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듣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좋아했고, 또 위로받은 매체는 라디오였던 것 같아.

 

이따금 라갤러들의 라디오 입문에 대한 추억글을 살펴보면 입문 방송이

고스나 라천 등등 레전드급 방송인 경우가 많은데 난 그때도 지금도 사실 그 방송들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으니까 같이 추억할 수는 없어 아쉽긴 하지만, 나름 지금의 20

중후반대가 학창시절에 많이 들었을 방송인 친친으로 라디오를 입문했었어

 

요즘 학생들이랑 얘기하면 진짜 깜짝 놀라는 게, 야자가 진짜 자율이라는 건데,

많은 라갤러들이 그랬었던 것처럼 딱 십년 전, 내가 고등학교 들어갔을 무렵만 해도

자율은 개뿔 야자는 필수였었고, 때문에 많은 학생들의 고민거리가 야자시간 저녁

7시 반-10시까지 뭘 하고 지내면 잘 지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일이었음ㅇㅇ

 

물론 2학년 2학기쯤부터는 pmp가 유행하기 시작해서 드라마나 애니 잔뜩 받아서

야자때 몰래 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노래나 라디오를 들었고,

당시에 메볼파와 친친파가 반반쯤 있던것 같은데 난 깐족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의

블로형이랑 조정린이 진행하던 친친파였음.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둘이서 연애 상황극은

잘했었고, 쓰라,투컷 나와서 조잘거리며 떠드는 게 너무 좋았어. 그때 막 클래지콰이 처음 알았고,

당시 장기자랑 하는 코너에 반 친구가 나가서 비트박스로 선물도 타기도 하고 물론 레전드급

방송으로 입문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참 좋은 프로그램으로 입문했다는 생각이 듦ㅇㅇ

 

그러다 자연스럽게 대학땜에 상경하게 되면서 놀고먹기 바쁘기도 하고, 그때쯤

친친에 블로형 하차하고 강인 들어오고, 또 태연 들어오면서 그땐 참 왜 그렇게 미련했지 싶을 정도로

당시엔 아이돌이 라디오를 진행하는 게 괜히 미웠어. 또 이따금 라디오 진행 중에 말실수했던 일들을

기사로 접하면서 괜히 잘 듣지도 않으면서 꼰대처럼 나의 친친은 이렇지 않다능!!하며 비난하기도 하고ㅇㅇ

지금 생각해보면 SM팬은 아니지만 슈키라도 그렇고 김희철 영스나 종현 푸른밤이나 친친 FM데이트까지

라디오에 호의적인 소속사 같아서 괜히 반가움 ㅇㅇ

 

무튼 그렇게 라디오를 또 한 두해 거르다가 군대를 갔는데

참 우연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사령부급의 호차병으로 이년동안 꿀을 빨았음. 나름 힘든 것도 있었는데

정상적으로 군생활 사람들에 비하면 참 편하긴 했음 혹한기 받기를 했나 유격을 받길 했나, 간부 공인으로

핸드폰 쓰고 차도 레토나는 무슨 체어맨 몰고 다녔으니까ㅋㅋㅋ 무튼 운전실력과 허리디스크를 같이 얻어온

군생활이었는데 군대에서 특히 호차병의 주요 업무는 운전이 아니라 대기임.

우리 사령관님은 새벽같이 출근하고 또 저녁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회식을 하신 덕분에

하루에 운전 제외하고도 대기하는 시간만 네 다섯 시간이었어.

하루 종일 폰 만지는 것도 한계가 있고(내가 일병 꺾일 때 쯤엔가 3g무제한이 나왔음) 그때

다시 생각난 게 라디오였어.

 

항상 듣던게 다섯시 반쯤 출근 차를 나가면서 MBC를 틀었어. 그때 나오던 게

"케쎄라쎄라~세상을 열어라~ 케쎄에에라쎄라~ 세상을 여는 아침!" 지금은 퇴사를 했던

최현정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세아침이었고 금방 세아침 가족이 됐어.

   

이건 여담으로 전역을 하고 한참 뒤의 이야기인데, 엠비씨 파업을 하고 있던 기간일거야,

세아침도 임시 디제이로 전환됐다가 나중에 다른 아나운서 분으로 바뀐 것 같은데,

사실상 DJ를 하차한 상태셨는데, 그날 9호선을 타고 가고 있는데 맞은편에 정말 우아하고 아

름다운 여성분이 앉아 계셨어. 검은 트렌치 코트를 입고 계셨는데 얼굴이 정말 낯이 익은거야.

설마설마 하며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다 핸드폰으로 급히 최현정 아나운서를 찾았어,

진짜 맞는거야! 그때부터 손발 부들부들 떨다가 아마 여의도로 가고 계셨던 것 같은데,

그 전에 내가 내려야 해서 노량진에서 나 내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혹시 최현정 아나운서님 맞으시죠?"

조심스럽게 고개 들고 맞다고 웃어주셨고 너무 흥분해서 저 세아침 가족이었어요!! 덕분에 많은 위로 받았습니다 힘내세요!”

하고 푹 숙여 인사하고 그대로 지하철을 내렸어. 얘 뭐지...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세아침 듣던 무렵에

여친이랑 헤어지고 참 힘들 무렵이었거든, 또 이전까지 라디오에 개인적인 이야기들 사연 보내는 거 잘 듣기는 했지만

내 개인사정을 방송에 사연으로 보내는 건 쫌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시절에 처음으로 답

답해서 세아침에 힘들다고 사연을 보냈었고, 최현정 아나운서가 크게 위로해주셔서 아침 댓바람에 엉엉 울고

그랬거든. 무튼 그래서 참 애틋하고 고맙고 감사한 분이었는데 이렇게 잠깐이지만 얼굴 뵙고 감사인사 나눌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그랬어.

 

쓰다보니까 대책 없이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쓸게 나중에 심심하면 또 써야지.

지금은 주변에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어서 라갤 와봤다

신나서 주절거려봤어 라갤러들은 라디오 무슨 방송으로 입문들 했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