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너머 태후의 음성을 들은 혁은 제 귀를 의심했다. 너무 놀라 사고회로가 정지된다는게 이런 것일까. 그러나 휴대폰 너머 태후는 혁의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건지 본인의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러니 어미 말을 들으셨어야지요. 이 어미가, 이렇게 10년 전 이야기까지 꺼내게 만드셔야 했습니까."
"......"
"폐하, 이제 그만 정신 차리세요. 잠시 뭐에 씌이셨던 겁니다. 이 어미는 이해 할 수 있... "
태후의 말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혁은 휴대폰을 벽에 힘껏 던져버렸다.
이 지긋지긋한 어머니라는 이름의 올가미는 어떻게 저가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가삐 쉬고 있었다. 헉헉 거리던 혁은 속이 메스껍고 온 몸이 저려오는 느낌에 가슴을 움켜 쥐었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건가. 내가 지금 숨은 쉬고 있는건가.
혁은 옆에 있던 술잔을 잡아 테이블에 내려쳤다. 혁의 왼손이 붉게 뒤덮였다. 혁은 신음 하나 내지 않고 제 왼손을 들어 자세히 본다. 깨진 유리조각은 혁의 손을 파고들어 살점을 벌려놓았고 그 사이로 저 자신이 살아있음을 눈에 선하게 증명하는 붉은 피가 꿀럭꿀럭 새고 있었다.
참 가증스럽다. 이렇게 가증스러울 수가 없어.
꿀럭꿀럭 새는 피 위로 투둑투둑 투명한 무언가 떨어졌다. 혁은 오른손을 들어 제 눈을 훔쳐본다. 눈물이다. 하. 하고 혁이 짧은 숨을 뱉어냈다.
'황후는, 아니 오써니는 이미 알고 있더군요. 내가 말하기도 전 부터요.'
태후와 한 통화중의 음성이 혁의 머리를 울리듯 계속해서 들리자 혁은 그 소리를 덮어보려 악을 쓴다. 그리고 이 상황을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던 혁은 술을 병 째 들어 입 안에 들이 부었다.
혁의 다리가 황후전 앞에서 비틀거렸다. 정작 좀 비틀거려줬으면 하는 정신은 더 또렷이 살아나 결국 또 여기, 황후전 앞에 혁을 데려가 놓았다. 고개를 숙인 채 벽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혁은 황후전 앞에 도착하자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낯설지 않은 그 안정감에 허. 하고 혁은 한숨인지 모를 것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뭐야."
혁은 고개를 들었다. 제 앞에 써니가 서 있다.
꿈인가. 혁은 눈을 깜박여본다. 써니가 사라지지 않는다. 써니가 저를 피하지 않는다. 혁은 어쩐지 이 상황에 맞지 않는 기쁜 감정이 피어올랐다.
써니는 혁이 자신의 눈에 들어오자 입술을 꼭 깨물었다.
태후가 훔쳤다고 했다. 제 엄마의 것이었던 그 혈액을 태후가 훔쳐 이혁을 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혁은 자신이 원래 남의 것이었던 혈액까지 훔쳐 살아났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그 원래 주인이 제 엄마라는 사실은 더더욱. 참 이런 악연이 있을수 있나 생각했다. 이렇게 지독하게도 지독한 악연이라니.
혁은 써니의 앞에 주르르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대답 대신 허탈한 웃음과 죄악스러운 제 몸을 원망하는 흐느낌이 혁의 입에서 같이 새어나왔다.
석상처럼 굳어 혁을 내려보던 써니의 시선이 혁의 왼손에서 멈췄다. 아까부터 작게 투둑투둑 들리던 소리가 저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어둡지만 밖의 빛이 들어오는 것으로도 혁의 상처는 써니의 눈에 충분히 잘 들어왔다. 아예 살점이 벌어진 손에서는 피가 멈출줄을 모르고 줄줄 새나왔다.
써니는 깊은 한숨을 내었다. 울분이 섞인 한숨이었다. 써니의 한숨을 들은 혁은 결심한 듯 안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낸다.
당신 앞에서의 마지막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럼 나는 당신의 기억에 오래도록 새겨질 수 있을까.
혁이 꺼낸 단도의 날카로운 소리가 써니의 귀를 놀라게 했다. 써니는 혁처럼 주저앉아 그의 손에 들린 단도를 빼앗아 저 멀리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오래도록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던 혁은 고개를 들었다. 써니였다. 제 황후였다. 그 와중에도 참 보고싶은 얼굴이었다.
"지금 누구 대신에 살고 있는건데 죽으려고 해?"
써니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상처가 되라고 그 어느때보다도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러나 혁은 오른 손을 들어 써니의 볼을 매만져 눈물을 닦아냈다. 그때 써니는 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두고 죽을 수 있겠어. 단도를 꺼냄으로 써니가 저와 눈을 맞추게 되자 혁은 다시 죽음이 두려워진다. 애초부터 죽을 용기따위 혁에게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써니의 눈을 보고싶었던 일종의 관심을 구걸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혁의 오른 손이 써니의 얼굴을 여러번 매만져 눈물을 닦아냈다. 써니가 자신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는게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문득 혁은 제 오른 손으로 써니의 한 쪽 볼을 감싼다. 작은 써니의 얼굴이 혁의 큰 손 안에 들어온다. 이렇게 제 손에 써니의 얼굴이 다 들어오는게 낯설지 않다. 이 모든게 믿기지 않는 혁은 웃는 듯 울었고 우는 듯 웃었다.
애증에서 증만 남은 줄 알았다. 애에서 애증으로 애증에서 증으로 가고도 남아서, 써니는 제 맘에 혁에 대한 애증조차 단 한 점의 티끌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혁의 손길로 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자 써니의 맘속에 작은 애증 하나가 팔랑 하고 떠오른다.
"이게 어떤 피인데 이걸 이렇게 다 흘리고 다녀! 이게 누구 목숨 값인데!"
써니는 그 작은 애증을 떼어내려 혁의 손에서 얼굴을 떼내 눈에 독기를 심은 후 소리쳤다.
혁은 그저 써니를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를 걱정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 더 화를 내주었으면 했다.
써니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혁의 왼손을 거칠게 잡아 손수건으로 싸맨다. 투둑 떨어지던 핏방울이 좀 잦아든다. 써니는 숨을 내쉰다. 제 맘속에 갑자기 떠오른 그 작은 애증을 뱉어내려는 듯 깊이 숨을 내쉰다.
혁은 제 손을 싸매주는 써니가 믿기지 않는다. 혁은 오른손을 뻗어 써니의 얼굴에 다시 가져가려 하는데,
"죽지마."
써니는 자리에서 다시 벌떡 일어났다.
"우리 엄마 대신 산거면, 네 맘대로 죽지마. 넌 그럴 자격 없어."
혁의 황... 하는 말이 들리자 써니는 혁의 말을 잘라버렸다.
"네 맘대로 다치지도 마. 넌 감히 그 피 흘릴 자격도 없어, 개자식아." 차가웠고, 담담했다. 써니는 말을 마치고 혁을 지나쳐 나왔다.
혁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 가지 않아 혀끝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오써니를 안을 수 있을 때 더 안을 것을, 오써니에게 입 맞출 수 있을 때 더 입맞출 것을. 오써니가 나를 사랑할 때 그녀를 사랑할 것을.
후회마저 너무 늦어버린 혁은 마치 써니를 잡는 듯 써니가 매어준 손수건을 꽉 쥐었다. 조금 그쳤던 피가 다시 새어나왔다.
황후전을 나와 얼마나 걸었을까, 눈물 버튼이라도 눌린 듯 눈물이 나오자 써니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잘한거다. 이보다 더 잘할수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걸까. 써니는 나머지 한 손으로 주먹을 쥐어 제 가슴을 미친듯이 쳐댔다. 아직 남은 애증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혹은 살아났다면 사라지라고.
오늘 시작 5분만에 와장창 될 오이... 틧짤 넘 맘에 들어서 함 쪄봤어... 예쁘게 봐조.... 문제시 자삭....ㅎ....
짤 올려준 틧 장신못잃 님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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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이렇게 멋진곳에 아름다운분이! 눈물난다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지.. - dc App
야 너 잘쓴다 대사가 막 들려
ㅁㅊ 존나좋아
순옥아 이거 읽어 백번 읽어
ㅁㅊ 오써니가 나를 사랑할 때 그녀를 사랑할 것을. 이부분 백번읽음
개좋다. ㅈㄴ 슬프네 ㅅㅂㅠㅠ 작가님 다음 화는 언제쯤 나오나요?
선개추 후감상
선생님 감사합니다ㅜㅜ - dc App
아.. 나 눈물나...ㅠㅠ - dc App
잉잉ㅜㅜ오이야
순옥아.이거 백번 읽자
선생니뮤ㅠㅠㅠㅠㅠ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짜 절절하다
와..... 대박!!! ㅜㅜ
미친 선생님 ㅠㅜㅜㅜㅜㅠㅠㅠ
개좋다
보다가 여기 대사 나왓길래 왓어욬ㅋㅋㅋㅋ
추천! ㅜㅜ
선생님 ㅠㅠ
와체고야ㅜㅜㅜㅜㅠ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