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역시 국수지.

아무도 없는 지금, 후다닥 국물 내기 3형제를 꺼내본다.

배가…. 고파져 버렸다!




기왕 하는 김에 2끼 분량 육수를 해보려 한다.

보통 1인분당 500mL 정도면 적당한데 증발하는 양을 고려해 물을 2배로 맞춰주면 된다.




멸치와 디포리는 1:1 비율로 넉넉하게 한 움큼씩.




끓기 시작하거든 다시마를 빼고 마늘, 고추, 양파, 고소하게 볶아놓은 디포리와 멸치를 넣고 20분간 팔팔 끓여주면 된다.




감칠맛이 밋밋하거든 자연의 감.칠.맛을 사용하도록!

비슷한 원리로 처음부터 멸치를 갈아 써도 괜찮다.

만화 '라면 요리왕'에서도 나오지만, 분말을 내어 끓이는 게 훨씬 효율이 높다.




삶아지는 소면.

예전에는 끓어오를 때마다 찬물을 부어주며 삶았는데 사실 부으면 부을수록 익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고작 2~3분 삶는 면에 그 행위가 얼마나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처음부터 적당한 불 조절을 통해 빨리 꺼내는 게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물론 물이 끓더라도 냄비 바닥 쪽과 공기를 마주한 위쪽의 온도 차이는 분명 있다.

그래서 면을 잠깐잠깐 휘어져 줄수록 확실히 균일하게 익는 감은 있지만, 면에 탄력을 주겠다며 

젓가락으로 들었다 놨다 한다거나 찬물을 부은다거나 하는 일이 과연 합당한 행동인지 의문이다.


현대 요리에 절대적인 불문율로만 알려져 왔던 '고기는 빨리 구워야 겉이 바삭하게 되어 육즙을 가둔다'가 

실험을 통해 근거 없는 미신이 되어버린 지금 

(마이야르 반응으로 겉이 갈변화되건 말건 열을 가한 이상 육즙이 세는 건 똑같고

강한 불에 빨리 익히니 시간을 단축한 만큼 육즙이 덜 나가는 것), 

주방의 상식이 된 정형화된 소면 삶기의 기준도 그런식일 수가 있으니까.

일본의 라멘 장인들이나 이탈리아의 오래된 파스타 집 주방 풍경을 들여다보면 (물론 다큐멘터리로! 흐흐)

넉넉한 물에 시간 맞춰 삶을 뿐이지, 조리 도중 괜스레 면을 괴롭히진 않잖아?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내게 주부가 천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으아니! ㅋㅋ)

찬물에 전분기를 빡빡 헹궈준다.

소면을 바로 육수에 넣어줘도 큰 상관은 없지만, 식당 특유의 타는 듯이 뜨거운 면은 개인적으로 좀….

그래서 식을 줄 모르는 뚝배기나 돌솥에 담긴 탕은 내게 기피대상 1호다.

이런 걸 보고 고양이 혀(뜨거운 걸 못 먹는)라 그러던가?

하지만 너무 뜨거우면 입술만 아프고 식길 기다리다 면이 다 불어버리잖아.

식탁에 탁! 나오자마자 한입 크게 호로록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온도감이 나는 훨씬 좋다.




지단과 실파 정도만 팍팍 뿌려주면 '정말 평범한 멸치국수'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김 가루는 별첨이다.




반찬은 어제 남은 고추장 돼지 불고기.

평범한 멸치국수는 다 좋은데 너무 탄수화물만 있다.

고기도 같이 먹어주자.

파호후…. 쿰척 쿰척!




아! 드디어 배가 따뜻해졌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