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봄의 첫날이기도 하고 마침 봄비도 살살 오고 해서 봄 춘자를 쓰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음

춘권은 허접인 제가 만들기엔 좀 무리인 것 같고 춘권? 중식? 춘장을 쓰는 짜장면은 어떨까 해서 만들기로 했음

마침 봄비 소식이 있어서 같이 먹을 부침개도 만들었음ㅎ



2월 28일



짜장에 넣을 녹말을 만들려고 감자를 사왔다. 껍질을 대충 벗기고 강판에 갈았음.




강판에 전부 갈아서 체에 한 번 걸러내고 헝겊으로 한번 더 쥐어짜서 녹말이랑 섬유질을 분리해냄.

갈다가 강판에 손가락 갈았더니 피가 제법 나오는데;; 넘 피곤해서 아프지도 않음ㄷ

상처에 감자를 갈아서 바르면 소독효과가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걍 놔둠 개꿀


어쨌든 저 국물을 하룻밤정도 방치해두면 허연 녹말이 가라앉으니까 그 때 물을 전부 따라버리면 됨.

녹말 가루를 만들고 싶으면 가라앉은 앙금을 바짝 말려서 저장하면 되는데 꼭 전분만 써야겠다! 하는 거 아니면 그냥 감자갈분 사오샘.

저 건더기로 감자전 만들 수 있었으니까 개뻘짓도 할 수 있었다고 자위중임 지금ㅎ


건더기는 접시에 담아서 냉장고에 처박아둠.



3월 1일


퇴근하고 힘든데 볶음까지 해야됨 개짜증남 ㅅㅂ

동생 대학교 멀리갔는데 기숙사까지 태워다주고 올 엄마 생각하면서 만듬;;



찬장을 털어보니까 코코넛기름이 보임.

으잉? 팜유가 여기 왜 있지? 헤헤 원래 라드 써야되는데 같은 포화지방이니까 괜찮아~ 하면서 기름알못인 본인이 국자로 푹 퍼서 녹였음.

먹으면서 찾아보니까 대추야자 기름인 팜유는 무색무취인데 코코넛유는 특유의 달다구리한 향 때문에 태국요리에 심심하면 넣는다 카더라.

이 향이 어떻냐면;;; 어 좀 로션같기도 하고 페이스트리 향 같기도 하고 하여튼 묘한데 흡연충은 알걸? 블랙데빌 담배향임ㅋㅋㅋㅋ

엄마는 향이 맘에 들었으니까 반 통이나 쓰고 찬장에 쟁여두셨을 것이야.




작년에 삼겹살 짜장볶음 만든다고 사둔 춘장을 전부 짜서 볶아 줬음. 그래도 나름 장이라서 유통기한 긴 편일텐데 다음주가 유통기한 만기일임 ㅎㄷㄷ..

기름 양은 볶을 춘장보다 한 2배?정도 많이 했음.




바닥에 눌어붙기 시작할 때쯤 다른 데에 덜어줌. 끈적이니까 잘 긁어내샘

그리고 이제 고기를 볶아야 하는데




꽝꽝 언 통삼겹밖에 없음;;; 전자렌지에 해동 5분 돌리는동안 칼 갈고 양파랑 양배추를 손질해 줌.




고기를 썰 때는 거칠게 간 칼로 빠르게 삭삭 긁어서 잘라야 함

사실 스테이크 써는 거랑 별 차이 없음ㅎ




달군 팬에 고기 넣고 호유 반숟갈 넣고 볶았음.

금방 춘장이랑 같이 덜어낸 기름을 넣고 볶아야 잘 안 눌어붙음.

다 볶고 나서 다른 그릇에 덜어냄.


사실 그릇 바꿀 필요 없는데 저번에 만든 고추잡채랑 순서를 헷갈려서ㅋㅋㅋ


[설거지 + 1] ㅠ




어쨌든 고기에 양파 2개 넣고 센불로 볶다가 양파 매운향이 사라지면 춘장이랑 기름을 다 쏟아넣고 열심히 비벼줘야 함.




그담에 재료만큼 물을 부어주면 간짜장 비주얼에서 누르렁으로 급변하는데..

간짜장 상태는 손이 너무 바빠서 찍지도 못함 ㅎㅎ;




전날 만들어 둔 녹말이랑 물을 1:1로 섞어 녹말물을 만들어서 누르렁탕에 넣으면




귀신같이 짜장으로 바뀜ㅎㄷㄷ




여기다가 설탕 소금을 적당히 넣어가면서 간을 맞춤.

그리고 한국 전통의 그 맛 '미원'을 넣어주는 게 포인트임ㅎㅎ




코코넛유의 묘한 향이 가시질 않아서 어제 산 페페론치노를 5개 잘라넣어줬으나 이미 늦었음.

이럴 줄 알았으면 볶을 때 넣어줄 걸ㅜ


이제 감자전을 만들어야 함




어제 냉장고에 처박아 둔 건더기가 갈색으로 변함

원래 감자는 산소랑 만나면 갈색으로 변하니까 신경 안써도 됨 그냥 쓰셈

저기 양파는 아까 짜장에 넣고 남은 거임 양파 1.5개정도 분량임

원래 감자전엔 감자보다 양파를 적게 넣는데 이번엔 감자가 벅벅 갈린 상태니까 씹는 질감을 더하기 위해서 많이 넣었음.

양파 다지기는 생략함ㅎ 눈! 물이~ 나네요오~




전분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부침가루를 넣고 반죽을 만듬.

양파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양파 단내가 구우면서 전에 골고루 밸 터이니 따로 간은 안 햇음




사실 전 처음 부쳐보는거임 ㅂㄷㅂㄷ 뒤집기 넘나힘드러요

버리긴 아깝고 억지로라도 먹자 해서 먹었는데 넘나 맛있는거임

그래서 나머지 반죽 다 부치고 나서 기름 더 두르고 바짝 튀겨먹음 해시브라운 댕꿀ㅎㅎㅎ




2번 더 추라이해보고 간신히 완성함ㅎㅎ;




면은 소형포장 우동면을 썼음ㅇㅇ 이정도면 몇 급식이냐?



봄비 오는날이라고 만들었는데 먹다보니 우르릉코아쾅ㅇ코카코앙 천둥이 쳐대서 당혹스러웠음.

기묘한 향이 계속 올라오긴 해도 기본이 짜장이니까 맛은 있었음.

감자전은 아빠가 만족스럽게 드시고 주무심.

내가 밥하는거 아빠가 보는 건 처음이거든?

짜장면 시켰냐? 짜장 만들었냐? 누가 한거냐? (뚜껑을 열고 다시 닫음) 니가 했다고?


..그러고 들어가신..


아무래도 내가 만든거라 향도 참고 애정으로 먹은 것 같다. 부모님이 나 볼 때랑 비슷한 감정인 듯..



아 피곤하다 오늘도 출근이니까 차한잔 하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