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내가 냥줍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읍니다..


남편이랑 밥먹고 돌아오는데 길 모퉁이에 털 뭉치 같은게 느껴져서 읭? 하고보니 쪼매난 냥구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네;;
혹시 부모있는녀석인데 괜히 남의 가정사에 간섭하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집에왔어.
한 다섯시간 쯤 흘렀나 남편이 아까 본 냥구가 자꾸 생각난다고 나가보자 그래서 나갔더니 첨 봤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겨..

그 와중에 남편은 얘 줏어가려고 이미 가방까지 들고 나왔더라고ㅠㅠ;;
하악질은 좀 하긴했지만 여차저차 부상없이 가방에 담아서 집으로 데리고왔엉.
급한대로 마트가서 모래사와서 박스로 화장실 만들어주고
키튼용 사료랑 참치파우치 사와서 물이랑 넣어줬어.
요즘 좀 추우니까 페트병에 뜨신물 담아서 수건으로 싸서 넣어주고
혹시 몰라서 붙이는 핫팩도 바닥에 붙여놨는데 도움이 되려나 모르겠어;;

내가 지금 임신 9주째라 병원도 안 다녀온 상태의 길냥구를 선뜻 방에 들여놓을 수가 없어서 베란다에 두었는데 쵸큼 미안함..

베란다에 풀어놓고 보니까 얘가 한쪽 다리가 좀 불편한 것 같아.
뒷다리 양말부분에 핏자국이 좀 보이길래 어디서 좀 다쳤나 싶었는데 얘가 움직이는거 보니까 아예 다리를 질질 끌어-_ㅜ
길 모퉁이에 콕 처박혀있었던게 다리가 불편해서 그랬었나봐...
내일 아침 날 밝는대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려는데 큰 탈난거 아니었음 좋겠다;

근데 얘가 자꾸만 구석탱이로 들어가는데 왜 이런걸까?
베란다 배수관 뒤로 기어들어가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하고 맨 바닥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있다;;;
아무리 따시고 배부른곳이라도 낯선곳이라서 저러는건지..
박스위를 종이로 덮어서 좀 어둡게해서 넣어두었는데 괜찮을까?

남편은 자기가 똥이랑 다 치운다고 얘 꼭 키우고싶다는데 난 너무 갑작스럽기도하고
애 낳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하기도하고 순식간에 애가 둘이된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