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평소에 멍뭉갤 한번도 안들어왔었어.

  오늘 들어오게 된 건 우리집 강아지와 이별하게 되서, 한번 들어와지게 되더라구.

우리집 댕댕이는 2001년 우리집에 오게 됐어. 동생이 당시 강아지 사달라고 엄청 조른 덕에, 주택으로 이사도 갔겠다, 아버지도 보너스 타서 기분 좋겠다.

술도 한잔 걸치셨겠다. 해서 집에 오게 됐지. 물론 홧김에 사신 건 아니고 이전부터 고민하다가 들인거야. 부자가 되고 싶다는 부모님의 소망으로 이름은 리치로 정했어.

우리집 댕댕이는 슈나우저로 당시엔 지랄견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지랄견인지 몰랐지만 들이고 나니 지랄견인걸 알게 됐지. 하지만 사춘기 남자 두 명에게 딱 어울리는 지랄견이라

엄청엄청 즐겁게 놀았어. 산책을 아무리 시켜도 에너지가 넘쳐서 소파도 다 긁어내고, 온갖 사소한 사고를 쳤지. 이 색기가 얄미운게 머리가 존나 좋은데, 일부러 그런다는거였어. 2003년쯤 되서 어찌어찌 교정되서 잘 지냈지. 아래는 2003년 그러니깐 한국나이로 3살 때 사진이야. 아 지금 봐도 너무 깜찍하다. 이때 운동능력이 장난 아니라 담장위에 있는 고양이도 점프해서 사냥하던 강아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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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선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고마운게, 2003~2005때 내가 고딩이었거든, 그러니깐 지금은 완전 아재가 됐지. 특히 2005년 고3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하거나 쳐자고 돌아오면 부모님이랑 동생이랑 다 자고 있는데 리치만 살포시 일어나서 꼬리흔들며 반겼거든. 지금 생각해도 눈물나고 너무 고맙다. 05년이랑 06년 재수할때 독서실에서 만화책 보고 놀다 오면 리치 보면서 죄책감도 들고 그랬었어. 아무튼 리치 덕인지 아니면 나님이 공부 열심히 해서인지 모르지만 암튼 원하던 대학이랑 원하던 과 들어가서 리치에게 정말 고마워.


  이후론 대학생활하면서 가끔씩 집에와서 동생이랑 아버지랑 나랑 돌아가면서 셀프 이발(삭발) 시키고 산책 시키고 사고도 치고 아무튼 가족의 일원으로서 잘 지냈징.

7~8살 되니 이전보다 점잖아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뭐 그래도 점프력도 여전하고, 여전히 나보다 빠르고 오래 잘 뛰고, 산책 한번 나가면 6~7km 는 다녔으니깐.. 어찌보면 가장 리치가 말썽도 가장 없었고, 그러면서도 활달했던 때였던 것 같아. 이후론 뭐 활동량이 좀 줄었어도, 귀엽게 건강히 잘 지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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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2015년때 찍은 사진이야. 리치가 그러니깐 한국나이로 15세가 됐지. 동생이랑 같이 찍었는데, 이발 이상하게 시킨건, 리치가 미용실 가는 것도 너무 싫어하고, 미용비도 비싸다 보니 셀프이발(삭발) 시키다보니 그리 됐어. 이 때가 진짜 건강한 마지막 때였던 것 같아. 15살이 되도 산책을 나가면 4km 는 돌던 때니깐. 내가 너무 귀찮아서 1~2 km 만 다녔지만. 어쨌든 리치랑 있으면서 동생은 군대 다녀오고 대학도 졸업하고 취직도 했지.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자격을 취득해 한참 일하던 때였고. 일 때문에 엄청 바쁘다가 시간내서 본가 와서 리치 보면 얼마나 귀엽고 좋았는지 몰라. 자진해서 목욕도 시키고 (동생이 훨씬 더 많이 시켰지만), 먹을 것도 맛난것 잘 먹고. 발발 잘 뛰어 다니고. 하.. 이 때 일 엄청 많아 힘들었지만, 리치 보니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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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2017년 때 사진이야. 그러니깐 한국나이로 17세때 사진이야.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눈에 녹내장도 오고, 시력도 많이 떨어졌지. 기력도 많이 쇠해서, 움직임도 적어졌어. 그래도 대소변은 이 땐 잘 가리고, 밥도 알아서 잘 챙겨 먹었지. 리치가 여름이 되니 컨디션이 확 떨어지더라구..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디스크 탈출도 있고, 심부전도 있더라구. 옛날에 4족보행 동물은 디스크 안온다는 개소리가 신문에도 났었는데, 정말 개소리야. 정말 강아지도 사람이랑 똑같아. 폐질환, 안질환, 근골격계 질환, 심질환 모든 만성질환은 다 생긴다 보면 돼. 그래도 혈액검사상 특이소견은 없었던, 내과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리치였지. 먹는것도 잘 먹고, 이도 하나도 안나가고 .. 16년도를 기점으로 산책은 디스크 때문에 제한했어. 운동이라 해봤자 우리집 마당 거니는것. 대소변 보러 마당가기 정도였지. 그것도 계단은 가급적 안쓰는게 좋다고 해서, 나 혹은 동생이 있을 땐 계단 아래까지 모셔줬어. 늙어도 정말 (내눈에) 귀여웠어. 어쨌든 더위가 가시니 어느정도 정신도 차려서 또 노구를 이끌고 뽈뽈거리며 조금씩 다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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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올해 봄에 찍은 사진이야. 4월달이었지. 우리집 리치가 오늘 오전 (2018.06.25)에 하늘나라로 갔으니, 하늘나라 가기 2달전이네. 보시다 시피 몰골이 참 말이 아냐.. 볼 때마다 슬프고, 애가 대소변 보러 가는데 쓰러져서 거실에서 대소변 하는데, 집에서 살림하는 어머니도 고생이고, 보는 가족들도 내내 안쓰러웠어. 이 맘 때쯤 부터 안락사를 할것인가 말것인가 엄청 고민했었어. 이렇게 늙은 할배가 됐는데도 내 눈엔 왜이리 귀엽던지.. 일부러 안고 마당가서 변 보고 다시 데려 올라오고... 안락사를 고민하다가 하지 않은건, 리치가 정말 그래도 밥은 잘 먹었기 때문이야. 밥을 잘 안먹으면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도 주고 통조림도 줬었어. 올해는 뭐 봄부턴 움직임도 거의 없이 자리에 있었지. 뭐 가족들 모두 리치의 죽음에 대해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 16년부터 확실히 이전과 달랐으니깐 말야. 동생의 경우는 머리론 인정하지만 가슴으론 쉬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지만.. 나 같은 경우엔 죽는 사람을 너무나 많이 봐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어. 



  그러던 와중에 오늘 오전 리치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어. 부모님 말로는 아침밥을 먹고 좋아하는 자리에가서 자는데,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더라구. 나는 직장에서 집이 너무나도 멀고 반차를 내려 했지만 반려 당해서 못내려갔어.. (미리 얘기하고 써라 더라고...xxxx...)  어차피 반차 썼어도 왕복 11시간 넘는 거리라, 어떻게 못할 가능성이 컸지만.. 아무튼 동생은 반차 쓰고 내려와 집에서 리치 목욕 시키고 화장하고 집 옆 공터에 뿌려줬다고 하더라구... 직장에서야 담담하게 있었는데, 퇴근하니깐 아씨.. 계속 눈물이 나네...ㅠ 그래도 뭐.. 위안거리라면, 사는 내내 리치가 노환 외에 아픈 적이 없었고, 어쨌든 매일 잘 먹었고, 주 4회 이상 산책 했으며, 마당에서 매일 뛰어놀았다는 거지.  동생은 리치를 키우는 동안 초중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졸업해 취직했고. 나 같은 경우엔 중고등, 대학 졸업하고, 원하던 자격 다 따고, 지금 여친과 상견례하는 것 까지 거쳤으니깐.... 가슴은 몰라도 머리론 위안 삼으려 해. 얼추 내가 성장하는 것과 리치가 살아왔던게 겹쳐서.. 그리고 잘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얘기하고 싶어.


  이번 주말은 리치가 좋아했던 뒷동산도 가볼거야. 가족 앞에선 울지 못하겠지만 말야. 그리고 앞으로 얼마간의 기간일진 모르겠지만 당분간 절대 강아지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새 강아지를 들인다면 리치에게 너무나도 미안할거야. 리치는 물건이 아니라 가족인데, 너무 물건처럼 대치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아직 우리 리치 잊지도 못했고, 가족과 이렇게 사별하는 것도 정말 싫어. 그렇지만 먼 훗날 내 자녀가 강아지를 갖고 싶다면 고민하게 될거야. 나는 강아지를 들이기 싫겠지만, 나 때문에 내 자녀가 강아지를 키우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여러 경험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아직 먼 훗날의 얘기니깐..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내가 멍뭉갤에 한번도 오지 않다가 뜬금없이 들러 이 글을 쓴 건 그간 리치에게 너무 고마웠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그리고 내가 장난치며 괴롭힌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기 때문일거야. 담담하게 글을 쓴다고 썼지만.. 쓰는 내내 부끄럽게도 혼자 있어 많이 울었어. 여기 갤러들이야 나보다도 훨씬 반려견을 사랑하겠지만 부디 끝까지 댕댕이 아껴주길 바라. 책임감 없이 덜컥 강아지 사는 갤러도 없길 바라고, 늙고 병들었다고 우리 댕댕이 버리지 말아줘. 가족이잖아.. 괜히 글 쓰니깐 우리 리치 또 보고 싶다. 지금 생각으론 매일 꿈 에서 10분만이라도 하늘나라에서 함께 있다 오고 싶어. 언젠가 나도 병들어 늙어 죽겠지만, 그 때 까지 기억할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리치야 나중에 또 만나서 같이 산책 하러 가자.


A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