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당사자는 어그로 끌고 분탕치는 것 이상의 목적 및 생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진짜로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친구의 경우 문장의 결이 다르다는 게 강하게 느껴짐)


디사갤을 하다보면 종종 '여기는 보이는 거 아무거나 찍고 대충 떡보정 칠한 사진 올리면 다들 좋아해준다' 라는 문장을 보곤 한다

보이는 거 이상의 것을 찍거나 정말 쉽게 보기 힘든 걸 보고 찍은 사람도 갤에서 많이 봐서 문장 자체는 거짓이라고 생각은 함


허나 분명히 어그로 끌기 위해 잘 끌릴 만한 주제를 가져온 무의미한 글이었다는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꽤나 머릿속에서 저 문장이 오래 맴돌곤 했었다

텍스트만 보면 훨씬 심한 파강딱간같은건 이젠 뭐 아무 생각도 안 드는데 (대신 드립이 노잼이거나 재탕이거나 무성의하면 좀 짜증남)

정작 갤에서 묻히곤 했던 그런 작은 글에 왜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을까


아마 내 사진은 저런 게 아니었을까 라는 마음 속 깊은 찔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각각의 사진이 강렬한 메시지와 스토리를 담고 보는 사람을 무조건 압도하라는 법은 없다

좋은 커피를 잘 내리면 진짜로 갈색설탕맛을 포함한 다양한 향이 나지만 그냥 카누 타먹는 것도 아무 상관이 없듯

NBA 보면 대단한 전술적 수준의 농구를 하지만 정작 여의도같은곳 길바닥 농구대에선 5:5 숫자 자체부터 성립을 안하듯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나름의 생업 속에서 취미로 찍는 것 자체를 즐기는 취미사진동호인들에게

네놈의 사진은 의미가 없어! 하고 크리틱 선빵을 날리는 일종의 분탕질은

크리틱의 TPO도 모르고 걍 아무에게나 주먹질하고 싶은 무식한 걸뱅이 이상이 될 수 없다

정말 사진을 봤을 때 이것만 고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개선안 없이 무조건 선빵을 날리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 더 무식한 미물들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게 에너지 낭비고...


그래도 난 내 사진이 가능하다면 찍은 의미와 느낌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토리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아 얘는 이래서 이런 사진을 찍었구나 와 같은 의도 전달이라도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 위로는 읽을 필요 아예 없는 글이다


아무튼 고심 끝에 내가 사진을 찍기 전/중/후에 가졌던 생각을 공유한다면

(좀 부끄러운 의도설명충 비슷하긴 하겠지만) 조금은 뭔가 바뀌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제목에 잡은 폼을 보면 알겠지만 가끔은 과거사진도 다시 보고 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쭉 써볼 생각이다 귀찮으면 안쓸거고

단 일상사진은 특이케이스가 아니면 안올라올것같다 그건 ㄹㅇ로 걍 기록하려고 찍은거라




시작한다




2020.5.15. 청계천 주변


일단 이 근처에 저녁에 갈 일이 있었고, 마침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조금씩 계속 온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대비 넘치는 비에 젖은 서울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필름 시절에 비슷한 걸 해봤었는데 이미지 퀄리티가 마음에 안 들어서 디지털로 2트한거임


아무튼 '비에 젖은 고대비의 서울' 이상의 이미지는 머릿속에 없었다

뭐 그걸 통해서 서울이 어쩌고저쩌고 내가 어쩌고저쩌고 그런 말을 사진으로 할 생각은 없었단 얘기

보정 많이 할 거니 R3을, 렌즈는 최소한의 전천후로 24105 35 85 이렇게 챙겼는데 결국 85만 썼다

35는 좀 다가가야 매력적인데 조금 멀리서 봐야 더 이미지가 재밌을것같았고 85가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24105는 밤이라 꺼내면안됨


그리고 걍 돌아다니면서 찍었는데 원래는 비오는 도시 느낌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막상 찍고 골라보니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후줄근한 골목류 야봇대사진이었다

나쁘진 않은데 맨날 하던거라 와 이걸 찍었다니 하는 감탄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젖은 서울의 씨벌펑크함을 담으면서 덜 후줄근한건 이 사진같다


귀가해서는 나이키 먹이고 부한 이미지 추구했던 평소와 달리 좀 대비를 높여서 작업해봤다 나이키도 아주아주 살짝씩 넣었다

나쁘진 않았는데 애초에 엄청나게 많은 기획을 하고 간 출사가 아니어서 솔직히 엄청 좋지도 않았다


그리고 비에 젖은 거 좋아하면 SSNI-734 이 줄은 약 30분 뒤 사라진다

추가) 30분 뒤에 지울라했는데 댓글에 너무 반응이 핫하고 댓글 싹 밀고 아닌척하면 일이 더커질것같아 그냥 두도록하겠다

물론 본인은 저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얘기하지 않았다






2020.5.6 한강대교 남단


이 스팟 자체는 전에도 온 적이 있었다 미니삼각대를 들고와서 이래저래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스팟을 다녀온 뒤 어쩌다 궤적을 이미지 통계로 찍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미지 통계를 통해 야경을 찍으면 차량 궤적이 국수가락처럼 곱게 빠진다는 걸 알았다

노이즈가 안 낄 수 없는 야경 사진의 이미지 퀄리티 향상은 덤...!


한강대교 남단은 노들쪽 야경 스팟 알아둔 곳 찾다가 거기를 못 가서 대신 갔었다 엄청나게 우발적이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뷰가 꽤 괜찮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문득 지난달부터였나 한강대교 남단에서 이미지 통계 궤적 조지면 되게 멋지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어쩌다 보니 시간이 났고 엄청 우발적으로 한강대교 남단을 향해 떠났다

목표는 국수가락처럼 뽑힌 한강대교 궤적 단 한 장


우발적이었지만 삼각대와 삼각대-카메라 간에 필요한 볼헤드등등 그리고 뭐찍을지 모를때 챙기면 좋을 r3 24105g 단렌즈하나(기억안남)

혹시나모를 빛갈라짐을 위한 어댑터 심심풀이용 서브바디 rp헬리오스58등 쓰다보니 개같이 많이도챙겼네시발거

아무튼 진짜 우발적이었다


궤적을 찍으러 간 거였기 때문에 궤적을 뽑고자 세로로 구도를 잡았는데

나중에 간단히 실험해본 결과 가로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여유가 된다면 아마 3트하러 가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재밌겠다 싶었는데 미처 못 찍은 그림도 있고)

그리고 평소보다 더 오버해서 330장? 인가 찍었는데 200% 확대해놓고 보니 만족할만한 해상력이 나온 건 200장 정도였다

나머지는 흔들렸기 때문... 이미지 통계 돌릴 땐 이게 제일 힘들다 환경이 안정적이면 안해도 되는데

흔들린 사진 쳐내고 건강한 사진만 합치는 게 이미지가 훨씬 잘 빠진다


그나마 차량 운행량이 많아서 궤적 자체는 잘 뽑혔다 기냐 아니냐에서 아니다를 자주 택하는 중간값 특성상

차량이 적으면 그냥 맨도로가 자주 나오는데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이미지 통계 작업 자체는 이제 익숙해서 합치고 후보정하는 데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


번외로 개인전같은걸 하게 되면 이런 초장노출합성 사진만 모아서 긴 시간을 주제로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은 생각 이상으로 넘어간 적은 없다




쓰다보니 힘드네 한번에 한출사만 천천히써야겠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