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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를 만난건 8월 27일이었음.
평소에도 길냥이들 볼때마다 캔 하나씩 따주고 다이소 사료도 조금씩 주고 그랬는데, 구월이는 내가 주던 사료를 얻어먹으러 온 아이 중 하나였음.
다른 놈들은 내가 다가가도 질겁하고 도망가는데 신기하게도 이놈만 첫날부터 내 신발에 킁킁킁 냄새를 맡고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라. 그땐 그저 이거 친화력 좋은 냐옹일세ㅇㅇ하고 넘어갔지.

그리고 다음 날, 후임으로 들어온 사람 때문에 아 ㅅㅂ 좆같다를 외치면서 집에 가는데 그 길목에 이놈이 있더라. 이번에는 아주 부비부비하고 난리를 치길래. 얘, 너 우리집 올래?ㅋㅋㅋ 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는데 녀석은 내 뒤를 졸졸졸 따라오더니 우리 집 앞까지 오더라. 정작 대문 열어주니 들어오지는 않으면서.

그뒤로 내가 퇴근해서 집 앞에 오면 어디선가 구월이가 냐옹~ 하면서 나타나더라. 그러면 나는 밥이랑 물을 챙겨주고 담배피면서 부비부비하는 구월이 쓰다듬었지. 애기야, 오늘은 잘 지냈어?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니가 있어서 위로가 된단다, 하면서.

그렇게 한 보름쯤 지나니까 우리 가족들도 이놈을 알고, 또 가족이라는 걸 귀신같이 알아서 가족들한테도 냥냥거리면서 들러붙더라. 그래서 가족들이랑 얘기를 했지. 중성화 시키고 돌봐주다가 2년 후에 자가 아파트로 가니까 그때까지 이놈이 살면 데려가자고ㅇㅇ 물론 예상보다 빠르게 이사를 가서(다른 전셋집임. 아직 자가 아파트는 2년 남음ㅠㅠ) 더 빨리 이놈을 데려왔지만.

구월이를 데려오고나서 변화가 생겼다면... 예전보다 덜 예민해지고 좀 더 열심히 일해야한다는 거? 그리고 내가 집에 악착같이 들어온다는거? 솔직히 예전에는 좀만 힘들어도 세상 예민, 뭐만하면 투털(지금도 투덜이 스머프긴 하지만)거리고 뭐 될대로 되야지 했다면 이제는 그게 덜 해졌음, 그리고 늦게 끝나면 그냥 근처 호텔에서 자지 뭐, 하는 마음이 강했다면 요즘엔 진짜 악착같이 집에 들어가려고 함. 그래야 우리 구월이~ 부르면서 둥가둥가해줄 수 있으니까.

또 하나 가족간의 대화가 늘었다는거? 가족끼리 대화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구월이 오고나서 구월이 얘기 때문이라도 대화를 더 하게 되더라, 아빠, 오늘 구월이랑 잘 지냈어? 오늘 구월이는 뭐했어? / 저놈 새끼 뛰어다니다가 쇼파 옆에서 자더라, 아까 바둑TV보는데 화면에 마우스 커서 움직이니까 그거 보면서 엉덩이 씰룩인다던가 하는 뭐 그런 것들.

부모님은 골골거리며 자고있는 구월이를 보면서 가끔 얘기해. 저놈 새끼 너 잘 만나서 호강한다고, 안 그랬으면 밖에서 벌벌 떨면서 쓰레기 봉투 뜯고 살았을 거라고.
그런데 나는 오히려 구월이 때문에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내가 더 호강한다고 생각해. 저놈 아니었으면 나는 농땡이 피우는 투덜이에, 자존감 별로 없는 그저그런 인간으로 살았을테니까.

내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하는데도 구월이 보러 집에갈 생각하니까 기분이 존나 좋다. 후딱 집에가서 내새끼 킁카킁카 쪼물쪼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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