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작이 사실 곱지만은 않았지.

밀쳐지고 멱살이나 잡히고.


어쩌다 다시 만나게 됐는데도 툭하면 밀치고 때리고 패고 멱살 잡고.

또 어쩌다보니 여장까지 들키게 된 것도 하필 소중한 부분에 참사를...


하지만 사실 다른 이를 위해 기꺼이 가진 걸 내어주는 널 보고 세상 빛이 모두 내게 모인 듯이, 벅찼어.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오는 모습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 근데 너도 나랑 같은 맘일까. 난 계속 니가 맴도는데.


여인의 모습을 하고서는 맘이 깊어졌다고 말할 수도 없고 지켜는 주고싶고 하기 싫은 거 하나 정도는 안할 수 있게 해주려고 팔자에도 없는 어머니까지 하겠다고 나서게 됐어.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빛이 되어주고 싶었어.

어두운 밤에도 달이 비추듯, 칠흑같은 바다에도 하늘빛이 물들듯 너만의 빛이 되고 싶었어.


언제 이렇게 스며들었는지, 언제 이렇게 물들었는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맘이라 너에게 전할 수 밖에 없었어.


하지만 넌 혼자 어떤 지독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건지, 어떤 포기할 수 없는 기억을 품은 건지 자꾸 멀어지려고만 하더라.


수만가지 가능성 속에서 우연들이 쌓인 건지, 운명이 이끈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너를 이렇게 내 앞에 데려다줬잖아.

그래서 우리 그냥 사랑하자. 어찌 될지 모르는 내일, 맘껏 표현하고 아껴주자 말해버렸어.


다시 없을 것 같은 지금을 멈추고 싶어.

생애 가장 소중해져버린 너, 더 눈물 흘리지 않게 오늘처럼만 지켜가고 싶었어.


하지만 어찌 꼬여버린 운명인 건지, 니 깊은 곳 자리 잡은 흉터가 내 핏줄에게서 기인 되었다는 것.

내가 네게 빛이긴커녕 깊게 새겨진 흉의 일부였다는 것.

흉터 위에 핀 사랑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자라 니 맘을 또 베어냈구나.


뻗으면 잡힐듯한 온기는 사라지고 귓가에 들리던 목소리가 눈을 뜨면 다 사라질 꿈처럼 느껴져.


우리 어긋나도 정말 제대로 어긋나버렸어. 하지만.


우리가 아니었던 그 시간들로 인하여 상처 받고 흉진 우리지만 괜찮아.

다시 찾아냈잖아 서로를.


생부에게 존재를 부정 당한 거창한 이유라도 있기를 바랐어.

천륜을 저버린 행위일지라도 감히 정당한 이유라도 있기를 바랐어.

약도 못쓰고 죽어간 어머니, 하나뿐이던 동생을 내쳐야 했던 형, 옥살이를 했던 아버지, 모두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했어.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지만 막상 그 이유에 맞닥뜨리고 나니, 그래 그 하찮은 이유에 정당성이나 부여해주자, 하고 죽으려 했어.

턱 밑까지 들어온 칼에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어.


그런데 그 죽음의 문턱에서 날 찾아준 건 너.


동주야. 내가 네게 빛이고 싶었던 만큼 이미 넌 내게 빛이었더라.



눈부시던 날에 찾아온 빛이었어.






이렇게 배역이고 ost고 심각하게 이입한 게 처음이라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감정이나 풀겸 가볍게 시작한 건데 왜케 무겁게 끝났을까...

짤은 다 갤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