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약간 도움을 줬던 노조가 있었어. 뭐 구고신 소장같이 노동법이나 노동조합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전물 만들어주고 디자인해주는 일을 해줬었어.

그 사람들은 비정규직이었는데 비정규직 보호법이 나오면서 도급업체의 정직원이 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고용 주체가 바뀐거지. 그래서 고용이 불안해지니 노조를 만들었는데 도급업체 사측에서 난리가 난거야. 처음에 6명이 시작했는데 노동사무소를 찾아 다니고 노조를 결성하려고 애를 썼는데 처음에는 좌절 될 수 밖에 없었어.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노조를 결성하는데 성공했고 사측 관리자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노조원이 됐던거야. 그때 플래카드와 홍보지, 노동조합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문서자업을 해줬는데 여전히 건재하게 노동조합이 돌아가고 있어. 그 사람들이 처음으로 빨간색 투쟁조끼를 입었던 날이 있었어. 각자 개성있는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그 사람들이 모래알 같아 보였어. 그런데 빨간 조끼들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알 수 없는 벅참이 느껴졌었어. 모래알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어느새 단단한 바위처럼 뭉쳐져 보였던거야. 무언가 무겁고 끈끈함이 느껴졌었어.


오늘 송곳의 마지막 장면이 오글거린다고 하는데 그 빨간 조끼를 입어보지 못한 사람일거야. 그걸 입는 순간 갑옷을 입은 것처럼 무언가 든든하고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연대감이 높아지거든. 캐셔로 일하는 여직원이 두려움 속에 빨간조끼를 입고 일어서 눈을 떴을 때 느끼는 그 감정 과장된 것이 아니야. 그것을 입어본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는 그 느낌이 있어. 경험 해보지 못하면 모를 느낌이기 때문에 오글거린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경험하지 못했으니 충분히 그럴수 있어. 하지만 난 그걸 보는 순간 감정선이 그대로 느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