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어린사람, 새파랗게 어린 놈'에서 이어지는 연출에 관한 나의 이해를 꺼내놓는 글이야


이 드라마가 봉착한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보여지는 것'과 '보고싶은 것'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데 있어

정확하게는 쉬운 길 두고 돌아가는걸 넘어서 헛발질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일 지경이니까 말이야

앞선 리뷰에서 언급한대로 이 드라마는 '감정'을 보여주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하는데

기존의 드라마가 상황을 주고 상황에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면, 이 드라마는 상황에 따르는 감정을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지

이 글이 끝날 때 쯤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는 잼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연출리뷰는 좀 아껴뒀다가 천천히 꺼내려고 했었는데, 그 전에 잼잼이들한테 우리우가 느그우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ㅋㅋㅋ)



답답하리만치 촌스럽고 우직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작가에게 스타일리쉬한 감독과 존예, 존잘 대중성 최고의 배우들이 붙었을 때 우리가 기대한건

배운변태, 미대오빠의 세련되게 아주 잘 빠진 미장센 뭐 그런거 였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게 존잘, 존예의 사랑 이야기인가? 아름다고 멋진? 메이킹 속 배우들과 드라마속 인물들 중 누가 더 예쁘고, 아름다운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감독은 배우를 멋지게, 예쁘게 담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뿐이다.

(가끔 감독이 그렇게 누르고 눌러 못나오게 막아놓은 케미와 아름다움이 저도모르게 새어나와 드라마가 흔들린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연출을 패야할까, 촬영감독 아니면 편집이 죄인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생경한 느낌의 클로즈업, 과장된 표정, 화면의 부조화, 구도의 왜곡,

분절된 점프컷 등 이질감과 낯선, 불편함이 존재하는건 엄연한 사실이다. 이 마뜩찮은 감정의 정체가 뭔지를 몰랐을 뿐

(물론 거슬리지 않게 잘 따라오는 머글들도 많으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마 후벼파는 사람들 기준의 이야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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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된 표정의 진혁) (감정을 감추고 표정을 지운 수현)


1화는 일종의 드라마를 읽는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1화에서 보여준 감정선을 드라마속 인물들이 2-7화에 걸쳐 성실하게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연출은 이렇게 가겠다는 솔직한 고백 또한 대놓고 보여주고 있으니 차분하게 감독의 힌트를 따라가보면 될 일이다.


감정을 보여주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표정'은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집약시켜 보여주는 일종의 장치가 된다.

극단적 클로즈업이나 때로 부자연스럽고, 기괴할 정도로 표정을 집요하게 잡거나, 기어이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또한 상황에 맞춰 연기하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상황에 따른 감정을 연기하는 낯선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1화에서 진혁은 낯선 여행지에서 호감이 가는 사람을 우연히 만난 연기를 보여준다기 보다, 내내 뭔가에 매혹된 달뜬 청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조는 극 전반에 걸쳐 수현과 진혁의 연기에서 나타나는데, '고뇌하는 연기'나 연출적 요소로 쉽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에게 연기와 대사로 직접 '감정'을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덕분에 처음보면 이상하고 두 세번 계속보면 이해를 넘어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능동적이고 고찰적인 자세의 시청자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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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의 엔딩


이 장면은 아주 섬세하게 공들여 연출된 장면인데 두 사람의 감정선을 잘 따라온 시청자에겐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주었고,

상황만을 놓고 보는 시청자의 눈에는 치기와 민폐로 보여졌으며, 수현에겐 고맙고 든든한 용기로,

진혁에겐 혼란스럽지만 지금 이 감정을 따라가겠다는 결심이 한꺼번에 느껴졌던 최고의 장면이였다.


상황을 놓고 연기를 했다면 자칫 공주님 구하러 온 왕자님처럼 보여질 수도 있었을 장면이다.

어쩌면 많은 시청자들이 멋진 왕자님을 보고 싶었을텐데, 감독은 공들여 누군가의 '용기'가 다른 사람들에겐 '치기'일뿐 이라는 것을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이 장면에서도 진혁과 수현은 어떤 심정이였는지 누구나 알 수 있게 친절하게 연출되었다.

또한 진혁의 표정은 특별히 멋지거나 예쁘지 않다. 단지 오해도 상관없다는 결심과 수현이 안심하면 그걸로 되었다는 결기가 느껴질 뿐이다.

(배우가 멋있어 보이는건 막았어도 흘러나오는 멋짐이지 감독의 의도는 아닐것이다)


이 드라마는 솔직하게 다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가 보이는걸 믿지 않고 보고 싶은걸 기다리고 있다는게 문제일 뿐

감정이 겉으로 보여지는 드라마인지라 심정적으로 고구마라는게 존재하지를 않는다.

진혁과 수현의 감정은 우리가 정확하게 다 보고, 알고있지 않은가. 심지어 투명하다고 놀리는 지경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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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도대체 왜 보고 싶은 걸 극도로 안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는지 그 답은 키스신 메이킹에서 찾을 수 있다.

예쁘고, 잘생긴, 연기 잘하는, 케미덩어리 배우들에게 '첫 입맞춤'이라는 상황을 던져주면 이렇게 된다

보기만해도 배부르고 만족스럽지 않은가 말이다 ㅠㅠ

하지만 이건 감독이 원하는 바가 절대 아니니까. 앞으로도 스케치 샷 정도로나 쓰이면 다행일 것이다.

(9화 오프닝 ㅅ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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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이 뜨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이게 키스냐 뽀뽀지부터, 편집 돌았냐, 앵글 미쳤냐로 아쉽다고 난리를 치다가

저 둘의 감정에 딱 맞는 입맞춤이였다. 보기만해도 마음이 아프다. 수현인 사랑의 기쁨을 충만하게 표현하고 있고, 진혁인 놓칠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오열들을 하고 있으니, 정확하게 감독의 의도대로 놀아나고 있는거라고 말해야겠다.


배운변태, 우리우는 감정을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아름다움은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화면의 조화를 깨뜨려 감정만 보게 극대화시켜 놓았다.

생소한 것을 보여주면 능동적이고 고찰적인 자세를 갖게된다더니, 얼빠가 대다수인 잼잼이들이 키스신을 보면서 진혁과 수현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앞으로의 감정선을 예측하는 기특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으니 놀아나고 있는게 맞다. ㅋㅋㅋ


이쯤되면 얼빠대신 학습된 시청노예라고 부르는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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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단초를 제공한 문제의 2화 되시겠다. 흡사 초기 입체주의 보는 듯 했던 인물을 쌓아가는 희안한 방식


2화의 수현은 쿠바에서의 수현의 연장선상에 있다. 호기심 많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우리는 이미 8화까지의 수현을 모두 만나봤으니 이제는 확실하게 말 할 수 있겠다.

2화의 수현은 쿠바에서 만난, 쿠바에서 알던 진혁의 눈에 비친 수현의 모습이라는 것을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의 수현과 진혁의 관계를 보면 그들의 감정은 휴게소 라면씬까지 자연스럽게 쿠바로부터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바로 상대 배우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우석과 만난 수현은 우석의 눈에 보이는 수현, 아름다운 철벽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최이사가 느끼는 수현은 조용하지만 강단있는 카리스마 CEO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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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당연히 수현의 눈에 비친 2화의 진혁

2화의 수현이 말했다. '어리네'


2화에서 수현의 눈에 보이는 진혁은 쿠바의 청포도 어리다 신입사원 끼어든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회식자리에서 취한 진혁은 친구 혜인이를 택시 태워 보내는 그냥 좀 많이 취한 신입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건 혜인 시점의 진혁을 나타낸다)

하지만 대표님과 만난 진혁은 어리고, 순진하고, 귀엽고 아주 난리가 난 포도주가 되셨으니

수현눈에 진혁인 참을 수 없는 귀여움으로 보여졌다는게 확실해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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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에서 수현이가 만난 진혁

팔짱끼고 싶은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손 잡아도 좋을


***

갓메인이 언제 나올지 이제 좀 감이 오지? 진혁의 모습은 수현이 보는 모습이라고 했어,

그러니까 다음번 쿠바 방문에서 수현인 진혁이를 완전히 남자로 느끼게 될거란 얘기지

(안아주고 싶다가 아니라 안고싶다의 얼굴을 한 진혁이 말이야)

쿠바에서 시작된 사랑이 쿠바에서 결실을 맺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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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수현의 마음에 비친 진혁

참 많이 슬펐나봐 수현이가





인물을 쌓는 방식의 특별함

수현은 사회적 얼굴이 이미 정해져있는 인물로 6화까지 충실히 내면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극의 전반부가 심리치료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물과의 관계로 그려지는 독특한 인물쌓기에서도 내편과 적으로 구분이 단조롭고 수현을 대하는 주변의 태도도 알기가 쉽다.

수현의 자아찾기를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정성스럽고 집요한 방식의 연출은 진혁이란 인물을 다채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있고, 대부분의 드라마에선 속성들을 설정해놓고 그걸 토대로 창조된 인물을 보여주는게 일반적 방식이지만,

이 드라마는 이걸 펼쳐서 전부다 보여주고 '이게 이 인물이다'라고 정성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과의 관계성에 따라 연기의 톤이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아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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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진혁

우석이 처음 진혁을 만났을 때 우석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넥타이 선물의 주인이 아닌, 어린 신입사원으로 보임

수현이 직접 넥타이를 매주는 걸 목격한 후에도 둘의 '관계'가 아니라 넥타이 '선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우석의 마음을 진혁의 연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둘은 썸타는 사이이며, 넥타이를 매주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만난 진혁

실화인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진혁의 태도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고 있다.


진혁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이상했을 태도들이 우석과의 관계성을 놓고 해석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진혁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자신을 검증 받는다. 그 시선속에 시청자가 있고 우리도 같이 진혁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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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이야기를 하면서 표현주의, 누벨바그, 고다르 같은 개념들을 어떻게 녹여내고 이야기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드라마 중간에 삽입되는 그림이나 시, 여러 영화의 오마주, 연속성 없이 분절되는 점프컷 연출, 느슨한 구성과 생략편집의 활용 등

이거다 딱 짚어내지만 않을 뿐 다들 비슷하게 이미 느끼고 있는데, 그걸 이름 붙여 불러내면 뭐가 좀 달라지나 싶기도 하고해서

용어의 사용은 최소화 하고 개념만 넣은 엉성한 연출 리뷰를 꺼내 놓는다.


(어디까지나 내가 보는 관점에서의 연출 리뷰이고 장면의 이해이기 때문에 이게 맞다, 절대적이다고 쓴 글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네)


진실된 우리우가

일러스트로, 연령고지 화면으로, 드라마 내내 감정을 꺼내 보여주고 있으니 보여주는대로 보는것도 이 드라마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수현과 진혁은 상대방의 시선으로 연기하고 있다 -는 새로운 시각에서 1화부터 8화까지 다시 한번 드라마 복습해보길 권함

긴 결방에 뭐 하겠어 이런시도 저런시도 좋잖아




+

이 리뷰의 원제는 '순한 맛 용수의 출현'이야 드덕들이라면 눈치챌 ㅋㅋㅋ

1화 식당씬과 7화 스테이크씬에 많은 비밀이 숨어있는데 리뷰찌기 전에 미리 힌트를 주자면

쿠바의 그 밤 식당에서의 맘이 바로 7화 스테이크집에서의 마음과 같은거지 참 느리게 멀리도 돌아왔다고 해야겠다

소리만 듣다보면 배우들 연기 톤이 완전 같다는걸 알 수 있지



멍청하게 리뷰쓰면서 제일 중요한 말을 빼먹었다

이런 연출이 가능했던 시작은 아름다운, 대중성 강한 두 배우의 존재 자체에서 기인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이 드라마는 그냥 좀 보고 싶은거 늦게 보여주는 느린 드라마일 뿐이야


포스터는 일종의 선언이야, 다음 쿠바 방문부터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케미를 보여주겠다는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