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품이던 호불호는 있고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

이건 초연도 재미나게 잘 본 내 입장에서 재연 바람사 첫공을 보고 쓰는 글임을 전제로 둘게


우선 결과적으로...일단 만족스러웠음

초연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어버린 이번 연출의 욕심을 생각하면 프리뷰를 지나 더 버뀔 거라 생각하지만...첫공 재미나게 잘 봤다


무엇보다 스칼렛, 레트, 애슐리, 멜라니 네 주요인물의 캐릭터가 훨씬 명확해졌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흡족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T^T


각 캐릭터와 캐릭터간 관계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수정, 첨가된 대사와 가사들로

전체 스토리가 훨씬 친절하고 풍성해졌다는 것도



1) 스칼렛


- 1막 초중반: 어릴 때부터 손짓 하나만으로도 원하는 건 무엇이든 쉽게 얻어온 천방지축, 안하무인, 오만방자한 인물


- 1막 후반: 전쟁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살인까지 경험한 후 타라(땅)와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형성


- 2막 초반: 타라를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단과 억척스러움


- 2막 중후반: 홧김에 한 첫 결혼, 돈 때문에 한 두 번째 결혼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세 번째 레트와의 결혼으로 서서히 자기 안의 진짜 사랑과 진심을 깨달아감


이 과정이 초연에 비해 훨씬 잘 보였어

특히 1막 후반에 새롭게 추가된 전쟁씬에서의 드라마는 2막의 스칼렛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정도라

개인적으로 연출의 한 수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


처음 이성에 관심을 가질 무렵 주위에 있던 수 많은 남자들 중 가장 잘났던 남자가 애슐리라

그 사람 자체가 완벽하고 이상적인 남성관이 되어버렸는데

유일하게 가질 수 없는 남자기도 했던 지라 이게 사랑인지 집착인지 습관인지도 모르고 졸졸 쫓아다니다

결국 레트만이 유일한 사람임을 깨닫는 과정도 좀 더 납득이 갔어


"애슐리 넌 멜라니를 진짜 사랑했구나 이새끼야 그렇다면 명예에 대한 설교가 아니라 대놓고 난 아니라고 말해줬어야지

난 일생 허상만 쫓았네......흐흐...흑.....흑? 근데 왜 생각보다 슬프진 않지? 어? 나 애슐리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

................(뎅뎅!!! 머리 속 깨달음의 무음;; 종소리)..............레트!!!!!(전력질주로 달려감)"


시시각각 요동치며 변하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고 강단있게 연기해낸 지우스칼렛...나는 나쁘지 않았어

1막 스칼렛 넘버가 워낙 고난이도라 부분부분 쓰릴한 점도 없잖아 있었지만 전체적인 캐릭터 해석은 좋았단 거


그리고 이뻐...ㅅㅂ...사랑스러워...중간중간 기습적으로 십덕터져...영화 찢고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외모 싱크도 갑이었다...




2) 레트

스칼렛에 대한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이 훨씬/몹시/무척 잘 보임


- 1막 초중반: 타고난 전략가에 사업가 지는 싸움은 안하는구나 근데 이 새끼 진짜 스칼렛한테 첫눈에 뿅갔네? 너 걔한텐 질텐데...-_-


- 1막 후반: 스칼렛이 자기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란 것을 알고 스칼렛을 더 사랑하게 됐네 돌이킬 수 없게 됐어 ㅉㅉ...


- 2막 초반: 오랜 시간 마인드 컨트롤하며 스칼렛을 차지하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구나

(이게 진짜 전략가?! 독해...)


- 2막 중반: 스칼렛 옆에서 늘 불안해 하던 사랑의 약자(진부한 표현이지만...패스.....) 레트에게 보니는 사랑의 담보 혹은 안전벨트 이상의 거대한 의미였구나


- 2막 후반: 오랜 시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가 긴 시간 쌓아온 어마무시한 정을 다 소진했을 땐 엄청 냉정해지는구만

"내 알 바 아니잖아?????? 헿!!!"


그리고 초연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남북전쟁  반대 이유가 자세하게 나와

"남부는 북부와의 전쟁을 이겨낼 인프라가 전무하고 심지어 지리적인 불리함까지 갖춰 절대 승산없으니

명예니 뭐니 현실성 없는 꿈같은 얘기는 개나 줘 이 도련님들아" 랄까...ㅋㅋ


그래서 처음엔 참전하지 않다가 스칼렛을 타라로 데려다 주면서 전쟁의 실상을 직접 확인 후

뒤늦게 자원입대하게 되는 과정도 재연에선 더 이해가 편했어


심지어 초연에선 1막 마지막에 아니 저새끼 스칼렛, 멜라니, 아기 전장에 내팽개치고 왜 갑자기 자원입대?? 이랬는데

재연에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거든


다만 윤형렬의 레트는 1막에서 보여줘야 할 '수완 좋은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해 많이 아쉬었다...

(정도가 아니라 사실 1막 내내 너무 뻗뻗해서 개놀람...점잖은 레트를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 눈엔 우울하고 자신감 없는 레트로;;;;;;;)


그래도 2막은 1막보단 (상대적으로) 나았어

사업가 레트보단 사랑꾼 레트가 편한 게 아니었을까...=.=


내면의 속삭임: 여러모로 바뀐 내용을 연기하는 다른 레트들이 빨리 보고 싶다...




3) 애슐리

개인적으로 캐릭터상으로 초연과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애슐리 아닌가 싶음


- 1막 초반: 스칼렛네 동네에서 제일 잘생기고 집안도 좋고 심지어 부자인 킹카 어빠/

잘 배운 교양있는 인물이지만 가질 거 다 가지고 뭐든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자신만만한 인물/

그래서 처음 전쟁을 반대하는 레트를 지켜보는 눈빛을 보면 다분히 건방진? 레트를 내려다 보는 듯한 태도가 보여 ㅋㅋ


(멜라니가 죽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하는 게 1막의 애슐리를 잘 설명해주는 듯

서로 사랑했다기 보다 사랑할 기회를 줬다니 상하 종속관계 돋네;;싶지만 애슐리라는 존재가 그 동네에선 그랬던 거 아니었을까 허허)


1막 중반: 멜라니를 선택한 이유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초연보다 제대로 보임

초연에선 그게 모호해서 마치 스칼렛을 '나 갖긴 싫고 남주긴 아까워한다' 싶었는데(초연에 샹노무시키라고 내가 욕을 많이 했던 이유도 이거였지=.=)

근데 이번엔 아냐 나름 교양있게 확실히 거절했는데 역시나 스칼렛이 막무가내였던 거


2막 초중반: 전쟁으로 많은 걸 잃으면서 점점 유약하고 우울해짐

못 하는 거 없고 못 가질 게 없었던 잘난 인물이 결국 스칼렛 등에 업혀 "온 가족이 모두 신세나 지게 되다니"

아이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땅구덩이를 팠겠지

그래서 자기를 사랑하면서도 강한 스칼렛한테 계속 징징대 "난 못났어 난 다 잃었어 모든 게 완벽했던 과거가 그리워(쭈글)"

에라이 이놈아...-_-;

애슐리와 스칼렛 사이를 동네사람들이 불순하게 오해하게 되는 것도

징징거리는 애슐리를 스칼렛이 얼르고 달래주다가 그런 거였으니 에라이 이놈아!!!!!!!2222222(호통)


2막 후반: 유약한 쭈글이가 되어 하루 하루 버티고 살던 애슐리가 마지막 남은 멜라니까지 잃어버리며 한 번에 와르르르르~~~

대대적으로 가사가 바뀌면서 이번엔 '죽었어'가 '떠났어'가 되어버렸지만

극 기승전결을 통한 애슐리 캐릭터의 변화가 초연보다 잘 보여선지 마지막 '죽었어'가 재연에선 더 다가왔어


그런 의미에서 호불호가 나뉘어 후기가 올라온 건 알고 있지만 난 토슐리 좋았음


1막에선 자신만만/다분히 겸손함을 가장한 오만함까지 가진 애슐리였고

2막에선 모든 걸 잃고 힘 빠져버린 모온-난놈 애슐리로 전쟁 전후로 180도 달라지는 애슐리 캐릭터의 변화를 잘 보여줬거든


장작 패고 '스칼렛' 부르기까지가 늘어난 대사 만큼이나 전쟁 후 변화한 애슐리 캐릭터가 제일 잘 보이는 씬인데

낮아진 자존감도 보여줘야 하고...스칼렛에 흔들린 마음도 보여줘야 하고...

멜라니에 대한 신의도 보여줘야 하고...타라의 소중함도 스칼렛한테 일깨워줘야 하고...


바뻐...세상에서 제일 바빠...


그 한 씬에만 몇 개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지...연출이 애슐리한테 너무 많은 과제를 줬어...ㅋㅋ

일부 오글 거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건 배우 연기때문이 아니라 그 씬의 복잡다단함과 대사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씬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니(스칼렛 가사 바뀐 건 진짜 물개박수 ㅜㅜㅜㅜㅜㅜ) 프리뷰를 통해 조금 더 정돈이 되길 바랄 뿐이야

아니면 우다다다!!! 급하게 쏟아내지 말고 템포라도 살짝 늦춰 주던가


앞에서 얘기했듯 어제의 애슐리에 대한 평가가 한 목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다들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는 거니 나도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좋았단 거

초연에서 고정으로 놓고 돌았던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했음




4) 멜라니

위에 세 인물만큼 자세히 쓸 내용은 없지만 자애롭고 심지 굳은 여인이란 것

왜 애슐리가 스칼렛이 아니라 멜라니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좀 더 설명이 됐어


후반에 애슐리와 스칼렛 사이를 오해하던 레트에게 다시 한 번 스칼렛에게 다가갈 용기를 주는 것도 멜라니

주변 사람한테 심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는 강한 인물이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 씬이기도 했음


다만...진영멜라니는 모르겠다...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이긴 했지만 아~~ 모르겠다...

특히 출산하기 전 솔로 넘버와 진통이 오고 나서의 연기...

초연 멜라니들이 좋았던 건 솔로 넘버를 부르는 내내 조금씩 진통이 오고 있음을 살짝 살짝 보여주다

넘버가 끝나면 본격 진통이 와서 훅훅 라마즈 호흡...그래서 넘버도 씬 연결도 자연스러웠는데

진영멜라니는 모르겠다...넘버 부르는 내내 너무 씩씩하고 건강해;;;;;;

그리고 넘버 끝나면 갑자기 "으아ㅏㅏㅏㅏㅏㅏ음!!!!!!!!!!!!!!!";;;;;;


주절주절 좀 길긴 했지만 여기까지가 어제 프리뷰 첫공을 본 내 감상


애초에 원작의 방대함을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다 담는 건 불가능했을 거고

그나마 시대와 인물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씬 중심으로 잘 추렸다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에선 씬 전후 설명이 부족해 타임워프 수준으로 넘어간다 느낀 것도 꽤 있었는데

재연에선 그게 꽤 촘촘하게 보완이 되서 좋았어

그리고 그 보완이 다른 게 아니라 주요 캐릭터와 캐릭터간 관계의 보완을 통한 것이라 더 좋았음


여기까지!

아...아침부터 말이 길었다

그럼...오늘도 다들 좋은 관극하고 밥도 잘 챙기 묵고 댕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