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순 즈음 이야기임
방학이어서 자취방에서 컴퓨터나 하면서 히키코모리짓 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스팸/부모님 말고는 절대 안울리는 전화가 울리더라고
보니깐 지역번호가 02임 그래서 이거 또 스팸인가??? 하면서 일단 받았음
받았더니 잘 안들리는데 안녕하세요 xx은행입니다. xxx님 맞으신가요? 하더라고
잘 안들리는데 뭔 은행이라니깐 광고전환줄 알고 끊으려고 했는데
상담원 목소리가 너무 진지한거야. 광고 느낌이 절대 아니었음. 그래서 일단 들어는 보자, 하고 '네, 맞는데요' 했더니
'네 xx님, 20xx년에 조혈모세포기증 신청을 하셨는데 기억 하시나요?' 하는거임
그래서 한 30초정도 ???????????? 하다가
그때 뭔 행사 갔다가 그거 참여한게 기억났음. 그게 기억나니깐 이제 뭔 전환지도 감이 잡히더라
아, 조혈모세포은행에서 전화 온 거구나. 나랑 항원 일치하는 사람 찾은거구나
역시나 이어서 xx님과 HLA항원이 일치하는 환자분이 나타나서, 혹시 조혈모세포 기증 의사가 있으시냐고 물어보더라고.
별로 망설이지 않고 '네' 대답했더니 상담원이 약간 놀라는 눈치더라. '정말 기증 의사가 있으신가요?'
다시 네라고 했더니 당장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일단 조혈모세포 은행에서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고 할테니 가족분들이랑도 상의해보시고, 학생이신데 학교측이랑도 얘기가 필요하고 어쩌고 일단 말을 해주고, 그리고 너무 즉답을 해서 약간 불안한지 '만약 기증자분께서 최종 동의를 하시고 이식절차에 들어가면, 환자분은 골수세포를 전부 죽이는 엄청 독한 요법을 시행하고 이 치료가 들어간 상태에서 갑자기 기증 안한다고 말을 바꾸면, 환자분은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어요' 하시더라...
그리고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해서 몇가지 물어봤음.
대충 기억나는게, 일단 일정은 정밀검사를 하고, 대부분 통과되고 통과를 하면 이후 환자측과 일정 조율을 거쳐서 기증을 하게 되고. 기증은 2박 3일의 입원이 필요하고, 기증 일정기간 전부터 병원 방문해서 검사도 받고, 조혈모세포가 혈액에 나오게 하는 주사도 맞고, 입원을 하고 해야한다고.
마침 그때 학교에서 딱 면역학 배우면서 HLA 항원이 뭔지도 배우고, 유전자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일치할 확률은 1만 얼마분의 1이다 그런거 배웠었는데
묘하더라고 ㅋㅋㅋㅋ 전화로 그 설명 다시 들으니깐.
아무튼 1차 상담전화 마치고 메일로 위의 짤이 오고
나중에 우편으로도 설명문 보내준다고 해서 본가로 보내달라고 했음.
전화 끊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음. 이러이러 해서 조혈모세포 기증할거냐고 전화가 왔고, 나는 할 생각이라고.
부모님은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더라. 그래서 입원은 필요하지만, 뭐 수술을 해서 골수를 뽑아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신장투석 하는 것처럼 피를 걸러내는 거라고 말씀드려도 되게 심각하셨음.
나는, 나같은 녀석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나는 상대적으로 진짜 별거 아닌 고생만 약간 하면 다른, 훨씬 더 큰 고통을 받는 분이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부모님께선, 조만간 본가 올라오면 얘기 더 해보고 일단 너가 할 생각이면 반대는 안하겠다 하셨음.
그 뒤에 한두번 더 상담전화 하고, 본가 가서 우편 온것도 보고(메일로 온 거랑 똑같았음) 부모님이랑 말씀도 하고
학교에도 2박 3일 입원해야 할텐데, 혹시 환자가 응급이 뜨거나 하면 시험기간(시험 못치면 최악의 경우엔 유급해서 1년 더 들을 수도 있는데...)에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는데 혹시 편의를 봐줄 수 있느냐 그런 것도 물어보고
아무튼 다 조율을 끝내고 최종동의까지 했음. 근데 최종동의 확인 전화가 왔을 때가 하필이면 해부실습에 쓴 시신들 추스려서 화장하고, 위령제 지내는 날이었음 ㅋㅋㅋ 화장터에서 전화받으니깐 좀 묘하더라.
최종동의 하고 2주쯤 뒤에 근처 헌혈의집 가서 피 뽑으면 된대서 그 연락 기다렸는데
1주쯤 뒤에 전화가 오더라고
환자분께서 항암치료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조혈모세포 이식은 안하는 걸로 가닥이 맞춰졌다고. 정말 감사드리고 어쩌고어쩌고 조혈모세포 기증은 안해주셔도 된다.
그래서 기증은 없던 이야기가 됐지.
내 입장에선 뭔가... 묘한 기분이었음 ㅋㅋㅋㅋ 분명 나도 입원 안해도 되고, 환자분도 치료 경과가 좋은거니깐 논리적으로 따지면 윈-윈인 건데 뭔가 아쉬운??????? 그렇다고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라! 하는건 무지 질 나쁜 저주고
아무튼 그랬음 ㅋ
올..
의대 다니나 어째 내용이 그런느낌이다. 근데 조혈모세포가 혈액에 나오게 되는데 자연적인건 아닌데 부작용이 없나?
주사 맞으면 피곤하거나 근육통, 관절통 그런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난다네. 케바케라 어떤 사람은 그냥 운동 좀 한 것처럼 뻐근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진짜 뚜들겨 맞은 것처럼 들어눕기도 한대
기증하겠다 해놓고 갑자기 돈안주면 안한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으려나ㄷㄷ
크 인성갑 윾동님
빈사 상태 헬조선의 생명 유지 장치 같으신 분...
멋지다
존경한다
크으
ㅉㅉ 호구네 한 놈 보고 순가뉴열이올랐지만 닉보고 끄덕임.
와 어디 의대가 면역학을 그렇게 상세히 배우냐
올ㅋ
멋있는새끼
오늘자 헤븐조센 미담이 있다고 해서 와봤스무니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