휴지를 받아들고 눈물을 닦아내는 언니를 바라보던 요츠하가 조용히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미츠하는 자신을 감싸는 동생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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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오른쪽 어깨에 주변보다 어두운 갈색 얼룩이 생긴 옷을 입은 요츠하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앞에선 눈시울이 붉은 미츠하가 죄지은 얼굴로 훌쩍이고 있었다.

콧등을 잡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요츠하가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언니에게 말했다.


"그래서, 집 나간 남자친구를 쫓아가려고 그랬다고?"


끄덕.


"오빠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도리도리.


"그냥 무작정 나간 거야?"


끄덕.


"바보야?"


도리도리.


"거기서 왜 고개를 저어!"


쾅, 요츠하가 옆에 있는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면서 소리쳤다.

얼얼해진 손바닥을 다른 손으로 비비면서, 요츠하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여간, 이 언니는 나이를 먹어도 변한 게 없어.

예전부터 생각하던 거지만, 미츠하는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여자였다.

항상 모든 일에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가도,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존재감을 내뿜는다.

모든 일에 대해 그럴 수 있어라며 가볍게 넘기는 것 같지만, 종종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보기만 해도 쓸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언제까지고 살아갈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어떻게 보면 자포자기한 체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살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날의 사건 이후로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 언니를 걱정하던 요츠하는, 지금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멍청한 짓을 하는 언니를 걱정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면 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화하던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잔뜩 흥분한 체 말을 쏟아냈다.

운명의 남자를 찾았다나 뭐라나.

처음엔 이 언니가 그냥 늦게 찾아온 사랑에 과장된 표현을 하는구나라고 가볍게 넘어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츠하는 점점 밝아졌고 가끔씩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으며, 핸드폰을 바라보고 미소를 짓는 시간이 길어졌다.

예쁘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러워지고, 여동생이지만 질투가 날 정도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만날 때마다 늘어놓았다.

언젠가, 300일이 지나면 사랑에 관련된 호르몬이 줄어들어서 3년에서 4년 사이에 사랑하기 이전상태로 돌아간다고 하는 글을 읽었지만, 이 바보 언니는 호르몬도 멍청한지 남자친구와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 감에도 날이 가면 갈수록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무슨 소설 주인공도 아니고, 매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나 뭐라나.

그 말을 들은 날, 요츠하는 말만 들어도 느글거린다는 표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운명의 남자가 자신과 싸우고 말없이 집을 나가버렸다고 양말도 안 신고 뛰쳐나간다는 그 행동을 요츠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 주변의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게 화나면 남자가 먼저 사과하길 기다리지 자기가 뛰쳐나가는 애는 없었다.

백 보 양보해서 남자친구를 찾아 나가는 것까지 이해해준다고 해도, 사람이랑 부딪혔는데도 사과 한 마디 던지고 무시하는 건 도저히 평소의 언니가 아니었다.

부딪힌 게 자신이어서 다행이었지, 만약에 성격 더러운 사람이었으면 무슨 꼴을 당했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어디서부터 혼내야 하나, 고민하던 요츠하가 작게 혀를 찼다.


"쯧."

"미안해..."

"...됐어."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한껏 불쌍한 기운을 내뿜는 언니를 바라보던 동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오빠 올 때까지 기다리자."

"응."


철컥, 둘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내가 나가볼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요츠하를 따라 일어나려던 미츠하가 동생의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오던 타키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요츠하를 보고 놀란 듯했다.

하지만 곧, 평상시의 표정으로 돌아온 타키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요츠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네."


조금 어색한 침묵.

둘은 복도에 서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타키는 어색함에 자신의 볼을 긁은 다음, 자신의 턱을 한 번 쓰다듬고 말했다.


"있잖아, 요츠하."

"네."

"그... 네 만화책..."

"알아요."

"아, 그래?"


화났구나.

타키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여대생의 눈에서 그녀의 감정을 읽어냈다.

긁적긁적, 자신의 뒷머리를 긁던 타키가 결심한 듯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미안해. 내 실수로 그랬어."


그 말에 방 안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츠하의 두 눈이 커졌다.


"미츠하가 책 읽고 있었는데, 내가 장난을 쳐서 책이 구겨진 거야. 미안해."


그렇게 말한 그는 왼손에 든 쇼핑백을 내밀었다.

요츠하가 그 쇼핑백을 받아서 안을 들여다보자, 종이봉투와 하얀 편의점 봉투가 보였다.


"그... 사과...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똑같은 책이랑 아이스크림을 사 왔어."

"타키..."


어느새 방에서 나온 미츠하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불렀다.

타키는 미츠하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으면서 시선을 피했다.

둘 사이에 서 있던 요츠하가 말을 꺼냈다.


"일단 어색하니까, 방으로 가죠."

"그래."


테이블 위에 쇼핑백과 구겨진 만화책을 올려둔 두 연인과 한 여자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타키와 미츠하는 선생님께 불려간 학생들처럼 긴장한 채로 앉아있었고, 요츠하는 그런 둘을 바라보았다.


"타키 오빠."

"응?"

"어떻게 된 거예요?"

"요츠하, 내가 이미..."

"언니는 가만히 있어."


깨갱, 주인에게 주의를 받은 강아지처럼 미츠하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타키는 그런 미츠하의 옆에서 어쩌다 만화책이 구겨졌는지를 설명했다.

가만히 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요츠하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질문했다.


"그다음에는요?"

"어?"

"언니랑 싸우고 나갔다면서요."

"아... 그건 그냥... 새 책이랑 아이스크림을 사 오려고..."


그가 말끝을 흐리며 웅얼거리자, 요츠하가 다음 질문을 했다.


"핸드폰은 왜 두고 나가신 거에요?"

"깜빡했어."

"언니한테는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괜히 말했다가는 싸움만 더 할 것 같아서..."

"남겨진 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 거 같아요?"

"..."


그 말에 타키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남자를 침묵시킨 요츠하의 화살이, 이번엔 여자를 향했다.


"언니도."

"응?"

"읽은 것도, 집어 던진 것도 언니잖아. 왜 오빠한테 화를 내?"

"..."


미츠하는 시작부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란히 앉아 고개를 한껏 숙인 두 커플을 바라보던 요츠하가 자신의 만화책과 쇼핑백을 들고 일어섰다.


"더 말해봤자니까, 가볼게."


그 말을 들은 타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를 따라서 타키가 방을 나서자, 미츠하도 따라서 나왔다.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고 바닥에 신발코를 몇 번 부딪힌 요츠하가 살짝 구겨진 뒷부분을 검지를 넣어 빼어낸 다음 현관 손잡이를 잡았다.

그대로 손잡이를 돌리려다가 뒤돌은 요츠하가 뻘쭘하게 서 있는 둘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쇼핑백 안에서 종이봉투로 포장된 만화책과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서 타키에게 건넸다.


"아이스크림 세 개 사와서 봐 드리는 거에요."

"아, 응. 미안해."

"가볼게, 언니."

"어, 잘 가."


달칵, 문이 닫히고 양갈래 머리가 멀어지는 발걸음이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둘만 남은 연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닫힌 문을 향해 서 있었다.

타키는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미츠하의 시선을 느끼며, 뒤돌아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미츠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타키의 등을 보면서, 그를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의 화가 완전히 가라앉은 지금은 자신이 했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지를 알 수 있었다.

자기가 잘못한 건 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먼저 사과를 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타키의 손에 들린 바닐라초코맛 아이스크림 통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 물방울은 아래로 흘러내려서 그의 손을 적시고 있었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건 육체적으로 불편한 타키였다.


"미츠하, 방으로 들어가자."

"응."

"먼저 들어가 있어."


짧은 대화를 나눈 미츠하와 타키는 각각 방과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 스푼을 두 개 챙긴 타키가 미츠하의 반대편에 앉았다.

아이스크림 통과 스푼, 종이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타키가 빨간 뚜껑을 열었다.

모습을 드러낸 하얀 종이를 손톱으로 잡고 벗겨내자, 그 아래에 있던 하얀 아이스크림이 종이를 따라 약간 늘어나다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생각보다 많이 녹은 아이스크림에 약간 걱정하면서 스푼으로 찌른 그는, 속은 다행히 아직 단단하다는 걸 깨닫고 약간 힘을 주어 퍼냈다.

아직은 단단한 아이스크림 위에 끈적하게 녹은 아이스크림을 바른 그는 한 손으로 떨어지는 크림을 받아내면서 미츠하를 향해 스푼을 내밀었다.

그 스푼을 바라보는 미츠하는 이걸 먹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타키가 스푼을 조금 더 내밀면서 먹으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입을 작게 벌려서 그걸 받아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차갑고, 부드럽고, 달고, 끈적하고, 미안했고, 다정했고, 따뜻했다.

오물오물, 아이스크림을 녹여 먹는 미츠하를 바라보던 타키가 한 번 더 아이스크림을 떠서 미츠하에게 내밀었다.

미츠하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그가 주는 사과를 받았다.

세 번째로 스푼을 움직이던 그의 손을 미츠하가 막고선, 다른 스푼을 집어서 타키에게 내밀었다.

타키는 그녀의 스푼을 보면서 머뭇머뭇, 입을 벌렸고, 그가 스푼을 입술로 살짝 물고 뒤로 고개를 빼자 울퉁불퉁했던 표면이 매끈해진 아이스크림이 스푼에 남았다.

미츠하는 그 남은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입에 넣었고, 이내 살짝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타키는, 풋 하고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화를 낸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우습게 여겨졌다.

타키는 엉덩이만 살짝 들어서 미츠하에게 다가갔다.

미츠하에게 다가가던 그의 어깨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쳤다.

타키는 자신의 실수에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다시 한번 어깨를 살짝 움직여 그녀를 건드렸다.

미츠하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그를 사랑을 담아 노려보면서 뭐하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그런 연인의 눈빛을 받으며 한 번 더 그녀를 건드렸고, 이번엔 그녀도 어깨로 그를 살짝 쳤다.

청록색 바람막이와 민트색 니트가 부딪치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몇 번 더 났다.

그렇게 서로를 치던 둘은, 가만히 시선을 교환하다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이마를 맞댄 체 얼굴을 좌우로 조금씩 흔들며 코끝을 비볐다.

몇 번 코를 비빈 둘은 쪽소리가 나도록 살짝 입을 맞추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미안해, 타키."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의 말에 그녀가 으으응, 하고 콧소리를 낮게 내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가 잘못한 거야."

"나야말로..."

"쉿."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눌러서 그의 말을 막았다.

그 행동에 타키는 고개를 살짝 빼면서 입을 다물었다.

미츠하가 손가락을 거두자, 타키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생각났다는 듯 종이봉투를 열기 시작했다.

종이봉투를 연 타키는 만화책의 비닐을 벗기고 내용물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그런 타키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미츠하가 그에게 물어봤다.


"뭐 해?"

"미츠하가 뭘 보고 있었나 해서."

"앗!"


부끄러운 듯 미츠하가 손을 뻗었지만, 타키는 만화책을 위로 들면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아, 이건가?"


타키가 멈춘 페이지는, 양 페이지를 전부 할애해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여자친구의 손을 피하면서 거기에 쓰여 있는 대사를 읽었다.


"난 너를, 엇차, 위해서라면, 모든, 걸, 던질 수 있어."

"꺄아아악!"


부끄러운지, 미츠하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던져서 타키를 덮쳤고, 타키의 몸이 그녀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하지 마! 부끄럽다고!"

"알겠어, 알겠어. 설령그게내목숨일지라도!"

"꺄아아악!"


자신의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미츠하를 껴안은 타키가 크게 소리 내서 웃었고, 미츠하는 그런 타키를 어떻게든 때리려고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알겠어, 미안해 미츠으아악!"


그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츠하가 그의 어깨를 깨물었고, 타키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에게서 해방된 미츠하는 곧바로 양팔을 이용해 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 말랬! 잖아!"

"아야, 미안해, 미안해! 하하하!"

"웃지 마!"


한동안 타키를 때리던 미츠하는 힘든지 헉헉거리면서 팔을 내렸고, 맞고만 있던 타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녀가 그의 몸에서 내려왔다.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짓는 그의 남자친구를 한 번 더 때린 미츠하가 고개를 돌리자 타키가 만화책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대사가 그렇게 멋있었어?"

"그냥 좀 집중하고 읽느라 그런 것뿐이야."

"미츠하는 이런 대사 좋아하는구나."

"아니거든!"


잔뜩 날이 선 어조로 쏘아붙이는 미츠하를 타키가 뒤에서 껴안았다.

미츠하는 그런 타키를 떨구려는 듯 작게 어깨를 흔들었다.


"놔."

"어차피, 난 저런 말 절대 못 해."

"누가 하래?"

"내 전부는 미츠하 건데, 어떻게 내 맘대로 하겠어."


그의 달콤한 속삭임에 미츠하의 몸이 일시 정지를 누른 동영상처럼 멈췄다.


"사랑해, 미츠하."

"아, 으, 어..."


당황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친구를 더욱 세게 껴안으며, 그가 말했다.


"사랑해."

"...나도."


미츠하는 자신을 껴안은 팔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면서 대답했다.

두 연인은 그렇게 껴안은 채로 둘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훗날, 완전히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의 식감에 미츠하가 투덜거렸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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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감기걸린 타키미츠를 쓰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한거지...?

감기는 어디가고 감기랑은 1도 상관없는 글이 나왔네.

본 상황은 100% 픽션이며 현실엔 이런 사랑싸움 없습니다.


이하는 내가 쓴 글들.

각각 따로따로의 단편으로 봐도 좋고, 하나의 이야기로 봐도 좋아.


기적의 대가는

그대를 사랑함은

다시 한번, 나는

다시 한번, 우리는

그들의 인연은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흔들림은

당신을 닮길 원해요.

친절함은 일상에서 드러난다.

차라리...아니야

우리의 추억은

당신과 나누길 원해요.

그런 당신이 고마워요.

그날 밤 우리는


진심 another side(3차 팬픽)


(R)일상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