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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난 부족…이상적 바둑 둬보는 게 꿈”

신산(神算), 전대고수(前代高手)의 환생, 사람의 모습을 한 바둑의 신, 안개 덮인 태산(泰山)….
이제 갓 서른에 접어든 프로기사 이창호에게 따라붙는 최상급 수식어들이다. 그가 걸어온 바둑인생 역시 무협지에서 막 뛰쳐나온 듯 엄청나다.

16세에 스승 조훈현을 꺾어 국수위에 오르고 18세엔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해 세계 최연소 챔피언을 기록하며 ‘바둑의 황제’가 되더니, 지금까지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세계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명인·기성·최고위 등 국내외 기전 11개의 타이틀을 몽땅 휩쓸어버린 30세 청년, ‘이창호를 쓰러뜨리자’란 젊은 기사들의 구호는 10년째 진행형이다.
“이창호가 말주변이 없어서 인터뷰를 꺼리거든. 아마 (인터뷰) 하기 힘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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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이창호 프로에 대한 비유가 많습니다. 신산, 안개 덮인 태산, 사람의 모습을 한 바둑의 신 등.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그리고 특히 중국에서 이창호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창호=제게는 과분한 표현들 같고, 그 중에서도 ‘안개 덮인 태산’은 굉장한 칭찬으로 느껴져요. 아직 너무 과분하고 또 기쁘고 그래요.(이 별명은 이미 고인이 된 중국의 프로 7단이자 유명한 바둑필자였던 조지운이 붙인 것으로, 이창호의 바둑이 거대한 형체는 있는데 누구도 쉽게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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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다 이긴 바둑을 실수로 역전당했을 때 프로기사들은 죽고 싶은 심정이 든다던데, 이창호 프로는 어떻습니까.
이창호=솔직한 표현 같아요. 제 경우엔 머리가 백지가 되는 느낌이랄까…. 좀 괴롭지만 그건 내 실수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그걸 내색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자기 자신에게 화나는 거기 때문이죠.
(그가 시합 후 냉정을 잃은 건 단 한 번, 초등학교 때 나간 KBS 바둑대잔치. 그는 다 이긴 바둑에서 엉뚱한 수를 둬 결국 지고 말았다. 그러자 어린 이창호는 바둑판 위의 돌을 확 쓸어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대국장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전영선 사범에게 혼쭐이 난 후 그는 좀처럼 승패를 두고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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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예전엔 특별히 하는 게 없어서 오락실에 가서 전자오락을 했어요. 지금은 운동할 필요성을 느껴서 테니스도 치고 친구들과 술도 조금씩 해요.
김민배=예전에 탤런트 고소영씨를 좋아한다고 했던데, 고소영씨 닮은 여자친구를 구했나요.

이창호=(얼굴을 붉히며) 아니요, (들릴락 말락한 작은 소리로) 없어요.
김민배=나이가 30인데 집에서 선보라고 안합니까.
이창호=…. 아직까지 그런 기회는 없었고, 앞으로 그럴 수 있겠죠.
김민배=좋은 상대 나타나면 결혼해야죠.
이창호=상황 봐서 해야죠.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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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책을 많이 읽는다던데.
이창호=책 좋아해요. 요즘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트노트’를 읽고 있어요. 저는 책을느리게 읽는 편이에요. 역사책·고전이나 좋은 명언들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저한테 잘 맞는 거 같아요.
김민배=바둑을 안했으면 뭘 하고 있었을 것 같나요.
이창호=특별히 모르겠는데요. 일단 평범하게 학교 생활하면서 책을 좋아하니까 공부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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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용돈은 어느 정도 씁니까. 상금랭킹으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 1위를 하고 있는데, 돈관리는 직접 하나요. (이창호 9단은 2001년 상금으로 10억1800만원을 받아 바둑계 최초로 상금 1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03년에는 상금 9억400만원으로 랭킹 1위를 차지했다. 1986년 데뷔 후 상금 누적액만 최소 70억~80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창호=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 돈 관리는 제가 안하고 부모님이 하세요.

[송년 특별 인터뷰] 프로 기사 이창호
[주간조선 2005-01-03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