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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와... 한 달도 더 된 여행이었는데 이제서야 후기를 쓰는 내가 한심한 것이에요;; 훈련도 고된 편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부침이 많았던 시기였던터라 주갤 방문 자체가 뜸했던 것이에요.. 반성하는 것이에요...
....와씨 갑자기 왜 이런 소름끼치는 말투가 유행을 탄 겁니까. 수염 득실득실 난 아재들이 키보드 치면서 음흉하게 웃고 있을 생각을 하니 있던 술맛도 떨어지네요. 끔찍합니다.
각설하고, 이번 여행은 광주의 지역 브루어리를 우선적으로 돌아다녀봤습니다. 크래프트 맥주에게서 과감한 도전, 혁신, 독창성 등을 기대하는 만큼이나 지역적인 색채, 혹은 공헌 역시 바라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맥주바닥이 나쁘지 않게 형성된 편이지만, 차체 맥주를 내는 곳은 컨트랙트 를 제외하고선 거의 없다시피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혹시 대경맥주라고... 아시나요?)

먼저 유스퀘어 역 근처 이마트에서 간 예열을 한 다음 출발해봤습니다.

1. 밀밭 브루어리
낮 중에 찾아가 바이젠, 골든에일, 스트롱에일 마셨는데 그냥 전반적으로 맥주가 별로였습니다. 시트러시와 트로피컬을 느낄 수 있다던 골든에일에선 미약한 몰트 냄새와 떨떠름한 맛만 느껴졌으며 스트롱에일은 어떤 컨셉으로 만들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영국식인지 미국식인지 벨기에식인지 다른, 혹은 새로운 컨셉인지. 가벼운 버블껌 향이 나던 바이젠은 그나마 좀 나았네요. 전반적인 맛이 병입 과르네리와 유사했었습니다.

아, 근데 때깔 하나는 제 맥주인생 5년을 돌아보더라도 손에 꼽습니다. 이게 비아냥처럼 들릴 수 있는데 진심임ㅋㅋㅋㄱㅋㅋ 관광객으로서는, 근처 시장이 예쁘장하고 먹을 것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GOOD: 가게 인싸삘, 시장 예쁨, 맥주 때깔 고움. 낮술 가능.

BAD: 맥주 퀄리티 좀....

2. 맥 바틀샵
대구 비사이드와 유사한 인테리어라 괜히 정겨웠습니다. 무난한 바틀샵인데 바틀 수가 적은 게 아쉽습니다. 날이 더워진다지만 즐길만한 임스 한 병이 없어서 슬펐습니다. 4잔 마시는데 제법 많은 고민을 해야했네요;; 다만, 잔을 다양하게 구비해두고 있고 근처에 꽤 좋은 박물관이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헤헤.

GOOD: 역에서 가까움. 잔 구하기 쉬움. 낮술 가능

BAD: 라인업이 적음(20종 이내), 그래서인지 스펙트럼도 좁은 편. 매니악한 맥주도 들이지만 빨리 매진되는 편.

3. 이름까먹었습니다. 무등산 브루어리라 칭하겠습니다.
맥 바틀샵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제법 마셨던 터라 여기서는 샘플러만 시켰네요. 부재료로 수박을 쓴 IPA, 수박&히비스커스를 쓴 사워 IPA가 있었는데 부재료가 안 살아서 아쉬웠습니다. 아. 제가 감각이 둔해져 있었단 것 역시 고려해야겠습니다. 커피 스타우트는 무난하게 맛났네요.

GOOD: 라구 파스타 시켰는데 맛남ㅋㅋㄱㄱㅋㄱㄱㅋ, 흔하지 않은 시도. 1~2년 뒤가 기대됨, 캔입 가능.

BAD: 쪼끔 아쉬운 퀄리티

4. 퍼스트 엘리웨이
딱 무난한 크래프트 펍입니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으시던뎅. 달리 평가할 건 없네용. 칼리코랑 블랙퍼스트 마셨습니다.

5. ???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참 복잡해지는데... 음..... 뭐시냐. 제가 크래프트 맥주에게서 지역색을 찾는 것 만큼이나 여행가서 먹는 음식에게도 지역색을 따지는 편인데.. 음... 음... 그때 술도 좀 마셨고... 음... 그래! 아마 이런 생각이었을 겁니다.

'광주 지역음식은 동네 어르신들이 잘 아시겠지!'

그래서 나이 지긋하신 길가 어르신께 정중하게 광주 전통음식으로 무엇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어르신, 제가 광주가 처음이라 그런데 혹시 이름난 광주음식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쯤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어르신께서

"오, 그렇다면 우리 집에 오게나!"

ㅋㅋㄱㄱㄱㄱㅋㄱㄱㄱㅋㄱㄱㄱㄱㅋㄱㄱ 당연히 정중하게 사양하였으나 어르신께서 이야기 상대가 고프신듯하여 따라갔습니다. 가방에 있던 안동소주와 함께용.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무등산 막걸리도 샀습니다.

어르신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눴던 시간이 나쁘진 않았네용.

....대구 지박령으로서, 이쪽 맥주판에 대한 한탄을 많이 늘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나 인프라가 처참하던 14~15년도 땐 거의 절규에 가까웠죠. 16년도 이후 모 바틀샵을 시작으로 펍도 늘어나고 바틀샵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17년도에 일어난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네요. 뭐... 파이가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사장님들이 잘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모두들 젊고 열정있는 분들이니.

하여... 제가 있는 대구 맥주바닥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제가 있던 곳이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알게 됐네용. 다만... 서울ㆍ부산을 제외한 지방 맥주바닥이 얼마나 가시밭길인지 다시 느끼게 되어 안쓰럽습니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대구나 광주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고 사장님들의 고민 역시 비슷했습니다. 몇 년 전에 갤에서 들었던 말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맥주에 바친 시간, 보상도 있어야한다고.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괜히 잣대를 험하게 댔나 싶기도 합니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