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업해준 횽.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고마워. 

좋은 연극들이 많은데 홍보 부족으로 지나치는 것들도 많잖아. 갤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앞서 후기 써준 횽들도 말했지만 형식이 특이해. 어떤 횽은 문어체라고 했는데 그 표현도 맞고 나는 구연동화 내지는 라디오 드라마 같다고 느꼈어.

대사와 대사 사이에 지문이 있잖아. 그 지문을 그때그때 배우들이 읽어주듯 나레이션을 해.


예를들어 소설에서 


철수는 심심했어요. 그래서 영희네 집에 놀러가보기로 했죠. 다행히 영희도 집에 있었어요.

철수: 영희야 뭐해?

영희: 왔어? 

영희는 철수가 반가웠어요.


뭐 이런식의 (조잡하지만) 서술과 대화가 있다면 서술도 읽어주고 대화는 연극 하듯 나눠서 대사를 하고 하는 식.

특이하긴 한데 금방 적응되고 꽤 매력적이었어. 특히 어린 시절을 표현할 때 어른이 아이 역을 하고 아이들 노는걸 표현하는게 사실 좀 웃길 수도 있잖아.

근데 이걸 나레이션과 대화로 처리하니까 아기자기한게 오글거리지 않으면서 재밌더라고. 

무대 장치나 소품 없이 극을 끌어 나가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신선하고 좋았어.


내용은 주인공 세 남자와 한 여자애의 9살, 10대, 20살을 그려.

아래는 극세사 내지는 굵세사인데 스포라 할거 없으니까 읽으려면 읽고 말려면 말고 ㅎㅎ





9살, 1961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던 그 해. 전라도 여자애가 할머니를 따라 경상도로 이사오면서 시작해.

여자애 지영이는 무당 할머니의 손녀야. 그리고 전라도 엄마를 가지고 전라도 말씨를 써.

어른들은 무당이란 할머니의 신분, 그리고 전라도 사람이고 심지어 남편 잡아먹은 년의 딸인 여자애를 괴물이라고 하고 가까이 하지 말라고 애들을 겁주지.

하지만 어린 애들은 그런거따위 무시하고 친해지지만 어른들은 그 꼴을 못보고... 결국 할머니와 지영이는 그 마을을 떠나. 


그리고 몇년 후, (정확한 나이대는 내가 잘 못들었어. 16세? 19세? 무렵인듯)

지영이는 할머니와 다시 마을로 돌아와. 둘은 서울에서 지내다 와. 서울 말씨를 쓰고 할머니는 말끔한 양장 차림으로 요양을 왔다고 하지.

마을 사람들은 둘을 못알아보고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환영해. 참 우습지?

다시 만난 지영이와 친구들은 지영이의 서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시 신나게 뛰어 놀아.가슴이 쿵쾅대는 설렘을 느끼기도 하면서.


지영이는 서울 사는 삼촌이 말해줬다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해. 

애들은 그럴리가 없다고, 방송에서 말했다며 부정하는데 지영이의 '서울 사는, 테레비전 기술자인 삼촌'이 그랬다고 해.

얘들한테 텔레비전 = 어마무시한거. 텔레비전 기술자 = 하느님 친구 정도? ㅎㅎ

결국 진짜인지 확인하겠다며 서울로 가출을 감행해.

서울에 와서 만난 삼촌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음.. 70년대 깨어있는 사람들이 할만한 그런 소리. 누가 들으면 막걸리보안법으로 잡혀들어갈만한 그런 얘기 말이야.


결국 애들은 확실한 증거 대신에 방송에서 하는 말들,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진실일까, 여기에 의심을 해보는게 중요하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듣고 와.

지영은 그럼 우리도 방송을 해보자고 제안하고.


삼촌의 기술후원하에 아이들은 학교 방송국을 차리고 음악방송을 해. 신중현의 음악들, 핸드릭스의 음악들.. 

아이들의 신나는 한때는 '금지곡'을 틀고 있다는걸 알게 된 아저씨(남자애 중 하나인 동수의 아버지)에 의해 끝장이 나게 돼

그리고 지영이 무당 할매의 딸이라는걸 들키고, 지영은 마을 사람들의 냉대 속에 다시 사라져.



몇년 후, 1980년, 20살이 된 남자애들은 친구 동수의 군입대를 앞두고 산으로 여행을 떠나.

거기서 지영이의 서울 삼촌을 만나. 서울 삼촌은 결국 막걸리보안법에 걸린건지 간첩으로 의심을 받고 지리산으로 도피해 있었어.

삼촌의 무전기를 통해 아이들은 지영이와 다시 연락이 닿고 지영이를 만나러 가지...

삼촌은 무전기로 무전하는법, 방송하는법을 알려줘.


"씨큐씨큐, 여기는 우주에서 아폴로. 우주에서 아폴로. 응답하라."


그리고 지영이가 답해...




----여기서부턴 스포가 될 수도 있어. 알아도 상관은 없는데 모르고 보는게 더 울림이 크니까 알아서 스킵하려면 스킵해--------









"씨큐 씨큐, 여기는 광주에서 아폴로"



난 여기서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어.

1980년. 

5월.

그리고 광주.


광주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이 앞 내용이 뭔지 알게 되면서 이때부터 소름이 끼치고..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이들은 광주로 지영이를 만나러가고... 반갑게 마주하고... 그리고 모두 생각하는 그 일이 일어나.



애국가가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턴 정신없이 울었던거같아.


광주 항쟁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라면 알거야. 

애국가가 끝나는 순간.... 그게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사격의 신호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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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공연 보면서 오열하는 편은 아니거든. 다들 최루극이라고 하는 손순도 무덤덤하게 보고..

엠나비 보면서 마지막 버터플라이? 여기에서 울컥 하고

프라이드 보면서 실비아가 가끔 울리긴 했지만 손수건이 다 젖고 몸이 떨릴 정도로 울어본건 최근 몇년간 없었어.

근데 오늘은 그냥 막 안에서 뭐가 차올라서 밖으로 넘치는거처럼 눈물이 나더라.


음.. 난 정치에 관심도 많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관심 많아. 지지하는 단체에 후원금도 내고 집회 같은건 나이 서른 넘으면서 잘 참가 안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근데 정치적인 연극, 정치적인 영화는 별로 안좋아해.

하려는 얘기가 거대할수록 예술이 메세지에 함몰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

메세지를 중시 하다보니 연극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그런걸 아무렇지 않아 하는 태도가 실망스러워서.

대표적으로 영화 26년이나 작년에 본 연극 반도체소녀 같은거. 


근데 이 극은 그렇지 않아.

극 자체로도 아름답고 완성도 있으면서 남긴 메세지도 묵직해. 



뭐라 엄청 주저리 주저리 썼는데 뭔말인지 모르겠다;;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서 못올릴거 같아서 그냥 저장 버튼 눌러버릴래.

영업 덕에 좋은 극을 봐서 의무감에라도 빨리 후기를 남겨야 할거 같아.

내 후기가 다른 개롤한테 닿아서 한명이라도 더 이 극을 보고 감상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