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 기회는 줬지.

딱 혀에서 오잴한테 준만큼은 줬다.

오잴과 박뱅은 동기고 군대도 같이 가서 복귀 시기도 같았지.

그렇다고 오잴과 박뱅의 입장이 같았냐,,


오잴은 혀에서 자기만 잘하면 주전 꿰찰 수 있었어.

하지만 박뱅이 제대하고 복귀했을 때 그 팀의 주전 1루수는 페타지니였어.

당시 역대 용병 최고 몸값의 거물급 용병이었고 쥐팬들은 그를 신이라 불렀지.


기아가 구로연합으로 대박 친 걸 보고 쥐도 용병 투수를 2명 쓰기 위해

이듬해 페타지니를 포기했지.

그렇다고 쥐가 이 참에 박뱅 한번 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냐?

결국 택캡을 현금 주고 사서 1루에 박았지.

페타 내보내면서 그 자릴 메꾸려고 원래 쥐는 김태균을 놓고 일본구단이랑 돈싸움까지

했었어.

결국 안되니까 택캡을 사간거야.

택캡은 혀에선 외야수였으니까 외야수로 돌릴 수도 있다고 사정 모르는 사람은 생각할 수도 있어.

택캡은 오리지날 외야수 출신이 아닌데다가 수비만 보면 외야수로 쓰기 힘들어.

게다가 쥐에는 당시 크보 제일의 수비범위를 자랑하던 이댕이 중견수였어.

이댕을 밀어내고 택캡이 그 자리 차지하는 건 불가능해.

공격에서 이댕보다 더 올리는 생산성은 수비에서 다 까먹는데

뭐한다고 택캡을 돈 써가며 데려가서 거기다 박겠냐.

당시 쥐는 외야가 넘쳐서 대괄까지 수시로 1루를 보곤 하던 때야.


4년간 크보를 호령하고 메이저 진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박뱅이라면

"그깟 페타"고 "그깟 택캡"이지.

하지만 당시는 나만 잘하면 페타 밀어내고,아니면 택캡 밀어내고

"내가 주전 1루수다"라는 호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건 박뱅이 미친 넘인 거지.

프런트가 수십억 들여서 외부에서 힘들게 영입해서 주전 박은 선수를 무슨 수로

밀어내냐.

깨놓고 말하면 박뱅에게 준 타석 기회란 건 주전 체력 안배,일시 부상일 때 그냥 땜빵시킨 거고

땜빵은 땜빵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게 당시로선 밀어낼래야 밀어낼 수 없는 존재였거든.


거기다 팀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타자인 라뱅이 일본에서 복귀하지.

젊은 시절 호타준족의 외야수였지만 늙어서 주로 지명타자로 써야하는 타자야.

하지만 라뱅보다 쥐 시절 박뱅을 짓누른 건 아마도 최동수였을 거야.

그 넘이 데뷔 이래 2군과 백업만 전전하다가  제 동기들 다 은퇴하던 그때에서야

천신만고 끝에 주전 기회를 잡고 뛰던 넘이야.

 

박뱅이 혀로 넘어왔을 때 이 팀에도 최동수 같이 포지션 대선배가 있었찌.

숭캡,,

숭캡은 최동수와는 정반대로 데뷔 초년병 시절부터 주전 꿰차고 해볼 거 다해보고

우승반지도 많이 껴봤고 언제 은퇴해도 여한이 없는 선수였어.

최동수와 숭캡의 그런 차이가 박뱅에게는 실로 엄청난 차이였을 거야.

숭캡 은퇴식 하던 날 박뱅이 눈물 펑펑 흘린 거 기억하냐.

그 눈물이 그때까지 박뱅이 겪은 마음고생을 다 설명한다고 봐.


최동수란 대선배가 늘 눈엣가시처럼 자신을 대하는 팀에 있다가

혀로 넘어 욌더니 비슷한 나이의 숭캡이란 대선배는 엄청나게 반겨줬지.

(본인은 그냥 농반진반으로 던진 얘기일진 몰라도)

"야 인제 너 왔으니까 나 은퇴해도 되겠다" 이런 소리 했을 거 아냐.

실제로 숭캡은 박뱅 오고 일주일인가 얼마 안 있다 은퇴를 공식 선언했었어.

박뱅한테는 엄청난 차이였을꺼야.

쥐에 있을 때 박뱅을 짓누르던 압박감의 크기를 숭캡 은퇴식 때 보인 눈물이 증명하는 거지.

최동수를 디스하려고 하는 얘긴 아니야.

최동수 같은 입장이었으면 누구라도 당시 겨우 잡은 그 자리가 너무나 절실했을 거라

그 안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안봐도 비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박뱅 같이 프로선수치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가 쥐 시절 터지길 바라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지.

그리고 혀로 왔을 땐 너무나 극적으로 대비되는 좋은 환경이 준비되어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