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햎 뽕 찼을때 쓰기 시작해서 계속 생각날때마다 덧붙인 글임
예전에 한번 갤에 올렸던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음
올렸어도 바뀐 내용 많을덧
처음에 몽타주 이론 좀 길게 설명함


몽타주라는게 쇼트랑 쇼트의 연결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시키는 영화기법임
쇼트는 촬영한 장면을 최소 단위로 잘라놓은거ㅇㅇ 무조건 짧게 잘라야 하는건 아니고 이어붙일 영상의 최소 단위라고 생각하면 됨
쇼트를 합쳐서 하나의 사건을 나타낸건 씬, 씬을 모아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든걸 시퀀스라고 함
이 몽타주 이론을 례프 쿨레쇼프라는 사람이 정리했는데
쿨레쇼프 효과라는게 무표정한 얼굴이랑 다른 쇼트를 결합시켰을때 다른 표정으로 보인다는거임
사족인데 이 이론 설명할 때 쿨레쇼프가 찍은 배우 이름이 모주힌임 인터넷에 모주힌 쿨레쇼프 효과 검색하면 영상 나올거야 딱히 신기하진 않음
쿨레쇼프 효과 말고도 창조적 지리학(다른 장소를 찍은 쇼트끼리 연결하면 한 장소에서 일어난걸로 보임)이랑 창조적 해부학(여러 사람들의 신체 부분을 따로 찍은 쇼트끼리 연결하면 한 사람 몸으로 보임)이 있음 딱히 중요하진 않음
그리고 같은 쇼트도 순서를 다르게 하면 의미가 달라짐
웃는 얼굴-ㄷㅈㅁ-빈 접시-우는 얼굴 쇼트 순서대로 배치하면 돼썅 현창이가 ㄷㅈㅁ을 다 처먹고 아쉬워서 찡그린걸로 보이겠지?
근데 빈 접시-우는 얼굴-ㄷㅈㅁ-웃는 얼굴 순서대로 배치하면 ㄷㅈㅁ을 받고 신난걸로 보일거임
아무튼 쿨레쇼프 몽타주 이론에서 중요한건 쇼트의 연결이랑 배치 순서임

근데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라는 사람은 쇼트의 충돌로 새 의미가 생긴다고 함
변증법적 몽타주라고도 부름
토론할때 찬성측(정)의견이랑 반대측 의견(반)이 충돌하다가 결론(합)이 나오는것처럼 반대 특징을 가진 쇼트(정,반)끼리 충돌하면 감정의 고양이나 의미의 중심(합)이 발생하는 영상의 지점이 생긴다는거임
이게 쇼트의 어떤 부분이 충돌하냐에 따라서 5가지 이론으로 나뉘는데
쇼트 길이가 다르거나(길이 몽타주)
쇼트 안에서 피사체들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속도가 다르거나(리듬 몽타주)
명암이나 모양 색 등등 분위기가 다르거나(음조 몽타주)
쇼트끼리 충돌해서 만들어진 의미가 또 다른 쇼트들끼리 충돌해서 만들어진 의미랑 통합적으로 충돌하거나(배음 몽타주)
상징적인 쇼트들이 충돌해서 이게 무슨 뜻인지 머리 쓰게 만드는거임(지적 몽타주)
언어구사능력이 딸려서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움
전함 포템킨이라고 유명한 영화가 있는데 이 감독이 만든거임 그중에 4막 오뎃사의 계단은 시간 되면 한번 봐라 쇼트의 충돌이 뭔지 딱 느껴짐. 유모차 하나가 혼자 계단 따라서 굴러내려오는 장면은 워낙 오마주도 많이 되고 패러디도 많이 돼서 이미 한번쯤 봤을수도 있음.


쿨레쇼프든 에이젠슈타인이든 몽타주는 기본적으로 '쇼트끼리 잘 편집해서 새로운 의미 창조'라고 생각함.
사람들 개인의 삶이나 살면서 겪는 사건들 하나하나를 하나의 쇼트라고 하면 타인의 삶(다른 쇼트)랑 충돌해서 새로운 의미나 감정이 생기는거임

   더 세게 바닥에 몸을 던져도
   더 이상 발견할 게 없는 빈 쇼트
바닥에 몸을 던진다=충돌이라고 생각함. 그런데 더 이상 발견할 게 없는 빈 쇼트라는건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라는거겠지. 변증법적 몽타주는 서로 대비되는 주제를 가진 쇼트끼리 충돌해야 하는 건데, 서로 다를게 없는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랑 충돌해봤자 새 의미가 안 생겨날거임. 아니면 내 삶이 딱히 길거나 짧거나 어둡거나 밝거나 정적이거나 역동적이지 않아서, 그러니까 애매한 쇼트이기 때문에 다른 쇼트랑 충돌해봤자 다이나믹한 합이 도출되지 않는걸지도 모름.

   난 저 무너지는 건물이고
   넌 수없이 부딪히다 죽어버린 낡은 비명
무너지는 건물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몽타주'라는 말 어원이 프랑스어로 'montor', '조립하다'라는 뜻의 건축용어라고 함ㅇㅇ 그러니까 억지로 끼워맞춰보려고 했는데 조립이 안 되는 쇼트들이 다시 와해돼버리는 그런거.. 크 비유 개쩐다 아니냐 무너지는 건물이라니
수없이 부딪힌다는것도 쇼트끼리 충돌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함. 근데 뜻대로 안되지. 여기서 죽어버렸다는건 정말 자살했다는 뜻일수도 있는데 그럼 너무 슬프잖음.. 그냥 뒤에 편집됐다는거랑 같은 뜻으로 생각함. 나는 애초에 서로 잘 안 맞는 타인이랑 어떻게든 부대껴서 새로운 의미나 감정같은걸 찾아내려고 했는데 무너져버렸고, 너는 수없이 시도하다가 그냥 발을 빼버렸다? 그렇게 생각함.
아니면 너는 다른 쇼트들 사이에 끼어드는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충돌해서 정-반-합을 거치지 못하고 임팩트 없이 스며들어버린거라고도 들림. 거시적으로 봤을때, 영화 전체에서 모든 쇼트 하나하나가 크게 인상에 남진 않겠지. 내 삶 하나가 세상에 큰 의미 변화를 만들어주진 않을거라는 말임
쓰다가 또 생각난건데 이 몽타주 이론이 정립된게 무성영화 시대임. 사실 영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독립시킬 수 있었던건 편집기술이었다고 들었음. 왜냐하면 유성영화에서 대사 치고 음악 넣고 하는건 영화가 아니라 연극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기법이니까. 낡은 비명이 죽었다=아무 소리도 안 난다=무성영화 라고 끼워맞춰도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재밌다

   가득 채워지는 잦고 또 바쁜 앵글 속의 피사체는
몽타주 이론 나오는 시대랑 좀 거리감이 있긴 한데, 앤디 워홀이 순전히 똑같은 작품을 찍어내면서 이게 무슨 예술이냐고 비판받았을 때 "살기는 그렇게 살면서, 왜 예술은 다르길 바라나?"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함. 확실한건 아님 그냥 주워들음.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 하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이들의 삶은 크게 대조되는게 없으므로 충돌을 일으킬 수도 없다. 그런 느낌이 들었음

   그저 숨이 붙어있는 그대로 편집이 되어버렸지
살아는 있지만 편집된거. 편집되면 다른 쇼트랑 연결을 못 하겠지? 사회적으로 고립돼버린거라는 느낌이 들었음

   아 조립을 하는 내몰린 몽상아
   아 아물지 않은 목메인 시선아
몽타주 아리브 햎때 처음 들어봤는데 이부분 보펙터 워;;; 소름끼쳤음
약간 쉰 목소리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떻게든 편집당한 내 쇼트를 다시 끼워넣어보려고 하다가 지친 것 같은 그런 느낌
쿨레쇼프 이론대로면 쇼트를 배치시키는 위치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지니까 어딘가 집어넣을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미 배척당했지만 어딘가에는 내가 설 자리가 있지 않을까 충혈된 눈으로 촬영 필름들을 헤집어가면서 애써 담담한 척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음

그 다음에 건물은 무너지고, 비명은 죽고, 잦고 바쁜 피사체가 편집돼버리는게 다시 나옴
존나 소름끼치고 발린다...

그리고 음원으로 들을때 마지막에 나는 효과음
그거 뭔가 필름 녹아서 끊어지는 소리같음
이것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