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은 태일 후기글



6월 17일 겆국희막이 내 자막일이고 레전일이라 그 날 비중이 많은 후기글.

자첫도 겆국희였어


나는 태일 보기 전에 관극이 시들시들해지고 현타가 와서 우울한 상태였는데, 태일 내일이 되면 넘버를 듣자마자 내가 이래서 관극하지! 하고 느꼈던 것 같아ㅠㅠ 넘버가 가진 힘이 진짜 큰 것 같아. 거창한 넘버는 아니지만 소박함이 가지고 있는 힘. 태일의 넘버가 대부분 그렇다고 느꼈어
진짜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몸에 전율이 났어. 그 순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좋다.. 내일이 되면부터 청옥이 좋아까지 정말 너무 좋은거야. 뭔가 키다리 맨해튼 넘버 같은 느낌이였어. 너무 행복한 넘버들인데 나까지 벅차는 그런 행복한 넘버들!! 너무 벅차서 눈물 고이는 넘버들 (나중엔 여기도 슬플줄 몰랐지 ㅎ...) 태일이랑 동생 순옥이가 내일이 되면 부자될거야! 집도 사고 고기반찬도 먹고!!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 너무 좋아해.. 오빠만 믿어라~ 순옥아 하면서 순옥이 계속 눈마주쳐주는 태일도, 빵긋빵긋 꺄르륵 웃음 터지는 순옥이도 너무 사랑스러운 장면이야ㅠㅠ 
청옥이 좋아도 진짜 사랑해ㅠㅜ 청옥의 모든게 좋아~하면서 가사에 맞게 책상한번 쓸어보고 창가 바라보던 디테일들 너무좋았다
태일이 행복했던 시기를 잘 보여준 것 같고 보면서 나도 행복했다ㅠ볼수록 눈물나는 장면이였지만.

 

자첫 때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에 놓여져있다는 점이 나랑 태일이랑 비슷하게 느껴졌어. 나는 그런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무기력해질 때가 많은데 태일이 그 현실을 바꿔가려고 하는 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었어.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 때 감상이 부끄러워졌어. 보면서 뭔가 위로 받기보단 점점 더 아파졌던 것 같아
 

난 원래 극 보면서 잘 우는 편이 아닌데 태일은 보면 볼수록 더 아프고 별 장면에서도 다 눈물이 났던 것 같아.


태일이 버스비로 공장 소녀들에게 풀빵을 사줘서 청계천을 걸어가는 장면의 넘버 가사 중에 “배는 비어도 마음은 꽉찼다. 순옥이 순덕이 닮은 동생들이 먹으니 잘했다.” 이런 가사들이 있는데 자막하던 날에 여기서도 너무 눈물이 나서 스스로도 여기서? 왜지? 싶었는데, 태일이 큰 결단을 내리는 데에 원동력이 이런 따뜻한 마음, 배려에서부터 시작됐다는게 너무 확 와닿아서였던 것 같아. 
여기도 넘버 음이 되게 단조로운데 소박한 태일을 너무 잘 나타내서 눈물나ㅠㅠ
가는 길 걸어가는 것쯤 뭐 별거 아니지 하고 희미하게 으쓱하며 웃는데 진짜 너무...저런 마인드 자체가 뭔가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고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살지 않았나 돌아보게됐던 것 같아. ㅠㅠㅠ 이 공연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태일의 따뜻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엄마와 태일이 다시 만나는 장면 ㅠㅠ국희 엄마가 태일 보자마자 울면서 끌어안는거 너무 슬퍼ㅠㅜ
마루 밑에서 같이 자는 장면 너무 좋지ㅠㅜ정말 고요한 여름밤에 엄마가 자장가 불러주듯..고요한 그 넘버도 너무너무 좋아ㅠㅠ(공교롭게 내가 본 회차 반 이상이 딱 그 마루 밑 조명만 비치고 엄마가 조용히 노래 부를 때 벌레 한마리가 날아다녔는데 진짜 여름같고..벌레까지 좋았다(?)


극을 중간에 한번 끊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삶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배우들의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누는 부분이 있어.

자첫 때는 삶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뭔가 거창하게 들리고 와닿지 않아서 배우들의 얘기를 재밌게 듣고만 있었는데 자둘 때부터는 내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줘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들, 공연이 주는 행복 등 그냥 소소한 이유들을 상기 시켜준 것만으로도 힘이 된 것 같아. 생각해본지가 너무 오래 됐었거든.


이 시간만큼은 쉬어가는 타임 느낌이였는데 겆국희막 때는 여기도 눈물이ㅠㅠㅠ

겆이 국희 누나한테 너무 고맙다고 삶의 원동력의 한 부분이 된 것 같다고 그러는데 국희배우가 너무 울어서ㅠㅠㅠ 처음에 어우 소름! 이러면서 장난치다가 공연해야하는데 어떡하지 하시면서 계속 울어서 뭔가 마음이 짠했어ㅠㅠ 그리고 국희 배우도 나도 이 말 꼭 하고 싶었는데 놀랐다고 자기한테 정원이 유일한 태일이고 자기한테도 정원이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두 사람 다 서로 고맙다고 마주보고 인사하는데 오가는 말들에 진심이 너무 느껴져서 같이 울컥하고 따뜻해졌던 것 같아.


 
여자 배역이 태일의 일기 하루하루를 읊어가며 하루마다 초 한 개씩 켜는 장면도 좋았어
하루하루 의욕없이 노동이 반복되는 것을 손으로 미싱하는 동작 절도 있게 슈욱 슈욱하면서 표현한게 좋았어. 그런 반복적인 일상에서 태일이 어떻게 현실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는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런 의문이 터지게 된 과정을 표현한 방식이 너무 좋더라. 이 장면 말고도 시다들을 지켜보고 같이 청소하다가 현실은 왜이런겁니까. 질문을 던지면서 태일이 그런 의문을 갖게된 과정을 표현해줘서 좋았어.

 

바보회 넘버도 진짜 사랑하는 넘버 중 하나인데 태일이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정말 뭔가를 해보자!! 하는 결의, 열정이 너무 뜨거워서 듣고 있는 나까지 너무 벅차게 되는 넘버인 것 같아ㅠㅠ 너무 희망적이라 슬프기도하고.. 점점 간주커지다가 이루어질 수 없는일이다!! 외치면서 넘버 시작할 때의 짜릿함..,

 

태일이 노동청에 설문조사를 내러가서 문전박대를 당했을 때의 허망함. 문제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데 왜 당신만 이 난리냐고 하던 직원.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견디고 살아왔고 당연시 여긴 현실을 태일 혼자서 바꿔나가는게 얼마나 힘든 싸움인지 보여줬던 것 같아. 당연한 것에 목소리를 내는데 불편하고 유별난 사람이 되는 현실.

 

시다3이랑 신문 보면서 하는 대화는 언제봐도 울컥하고 ㅠㅠ 소녀한테는 정말 큰 돈이였을 100원을 태일한테 주고 우리 얘기 신문에 나오게 해줘서 고맙다고 울먹거리는 시다3ㅠㅠ이제 드디어 뭔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졌을 것 같아. 태일도 그 100원을 보면서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고. 어쩌면 태일이 노동운동을 하는데 받은 유일한 응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태일 더 굳건하게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 같고 그 원동력을 얻는 것 같아.
 

노동청에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태일이 너무 좌절하고 허망한게 보여서 너무 슬퍼. 이 장면은 둥태일을 너무 좋아했는데 진짜 감정이 폭발하듯 쏟아내서 약속하셨잖아요!!외치고 근로조건들 외치는데 저러다 저 배우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들을 토해냈던 것 같아. 희망의 좌절됨, 분노, 허망함 다 느껴져서 너무 슬펐고 왠지 태일이 시다3이랑 했던 대화들 생각나면서 너무 미안해할 것 같아서 너무 슬픈 장면이야.

 

촛불을 통한 연출도 너무 좋았는데 초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초가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마음,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다는 태일의 마음으로 봤어. 그래서 하나 둘씩 켤 때마다 더 뭉클했던 것 같아. 점점 커져가는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마음들이 촛불로 표현돼서 결국에는 온 무대가 촛불로 가득해지는 것 같아.

 

근로기준법을 들으면서 촛불로 온 무대를 환하게 할 때, 죽기 직전에 확고한 결심을 하는 태일을 보는 것 같아서 너무 뭉클해져.. 그리고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같이 듣고 있다가 문득 과연 지금은 저것들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법들이 맞나 생각이 들었어. 성별, 국적, 신분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 아직도 온전히 실현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태일이 마지막으로 책상 훑어보고 라이터 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고 나가는 장면은 마음이 뭉개지는 것처럼 아팠어

 
그냥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한사람이 저런 결단을 내렸던게 너무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고, 태일에게 너무 고맙기도 했어


태일 보면서 너무 행복했던 또 다른 이유는 극을 애정을 가지고 만든게 너무 잘 느껴졌어. 무대 디테일부터 그렇고, 장면 하나하나, 넘버 하나하나 애정이 느껴지고 태일의 생각들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던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 태일을 보면서 내 자신을 계속 돌아보게되었고 태일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태일 본 날들이 분명 내 삶의 원동력이 될 날들 중 하나가 될거라고 믿어!


ㅎㅈㅇㅇ) 태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ㄷㅈㅇㅇ) 후기는 미리미리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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