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머인뱅 각본에서 중요한 점은 \'빈스 뒈졌으면 좋겠네\' 같은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라 덥챔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했다는 거임
펑크는 WWE에서 중용받지 못하는 위치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기로 결정함. 이때 한 말을 보면 \'물론 내가 떠난다고 해도 이 회사는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이 회사는 저절로 굴러가는 하나의 바퀴이고 나라는 작은 바큇살이 없어져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겠지.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난 WWE 챔피언쉽을 들고 떠나겠어\'
자신은 그저 체제의 자그마한 부품에 불과하다는 현실에 좌절한 그는 그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WWE 챔피언쉽을 선택함.
이때 펑크 입장이 딱 PPV 연패를 일년 가까이 하다가 캐피탈 퍼니쉬먼트에서 레이 미스테리오를 이기면서 간신히 연패를 끊은 상황이었음.
그런데 펑크는 그렇게 패배를 해왔음에도 자신이 최고라고 주장함.
물론 이건 각본과 현실의 경계를 깨부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허구한 날 패배하던 각본적 캐릭터가, 혹은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며 패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프로레슬러가 \'자신이 최고이다\'라고 선언할 때, 이건 어떤 절대적인 불변의 가치를 말하고 있는 거지. \'내가 패배할지언정 내가 최고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 펑크의 경우에서 그 불멸의 가치는, 자신이 최고의 레슬러라는 것은, WWE 챔피언쉽을 통해서 증명되는 것이었고.
빈스 맥맨이 CM 펑크를 출장 정지시키자 존 시나가 나와서 어째서 WWE 챔피언전을 취소하려고 하냐고 항의를 함. 이때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다가 빈스가 말하길
\'호건처럼 되려고 하지 말게.\'
저때 호건은 TNA에 출연하고 있었으니, 빈스가 그 이름을 방송에서 입에 올린 것도 충격이라면 충격이지. 호건이 TNA로 이적한 다음에 WWE의 오프닝 동영상에서 호건이 테드 디비아시로 대체되기도 했었고.
빈스가 이어서 말하길. \'착각하지 말게. 여긴 존, 자네 회사가 아니라 내 회사야. 자네 전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다 떠났지만 난 여기에 남아 있어. 호건, 브렛, 숀, 오스틴... 넌 네가 그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나?\'
존 시나의 대답.
\'알겠어요. 여긴 당신의 회사죠. 나 또한 대체 가능한 존재에 불과한 거죠. 나도 그건 압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매일 몸이 부서져랴 일하는 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WWE 챔피언쉽에 뭔가 의미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펑크가 이 WWE 챔피언쉽을 들고 가서 가치가 훼손될 것을 걱정하나요? 당신은 이미 그 가치를 스스로 망가뜨렸습니다.\'
그리고 벨트를 반납하고 떠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자 빈스는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면서 챔피언전을 다시 부킹한 다음에 존 시나가 패배할 경우엔 해고 당한다는 조약을 담.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펑크랑 시나가 완전히 다른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거.
한 명은 자신이 \'체제의 자그마한 부품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WWE 챔피언쉽을 들고 떠나면서 WWE에 잊히지 않을 충격을 남기려고 함. 그렇게 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나머지 한 명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언젠가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부품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음.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이 언젠가 소멸될지언정 지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기 위해서, WWE 챔피언쉽에 가치를 지키는 데 전념함. CM 펑크를 상대로 WWE 챔피언쉽을 지키는 것이 시나에게 역시 자아 실현의 방편인 거지.
이들에게 WWE 챔피언쉽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언젠간 소멸돼 버릴\' 체제의 자그마한 부품에 불과한 자신들의 실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WWE 챔피언쉽이기 때문인 거지. 이보다 더 나은 WWE 챔피언쉽 스토리를 뽑을 수 있을까?
일 년 뒤에 믹 폴리와 펑크의 대담에서 했던 말 \'통계 자료의 일부로 남고 싶냐? 아니면 전설이 돼서 영원히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거지. 언젠가 잊혀버릴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이거 모두 다 PG 등급에서 나온 거임. 굳이 멀리 에티튜드까지 갈 거 없이.. 오스틴이 이번 섬슬에서 루세프 경기를 까면서 \'여자 매니져들이 링 밖에서 뭔 일을 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그거에 신경 쓰다가 패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들이 승패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처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야 관중들도 승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했음. 오스틴이 지금은 스포츠 엔터테이먼트가 레스링을 덮고 있다는것도 마찬가지의 의미겠지. 각본은 승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조미료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바보 같은 각본 때문에 경기의 승패가 둥요해지지 않고 있다고. 순수한 레슬링 자체를 즐기는 라이트 팬은 얼마 없어도 그들도 결국엔 승패를 보러, 누가 강하고 약한지 결정되는 걸 보려고 덥덥이를 보는 건데 루세프와 라나 같은 바보 같은 각본은 레슬러들 자체를 바보처럼 보이게 한다 뭐 이런 얘기가 아닐까
리얼리티에라 라는 이름이 붙게 만든 전설의 각본
글 잘쓰셨네요. 진짜 백퍼공감함니다.. 그나마 짱구 세스 대립때 서로 덥챔 가치를 중시했다고보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하게 끝났으니 뭐.. 그뒤론ㅜ
추천수가 24인데 개념글 안 올라가네
레잘알 클라스...< 이들에게 WWE 챔피언쉽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언젠간 소멸돼 버릴' 체제의 자그마한 부품에 불과한 자신들의 실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WWE 챔피언쉽이기 때문인 거지. 이보다 더 나은 WWE 챔피언쉽 스토리를 뽑을 수 있을까? > 근데 님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뭔가 님 클라스를 보여주네
이 글을 읽다보니 오스틴이 매니아 오브 레슬매니아였나 그 다큐에서 한 말이 생각나네 < 우리는 레슬링이란 기계를 돌리는 연료와 같아. 수명이 다하면 버려지고 그 자리는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거지 > ㅠ
근데 머인뱅 스토리는 간신히 연패 끊고 입으로만 최고라도 떠들어대는 펑크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유니크'한 역사(사례)를 남기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란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핵심 gold 역할을 했던 덥챔의 가치가 더 빛났던 것 같음. 존 시나 역시 탑독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잘했지. 알 투르스와의 대립은 뻔하디 뻔한 쉬어가는 스토리이면서도 존 시나의 사내 위치를 엿볼 수 있었고...텐타임 덥덥이 챔피언!! 이 점도 강조를 잘했고
thanks
정말 좋은 글
무조건 개추입니다.. 그런데 케빈 내쉬랑 삼치때문에 망했습니다;; ㅜㅜ
시발 저게 4년전
크 레잘알 인정합니다만 과연 개덥이가 이걸 생각하고 각본을짰을지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