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는 말을 참 빨리 배운다.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이 오래 전에 밝힌 바, 만 12세가 되면 새로운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무슨 뜻일까?  만 12세 이전에는 스폰지처럼 모든 지식을 photographic memory  로 머릿속에 담아 둘 수 있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능력이 있다. 극소수 지적장애아는 물론 해당되지 않는다.

1. 도대체 어떤 상황에서 아이는 "학습영재형 가짜 천재"가 되는 걸까?

실제 사례 A:  미모의 A 는 준 재벌가에 시집왔다. 준 재벌가 답게 아들을 원했고, 보란 듯이 딸을 낳았다. 남편은 해외출장이 잦아 한달에 한두 번, 한번에 3,4 일 밖에 못 보고, 육아는 오롯이 A 의 책임. 시부모의 눈초리가 차갑다.

우울증.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아이는 대강 먹인다. 파출부가 청소, 요리를 다 하니, 누워서 TV 만 보다가 자다가 깨다가 한다. 뉴질랜드로 아이 데리고 도피유학갈까? 캐나다로 도망갈까? 만념이 뇌리를 짓이긴다.

아이는 고독하다. 아빠는 거의 볼 수 없고, 엄마는 잠만 잔다. 파출부는 귀찮다는 듯이 나를 대한다.

그러다, A 는 유치원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5살짜리 동네 엄마가 자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수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 났군.

집에 와서 "기적의 연산법"을 가르쳐본다. 아이는 오랫만에 엄마가 자기 옆에서 대화를 나눠 주는 것이 너무 좋다. 놓치고 싶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엄마가 시키는대로 열심히 뭔가에 대답만 해 주면, 엄마는 하루종일이라도 옆에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는 누구나 있는, photographic memory 의 두뇌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연산능력은 엄마를 놀라게 한다. (어떤 아이든, 부모가 사실상 실종된 가정의 아이들은 유사한 능력과 집중력을 보인다)

"기적의 연산법"을 순식간에 끝낸다. 엄마는 흥분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 수학 천재 아닌가? 내친김에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와 전과로 가르쳐 본다. 이런! 천재 맞아!!! 1학년 1학기를 1 주일에 끝내잖아.

이 때쯤 되면 아이의 엄마에 대한 갈망의 정도에 따라, 어떤 아이는 하루 5시간도 공부할 수 있고, 어떤 아이는 하루 13시간도 공부가 가능하다. 이건, 뛰어난 집중력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계속된 부모의 부재(不在)가, 아이와의 애착(attachment)형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바람에, 아이는 엄마 혹은 아빠와의 정서적 유대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이다. 편집증적/비정상적 "집착"의 소치일 뿐이다.

쉽게 말해, 5살 혹은 6살 혹은 7살 짜리의 "놀라운 집중력"은 대부분 "일종의 정신질환"이고, 그런 가정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부모가 다 맞벌이든지, 아이는 입주 가정부 손에 아예 맡겨져 사육되고 있든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기르고 있든지 등의 비정상적인 상황인 가정에서 유독 "학습영재" 혹은 "정신병적 집중력"을 보이는 아이가 많다.

그런 아이들이 바로 부모들에게는 "천재"로 보인다.

2. 어떻게 이런 오판을 막을까?

우선, 10세 미만의 아이가 하루 2시간 이상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징후다. 하루 2시간 이상 "독서"를 하는 것은 괜찮다. 자기가 책이 재미있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공부와 "독서"는 분명히 다른 활동이다.

하루 2 시간, 심지어 하루 5시간 이상을 공부할 수 있는 10 세 미만의 아이, 더군다나 5~7세 아이가 있는 부모는 먼저 아이와 부모 모두 정신과 상담을 받아 봐야한다.

특히 아이의 지능검사가 필수다. 지능검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래도 100년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그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고, 또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가짜 천재 아동을 가려내, 아이와 부모를 모두 파멸에서 구해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만약 아이의 지능이 최상위 1% 정도로 나온다면, 미취학 아동이 하루 2시간 이상을 공부(독서가 아니다) 하는 건, 비정상이 아닐 수 있다.

최상위 0.1% 에 드는 걸로 결과가 나오면, 간혹 하루 5시간 이상씩 공부가 가능한 아이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아이에게서 하등의 정신과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역시 "극히" 드물다.

지능과 무관하게 미취학 아동들의 집중력은 20분을 넘지 않는다. 그 보다 더 길고 강한 집중력을 보이는 건, 천재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은 정신적 문제 때문이다.

제발, 내 아이는 천재라고 착각하지 말라. 천재는 교육제도와 무관하게 튀어 나올 때가 되면 튀어 나온다. 한국의 교육환경이 비록 입시위주, 암기 위주라서 창의적 인재 배출에는 좀 핸디캡이 있지만, 대신 엄청난 사교육과 교육열 덕분에 그런 핸디캡을 보완하고도 남을 "장점"도 많다. 특히 "천재성"이 있는 아이는 미국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더 초기에 좋은 자극을 많이 받는다.

오바마가 입만 열면 한국 교육을 칭찬하는 것도 전혀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왜 뛰어난 과학자가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이유는, 다른 글에서 지적했듯... 내가 보기엔...

1. 과학 교육이 너무 늦다 (초등 3년부터는 이미 늦음. 미국처럼 초등 1년부터 시작해야 함)

2. 초등 과학 교과서가 마치 암기 과목처럼 편집 돼 있다. 또 미국 교과서에 비해 과학 마인드 배양보다는 지식 주입쪽에 치우쳐 있다.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불충분하고, palladium 원소가 왜 자동차의 배기 가스 흡착기로 쓰이는지 따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선생도 모른다. 그냥 외우게끔 되어 있다.

3. 문화적으로 너무 "권위적"이다. 어른들 얘기할 때는 끼지 말라, 어른한테 말대꾸 하지 말라, "네 이놈! 건방진 자식!" 따위의 찍어 누르는 문화, 이건 치명적이다.


어휴... 한 30 여가지 이유가 있지만 쓰기도 귀찮다. 읽어줄 사람도 없는데... ㅋㅋㅋㅋ ...

다 그만 두고... 요점정리나 하련다.

1. 제발 당신의 아이가 천재라고 착각하지 말라.

2. 어떤 아이든, "부모의 부재(不在)" 속에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갑자기 부모중 누구라도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런 아이들은 모두 학습 영재 가짜 천재가 된다. 3개월안에 초등 3학년 수학까지 진도 나가는 건 비교적 흔하다.

3. 제발 엄마, 아빠 교육 좀 시켜라. 지능 검사와 가정 환경, 애착 형성도 (분리 불안이 있는가 없는가, 그 정도는 심한가 정도에 따라 판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귀하의 자녀가 "천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4. 천재의 발현시기는 정말 개개인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3살부터, 어떤 사람은 50 이 넘어서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러니, 끝까지 믿고 "애착형성"에 사활을 걸라. "암기 수학", "외국어로서의 수학"을 순두부 같은 두뇌에 억지로 꾸겨 박지르지좀 말고 !!!!!!!

교육자원부는 "천재로 착각하지 않는 비법" 같은 팜플렛이라도 만들어 국민 교육 좀 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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