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에서 바른은 사람의 기억이란 완성된 것은 잊어버리고 이루지 못한 것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고백도 못해보고 끝나버린 십대의 사랑과 고백은 했지만 거절당한 지금은 어느쪽이 더 아름다운가 아니면 슬픈가?
고백후 두 사람은 참 어색하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어지간히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회식 때 "사랑해, 당신을!"을 못해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바른과 그런 바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오름.
민사 44부, 모두가 두 사람의 새로운 기류를 눈치채고 있을 것 같다.
첫 회식과 비교해 보면
오름 앞에서 남자로 보이고 싶어하는 바른(어설픈 집게질로 굳이 자기가 굽겠다고 고기를 되작거리고 있다던가 못마시는 술을 자진해서 마시고 테니스 잘 친다고)과
그런 바른을 신경도 안썼던 오름이었다. 술은 대신 마셔준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름도 바른과 똑같이 쭈뼛거리고 있다. 술잔을 든 손들은 여전히 방황하고 그런 두 사람을 보던 도연이 바른의 술잔에 자기 술잔을 경쾌하게 갖다댄다.
"당신을!"
순결을 빼앗긴듯 황망해 하는 바른과 역시 너무 당황하는 오름.
잠시 놀랐던 민사44부와 더 놀려주려고 들이미는 단디경위의 잔을 피하는 바른이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바른은 바로잡는다.
죄송과 미안.
사랑한다면 미안하지 않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바른은 미안하다고는 하지 말걸 그랬다고 바로 후회한다.
재판의 화두는 유산상속과 가족이었다.
피를 나눴지만 이제 사랑하지 않은 가족들과 혈연적 유대가 전혀 없어도 가족으로 지내는 사람들.
작가는 가족이란 피를 나눈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 역시 사랑의 이면이 아닐까?
이제 늙고 정신마저 흐린 아버지의 재산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친자식들.
그들의 공방속에서 성숙하지 못한 인간의 탐욕을 볼 수 있지만 반면 그들에게 돈은, 재산은 아버지의 사랑의 상징은 아닐까?
처음부터 기대하는 게 없었다면 서운하거나 밉지도 않을 것이다.
늙고 병든 아버지를 마지막까지도 돌보는 양자는
아버지가 저녁마다 갖다주신 아이스크림의 단맛을 사랑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사랑이기 때문에.
오름에게 시장 이모들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지 몰라도 진짜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랑을 주더라도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시작이 혈연이든 인연이든 가장 가까이 살을 맞대고 있는게 가족임은 맞는 거 같다.
그리고 바른의 가족이야기.
바른의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어린시절 외가에서 당한 설움.
이 역시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상처받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사랑하기에 상처받는다.
바른에게 12년 10개월 9일동안의 오름은 기대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있는 오름은 거절을 당했어도 끊임없이 기대하게 되는 오름이었다.
자꾸만 더 알고 싶고, 내 의견에 동조해줬으면 좋겠고 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사람이다.
몇 번을 망설이고 준비한 선물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하고
그 사람이 시선이 가는 곳을 바라보게 된다.
그녀 주변에 알짱거리는 남자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선물을 사서 그녀에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 못내 질투난다.
그가 술잔 넘치도록 따라주는 술을 선듯 받아 마시고 그녀와 잔을 부딪히며 웃는 그를, 환하게 마주 웃는 그녀를 쓰게 바라본다.
나는 다시 "하늘의 융단"이 생각났다.
예전에 그 시를 봤을 때 뭔가 좀 낯뜨거웠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은 그런가 보다.
못이기는 술을 마시고 졸고 있는데 그녀가 또 그런다.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함께 택시를 잡아주려는 오름에게 바른은 좀 퉁명스럽다.
괜찮다고.
그러나 택시를 타고 떠나려다 다시 뒤돌아서서 아직 못 준 선물을 꺼내 준다.
작은 향수를 가방에서 꺼내 다시 바로 잡아서 주며
"그냥, 예뻐서 샀어요. 생일 축하해요."라고 담담히 내뱉는다.
금빛 은빛 깊고 푸른 빛나고 어두운 하늘의 융단이 그에게 있었다면 그걸 줬겠지만.
술에 취해 졸고 있던 그를 바라보던 그녀를 모르듯 그가 건네준 선물을 들고 미소를 띠던 그녀를 그는 못보았다.
바른은 아버지가 왜 휴대폰 보조 뱃더리를 가지고 다니는지 알게 되고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었던 동생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며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해도 있을 수 있다.
사랑한다고 그 사람에 대해 다 아는 것도 아니며
그 사람을 잘 안다고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 더 잘 안다면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수 있지 않을까?
일단 올리고 수정할 계획
리뷰추
와. 넘 좋다. 눈물나네.
선개추 후정독 리뷰는 사랑이야
조타좋아 리뷰 ㄱㅅㄱㅅ
선개추 후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