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쌓는 방식의 특별함


수현의 자아찾기를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면, 정성스럽고 집요한 방식의 연출은 진혁이란 인물을 다채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있고, 대부분의 드라마에선 여러가지 속성들을 설정해놓고 그걸 토대로 창조된 인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러겹의 층위를 한겹한겹 정성스레 쌓아 '이게 이 인물이다'라고 보여준다. 느리고 번거롭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과의 관계성에 따라 연기의 톤이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아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연출


이 드라마는 지독할 정도로 대칭적이며 중의적이다.


수현의 내면과 진혁의 외면, 진혁의 내면과 수현의 외면이 쌍으로 묶여 비슷한 비중으로 보여지고 변화해 나가고 있다.

수현의 소유와 결핍은 보여주기도 설명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어려운건 진혁의 소유물인 담대하고 따뜻한 내면을 눈에 보이게 그려내는 것인데,

작가는 진혁이란 인물이 퀘스트 수행하듯 상황과 사람을 만나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는 방식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진혁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자신을 검증 받는다.

그 시선속에 시청자가 있고 우리도 같이 진혁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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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의 내면은 가족, 주변인들과의 관계속에서 담담하게 보여진다.


그는 사려깊고, 따뜻하며 (혜인의 졸업식) 진중하고 다정하다 (교회찻집)

또한 그의 마음은 강건하며 쉽게 휘둘리거나 물러섬이 없다 (혜인과의 대화)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진혁의 내면의 강도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진혁이 갖은 무기는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잘 벼려진 칼 같은 그의 용기가 안타고니스트들과의 대면에서 결기가 되어 보여지는 걸 보면 말이다.


재미있는건 그의 적들과의 대면에서 보여지는 진혁의 모습이다.

앞서 연기톤이 상대에게 보여지는 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인적 사견임을 전제로)


진나빛의 눈에 보인 진혁은 '이 정도 실력이면 우리수현이 그 애가 넘어 갈만 한' 모습을 하고 있다.

최상무의 눈에 보인 진혁은 생각보다 단단해 보인다. 말로는 어린사람이라고 하고 있으나 연출 된 톤에는 진중함이 묻어난다.

앞으로 줄줄이 상대하게 될 그의 퀘스트들이 한편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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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진혁


우석이 처음 진혁을 만났을 때 우석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넥타이 선물의 주인이 아닌, 어린 신입사원으로 보임

수현이 직접 넥타이를 매주는 걸 목격한 후에도 둘의 '관계'가 아니라 넥타이 '선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우석의 마음을 진혁의 연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둘은 썸타는 사이이며, 넥타이를 매주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만난 진혁

실화인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진혁의 태도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고 있다.


진혁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이상했을 태도들이 우석과의 관계성을 놓고 해석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진혁은 상황에 따른 감정을 연기하고 있고, 우석은 주어진 상황을 연기하고 있다. 우석에게 주어진건 사실 서사가 아니라 상황이다.

지독한 대칭의 게임에서 한쪽이 뭔가를 얻었다는 건 반드시 한쪽이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진혁이란 인물은 내면과 감정의 현신이다. 우석의 시선에서 진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우석이 할 수 있는게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연출 때문에 상황을 놓고 연기하는 우석의 연기는 멋지고 방향성도 일정하게 보이지만,

수현과 진혁을 만난 우석은 어색하고 생뚱한 느낌을 주게 된다. 

(ㅂㅁㄱ 당하는 것 같은 우석을 만드는 이유)


***

'당신은 단어로 말하고, 나는 당신을 느낌으로 바라보니까요' 라는 유명한 영화대사가 떠오르지

어쩌면 이런 연출을 구상한 출발 쯤 이였을지도 모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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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연출로 공들여 한땀한땀 이 해사한 청춘의 표상같은 얼굴에 감정의 결을 새겨 넣고 있다.



이 드라마 연출에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마지막 요소는 템포, 속도이다.

감독은 이 드라마의 속도를 안단테 정도로 보여주고 있다. 느리다 느리다 하니까 아다지오 정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산책하는 발걸음 정도의 빠르기인 이 드라마가 유난히 느리게 느껴지는건 우리가 뛰어다니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인물의 감정을 진짜 같은 질감으로 느끼게 하기에 적합한 속도로 설계 되어 있다. 일부러 늘여놓은 듯한 허세의 여백이 아니라

빠른 템포로는 담고 새길 수 없는 감정의 결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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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내면과 감정을 뒤집어 꺼내놓고 보여주고 있으니, 인물은 내면과 감정의 현신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감독이 짙어진 사랑을 새겨놓은 진혁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근사할지 기대하는 것 만으로도 끝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연출에 관해 내게 보이는 것들을 단순하게 꺼내놓은 리뷰일뿐, 감독 잘하다는 찬양글은 더더욱 아님 오해 ㄴㄴ

진혁이란 캐릭터는 구축과 구현 모든 부분에서 배우에게 매우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말하면 입아프고, 쓰면 당연한 소리라 따로 쓰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