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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페라글 미안!!

올드위키드송이 막을 내리던 주말,
마슈칸이 스티븐에게 보라고 추천해준 그대로
(내 예매일 기준) '다다음주 수요일에 있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를 묶어서 보고왔어
빈 국립극장이 아니라 메가박스인게 아쉬웠지만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치정극인데 무대도 어두침침하고
아리아도 신경질적이고 어려운 데다 지루해서 피곤한 차에 꿀잠을...
(뒷줄 여자 둘이 간간히 육성으로 떠들어서 집중도 안됐고)

영화관이었지만 극에 맞춰서 우리도 인터미션을 가진 후에 팔리아치가 시작돼
두 오페라를 하룻밤에 연이어 하는거라 무대셋팅을 새로 하고
남자배우(가수라고 해야하나)가 두 극에서 모두 주인공을 맡아서
분장에 필요한 시간 약 25분이 인터미션으로 쓰이더라
그동안 영상에서는 배우들 인터뷰도 하고, 재단 홍보도 하고, 셋팅하는 스태프모습도 보여주면서 시간이 흘러가

팔리아치엔 유랑극단의 주인공 광대(팔리아쵸)인 카니오,
그 부인인 넷다, 넷다의 내연남 실비오(극단이 잠시 머무는 마을 주민),
넷다를 좋아하는 찌질남 토니오, 똑똑하고 침착한 베페가 있어
(베페 배우가 아시아계인데 경수베페 좀 닮음ㅋ)

오늘밤 공연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후 카니오는 사람들과 술집에 갔고
그사이 토니오가 넷다에게 들이대는데 넷다가 거부하자 겁탈하려다가 그것마저 실패하고
그 뒤에 찾아온 내연남 실비오와의 밀회를 훔쳐보고는 카니오에게 일러바쳐
마침 카니오가 돌아온 순간, 넷다가 "오늘밤 영원히 당신의 여자가 되겠어요"라고 말해버린거야
카니오는 분노에 차서 현장을 급습하지만 실비오는 도망쳤고
그놈의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넷다를 위협하지만
넷다는 죽어도 말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중
베페가 와서 카니오를 진정시키면서 예정된 공연시간이 다가와

카니오는 '공연을 하자, 넌 남자가 아니라 그저 광대야' 하면서 자신을 다잡으며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해
그때 스티븐이 315호에 들어오자마자 아아~ 하면서 부르는 아리아가 나와
"Ah! Ridi paliaccio, sultuo amore infranto.
Ridi del duol, Che t'avelena il cor!"
"웃어라 광대야, 내 마음이 산산조각 날지라도.
내 심장을 죽이는 고통에 웃어라"
마슈칸이 팔리아치를 보라고 한 의도가 단박에 파악되는 장면ㅠ
그리곤 1막 끝.

곧이어 시작한 2막은 유랑극단의 공연인데 하필 실제와 똑같은 상황의 연극인거야
넷다가 연기하는 여자주인공은 남편인 팔리아쵸가 외출한 사이 베페가 연기하는 내연남과 밀회를 하고
토니오가 연기하는, 여주를 흠모하지만 고백했다가 무시당한 얼빵남이 그걸 보는거지
희극이기 때문에 얼빵남은 순순히 찌그러져서 망까지 봐주고 남편이 찾아왔을때 여자편까지 들어줘

팔리아쵸는 광대니까 마누라가 바람났어도 허허 웃으며 용서해야맞는데
연극에서도 "오늘밤 영원히 당신의 여자가 되겠어요"라고
아까와 똑같은 대사를 하는걸 듣고는 이성의 끈을 놓고
무대위에서 실제 부부싸움을 하는거야
넷다는 애드립으로 잘 무마해보려고 하지만 카니오가 완전 돌아버렸으니 그게 될 리가 없지
결국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에 넷다는 거부하고
이번엔 진짜로 칼로 넷다를 찔러서 넷다가 쓰려져
객석에서 그걸 본 실비오가 저러다 큰일나겠다고 나서면서 정체가 드러나고
결국 실비오마저 죽이고서 팔리아쵸가 정신을 차리고 괴로워하는 순간,
팔리아쵸가 아닌 토니오가
"La comedia est finita!"
"연극은 끝났습니다!"라고 외치면
스티븐이 말했던 것처럼 커튼이 딱! 내려오고 극이 끝나

정말 2막은 대사 그대로 '희극과 비극이 공준하는 순간'이었어
마슈칸이 팔리아치를 보면서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켰을 모습이 상상되더라..
그리고 그 복잡한 감정을 스티븐에게 알려주고 싶었겠지

팔리아치는 컬러풀하고, 무대구성도 좋고, 소품도 많이 신경썼고, 연출을 현대적으로 잘 했더라고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노래와 연기가 정말 좋았어!!
팔리아치만 한번쯤 더 볼까 싶어~

315호 음대생들아, 마슈칸 교수님 말씀 들으러 가자
"제가 오페라에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게 될테니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