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쓴 글인데 사진 순서 어그러져서 수정재업핮니다 ㅜㅜ 속상하네오

Bgm: “Dark-eyed Cossack Girl” - Leonid Kharitotonov & Alexandrov Red Army Choir
브금 틀고 보시면 더 조습니다

안녕하세요 시갤 아조시들, 맨날 눈팅하다 기추는 후하게 개추 주신다는 소문을 듣고 용기내서 처음으로 써 보네요 ㅎㅎ 얼마전에 이베희를 돌아다니다가, 물론 좋은 브랜드거나 한 건 아니지만 특이한? 눈에 띈 시계가 있어, 그 시계를 기추한 김에 골치아픈 페이퍼는 옆으로 치워두고 글을 조금 써 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기추한 시계는 소련 Raketa 사의 ‘Арктика СП-1(Arctic SP-1)’입니다.


사진출처 이베이

Raketa는 로켓(Rocket)이라는 의미를 가진, 1961년부터 소련(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페트로보렛츠 시계 공장(Петродворцовый часовой завод)에서 생산한 시계 브랜드입니다. 페트로보렛츠 시계 공장은 본디 1721년에 차르인 표트르 1세에 의해 세워진 돌, 보석 등을 세공하는 공장으로, 약 3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소비에트 연방이 세워진 뒤에도 세공 등을 이어나갔습니다. 그 유명한 크렘린의 별이나 레닌의 무덤도 이 공장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1984년 당시 소련 국가 영상의 약 5초부터 나오는 크렘린의 별

이 공장은 2차대전 기간에 세공 말고도 숙련된 기술자들에 의해서 정밀기구나 시계 등을 만들어 소련군(붉은 군대)에 납품하다, 2차대전 레닌그라드 포위전 당시 파괴됩니다. 이후 1944년 탈환 이후에 재건되죠. 전쟁 후 소련의 높은 서구권 수입 의존도가 영 아니꼬웠던 스탈린은 이 공장에 손목시계를 제작할 것을 명령하고, 직접 브랜드 명을 ‘Победа(Pobeda, ‘승리’라는 뜻)’와 ‘Звезда(Zbezda, ‘별’이라는 뜻, 항공우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국제우주정거장 ISS의 모듈명 ‘즈베즈다’로 들어보셨을 듯 합니다.)’로 지어줍니다. 이후 시계들을 내, 외수용으로 잔뜩 찍어냅니다.


유리 가가린(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 1934-68),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간 우주비행사 출처 위키피디아

1961년, 익살스러운 미소로 유명한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보스토크 1을 타고 인류 최초로 우주에 갔다옵니다. 우주경쟁의 핵심 경쟁자인 미국의 싸대기를 치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낸 소련은, 공산권 국가답게 몹시 뽕에 차서 온갖 선전물에 넣습니다. 위의 1984년 소련 국가 영상의 58초부터도 나오죠. 페트로보렛츠 시계공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1961년에 바로 Raketa 브랜드를 론칭합니다. 공장은 8천명을 고용해 연간 4.5백만개의 손목시계를 생산할 정도로, 냉전 말기에 소련이 관짝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상당히 규모가 컸죠. 이 공장은 소련 시민들과 붉은 군대에 납품되는 것은 물론, 해외로도 많이 수출됩니다. 물론 마감이나 퀄리티, 정밀도, 디자인은 동시대 스위스에서 만든 품질 좋은 시계에는 비빌 레벨도 아니지만, 찾아보면 ‘코페르니크’ 같이 유니크하고 실험적인 디자인도 내는 브랜드입니다.


Raketa ‘Kopernik’, 지동설을 주장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를 기리는 시계. 시침 역할을 하는 노란 디스크는 태양을, 분침 역할을 하는 검은 디스크는 달을 상징합니다. 출처 이베이

Raketa 브랜드는 냉전 말기에 소련이 관짝에 가까워져 공장이 인력을 크게 감축하는데도 살아남아, ‘보스토크(Восток)’등과 더불어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는 몇 안되는 러시아의 시계 브랜드입니다. 물론 가격대가 다 100~200대여서 스위스 시계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좀 창렬이긴 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아서 2615등의 자체 무브먼트로 시계를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Raketa ‘Copernicus’, of ‘Curiosity’ collection, automatic. 위의 디자인을 복각하였으며, 한정판 한정으로 뒤에 별 무늬를 새겨넣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출처 라께따 본사 홈페이지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제가 산 시계를 얘기해 볼게요. 제 시계는 북극 탐험을 컨셉으로 한  ‘Арктика СП-1(Arctic SP-1)’입니다.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래 되었다는 것만 따지면 빈티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현재 이베이에 돌아다니는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많은 시계는(아마도 제 것 포함?) 소위 ‘프랑켄슈타인 시계’로, 시계줄은 물론 남는 다른 부품을 원래 부품대로 넣는다거나 유리갈이 등등을 한 시계입니다. 심지어 같은 모델인데 시, 분침이 아예 다르게 생긴 모델이 많습니다. 아마 빈티지로서 가치가 있다고는 하긴 힘들겠죠. 하지만 저는 테마가 마음에 들고, 디자인이 눈에 띄어서 가지고 놀기 좋겠다 싶어서 이런 점 감안하고 샀습니다 ㅎㅎ


으악 빛반사 ㅜㅜ 아직 사진 실력이 없어서 양해 바랍니다 ㅜㅜ
전체샷입니다. 시계줄은 싸구려 인조가죽줄로, 아마 셀러측에서 갈이를 한 게 아닌가 싶은 있으나마나 한 줄입니다. 아마 추후에 리오스 디버클같은걸로 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 크기는 39mm, 줄 폭은 18mm입니다.


시계 전면입니다. 루페가 있었으면 그림을 자세히 보여드릴 수 있었겠으나, 그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사진을 확대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계의 시침은 24시간을 기준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는 북극에서는 낮과 밤을 밖에서 밝기로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베젤을 보시면, 흰판에 검정 프린트입니다. 스위스에서 만드는 시계에 비하면, 마감은 웃음이 나올 수준이긴 합니다.


유리는 돔형으로, 아마 미네랄이지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쓰고 있습니다. 튀어나온 두께는 약 2미리 조금 더 됩니다.


베젤에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24시간을 향해 선이 그어져있고, 12시 방향에 Арктика(Arktika로 읽음, 북극이라는 뜻), 6시방향에는 СП-1(Северный полюс-1, SP-1로 읽습니다. North Pole-1이라는 뜻이기에, 영미권에선 NP-1로 표기됩니다.)라는 세계 최초의 북극 유인 유빙기지의 코드명이 적혀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сделано в ссср(made in Ussr이라는 뜻)’라고 적혀있구요.

가운데에는 NP-1의 기지 그림과 유빙, 그리고 4명의 탐사대의 그림이 있고, 6시 방향에는 4명의 탐사대원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위로부터, 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Папанин(이반 드미트리에비치 파파닌, 지휘관), Евгений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Фёдоров(에브게니 콘스탄티노비치 표도로프, 지구물리학자), Пётр Петрович Ширшов(표트르 페트로비치 시르쇼프, 수생생물학자), Эрнст Теодорович Кренкель(에른스트 테오도로비치 크렌켈, 무전기사)입니다.


케이스는 살짝 굽은형으로 생겨 손목에 부드럽게 잘 맞습니다. (가죽줄은 손목에 닿을 때마다 신경질나는 재질입니다. 하루빨리 갈아야...) 재질은 스틸에 크롬 도금이라고 합니다.


케이스백은 스댕입니다. 빤딱빤딱하지만, 처음에 위에 저 싸구려 스티커가 붙은걸 떼었더니 스티커 자국이 심하게 남아, 생물쟁이들의 무적의 용매 아세톤을 면봉에 묻혀서 닦아주었습니다.


무브먼트는 러시아에서 자체 개발한 2628 .H 수동 무브입니다. 쥬얼수는 19개고, 스위스 스타일의 팰릿 레버 식의 이스케이프먼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H는 이 무브가 한 번 수정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동시대의 스위스 시계와 비교하면 물론 코스메틱은 개나 주었지만, 생각보다 꽤 튼튼하고 정확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민 및 군납이라 단가가 싸거든요.

이 무렵의 시계가 이베이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많다는 것이, 또 이 시계도 프랑켄슈타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2628.H는 데이 데이트 무브입니다. 이 똑같은 모델에서, 어떤 시계는 2609 .HA 무브를 달고 있거든요. (심지어 이베이의 셀러도 2609 .HA로 표기해두었더군요.) 2609 .HA는 논데이트 무브입니다. .HA는 이 무브가 두 번 수정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쏘련식 무브들은 스위스랑은 다르게, 딸리는 정밀도에 대한 좀 다른 어프로치를 가집니다. 스위스나 일본이 무브를 만들때, 정밀도가 떨어져 피팅이 잘 안 맞으면 보통 정밀도를 높여 깎는 어프로치를 가집니다. 그런데, 쏘련식 무브는, 가령 바란스 콕 때문에 바란스 휠이 들어갈 공간이 너무 좁으면, 금속판을 메인 플레이트랑 바란스 콕 사이에 넣어버리는 것으로 해결해버리죠. 이런 면에서 스위스에서 제작된 시계랑은 주안점이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바란스 콕 마운트. 출처: 17jewels.info


사선에서 찍은 사진.


무브 작동 영상입니다. 직찍했는데, 확실히 무브 마감이 양아치 마감이라서 그런지 소음이 조금 큽니다.

이제 북극 탐사 이야기를 해 볼까요. 북극 탐험 역시, 남극, 우주나 산, 또는 동굴 등과 같이 전 세계가 최초 탐사 타이틀을 따길 고대하며, 과학적 가치가 높은 탐험 중 하나입니다. 북극 탐험은 최초의 남극 탐험 성공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로알드 아문센이 북극점 상공으로의 첫 비행선 비행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탐험되기 시작합니다.


Roald Engelbregt Gravning Amundsen, 1872-1928 출처 위키피디아

현재는 우리나라도 남극에 세종 과학기지와 장보고 과학기지가 있을 정도로, 남, 북극에서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는 ‘기지’의 설치가 중요합니다. 비단 남, 북극 뿐이 아니라, 등산가들도 베이스캠프를 놓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남극과는 다르게, 북극은 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죄다 얼음 뿐입니다. 그런 북극에서, 최초로 유인 기지를 설치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NP-1에서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지휘관 이반 파파닌(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Папанин). 출처 위키피디아

소련입니다. 특히 공산권 국가들은 프로파간다에 써먹으려고 최초 타이틀에 열중을 많이 하고, 또 지원도 많아서, 현재 과학에 있어 많은 분야의 핵심은 미국이긴 하지만, 의외로 최초 타이틀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 많이 집어먹은 케이스가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리 가가린도 그렇고, 최초로 발사된 인공위성도 1957년의 스푸트니크 1(Простейший Спутник-1)이니까 말이죠. 이 스푸트니크 1도 미국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린 것은 물론, 소련이 주구장창 프로파간다에 써먹습니다.


Pobeda ‘Sputnik’ 스푸트니크의 궤도 안착 성공을 기념하는 시계. 동일 공장에서 생산.


북극에 설치된 최초의 유인 기지는 СП-1(Северный полюс-1, 영미권에서 NP-1)이라는 이름을 받습니다.이 기지는 ‘drifting ice station(유빙 기지)’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남, 북극 탐험가인 프리드호프 난센이 낸 고위도 북극해를 탐험하는데 유빙을 써먹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연구 기지입니다. 즉, 떠다니는 얼음에 연구 기지를 깔고 연구를 하면, 유빙의 이동과 함께 이동하며 연구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죠.


이반 파파닌(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Папанин, 1894-1986), 후제독(Rear Admiral) 계급, 소비에트 연방영웅 2회 수훈, 레닌 훈장 9회 수훈. 출처 위키피디아

NP-1은 1937년에 소련의 유능한 파일럿인 마크 쉐브레프(Марк Иванович Шевелёв)에 의해 비행기로 수송되어, 4명의 탐험대인 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Папанин(이반 드미트리에비치 파파닌, 지휘관), Евгений Константинович Фёдоров(에브게니 콘스탄티노비치 표도로프, 지구물리학자), Пётр Петрович Ширшов(표트르 페트로비치 시르쇼프, 수생생물학자), Эрнст Теодорович Кренкель(에른스트 테오도로비치 크렌켈, 무전기사)와 함께 장비들을 북극해 고위도 지역의 유빙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들은 해양생물학, 해양학 등등 수많은 연구 업적을 달성하며 약 9달 간 2,850km을 유빙을 따라 이동하는 위업을 세웁니다.


증기 쇄빙선 ‘Taymyr’, 1909년 진수, 50년대에 스크랩됨. 출처 위키피디아

이 4명의 탐험대는 9달간의 여정 후 1938년 2월에 증기 쇄빙선인 타이미르와 쇄빙선 무르만에 의해 픽업되어 인근인 그린란드로 옮겨지고, 이후 증기 쇄빙선 예르마크에 의해 같은 해 3월에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집니다. 이 네 명의 탐험대는 모두 그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아 소련의 최고 명예인 소비에트 연방영웅 칭호를 수훈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또 수많은 과학자들이 ‘최초’ 타이틀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또 열광하는 것은, 아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발점이 되어서가 아닐까요? 이런 맥락에서, 제가 산 디자인의 시계는 가치나 이런 것을 떠나 꽤 흥미로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쓰는 글이라 두서가 없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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