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에 작가 정규현을 읽은 후에도 비슷한 제목으로 감상문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작가의 생활과 집필을 주 소재로 다루는 두 가지 작품을 짧은 시간 내에 읽고 비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인의 범주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한 것은 아마도 이 감상문을 쓰면서 피치 못하게 작가 정규현과 빅 라이프를 비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제가 성인이라면 판갤을 할 리 없잖아요?
판갤러 여러분들은 이미 대부분이 빅 라이프를 읽은 이후일 테니 쓸 데 없는 짓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저번 감상문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이번에도 빅 라이프를 간략하게 추려보며 이 짧은 감상평을 시작할까 합니다.
빅 라이프란 제목의 소설은 안팔리는 작가 하재건이 작중 고인이 된 다른 작가의 힘이 담긴 유품들을 입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은 안팔리는 작가라는 자괴감과 열등감 같은 것을 품고 동창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작가" 이자 자신의 대학 동창, 과거 한 여자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등장인물 오명훈과 만나게 됩니다. 돈도 잘 벌고 드라마화까지 예정되어 있는 로맨스 작가에 대한 여자 동창들의 태도와 오명훈의 거만한 태도에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인 박정진은 그런 오명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요. 다들 2차를 가는 분위기에 하재건과 박정진만 따로 빠져나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오명훈을 에둘러 까는 모습은 동창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모습인데다 각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초반부터 명확히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극이 진행되며 여러가지 능력을 얻은 주인공은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집필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쪽도 작가 정규현에 못지 않은 속도로 잘나가는 작가가 되는 과정이 빠르죠. 다만 그 과정 안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작가 정규현보다 업계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세 지급 방식. 증쇄. 이북 수입 배분 등등을. 이런 부분은 역시 업계의 문외한인 저 같은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야기 초반인 현재는 주인공에게 특별한 시련이나 고난이 없이 순풍에 돛 단듯 세 작품을 연달아 대박친 흥행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설만이 아닌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일을 하기도 하고, 두 명의 히로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신경전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또한 예전에 그를 멸시했던 편집장과 출판사에게 소소한 갑질을 하며 엿을 먹이는 부분도 있었고요.
내용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여태까지 나온 것은 이게 전부거든요.
이제 빅 라이프를 읽으며 느꼈던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
우선 제가 느낀 이 소설의 장점부터 나열해볼까 합니다.
첫번째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명확하게 표현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주인공의 감정은 극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서 훌륭히 기능하고 있으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자른 짧은 문장은 몰입감을 더해주고 있지요. 캐릭터들도 괜찮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달해주고. 히로인(?)들 간의 은근한 견제 같은 것도 괜찮고. 가족 이야기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여태까지는 좋았습니다.
두번째는, 식상하고 많이 보아온 악역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찌질한 점이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는 이후 단점을 꼽을 때 마찬가지로 들어가게 될 것 같네요.
세번째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소설가의 생활이나 집필의 대가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디테일입니다. 앞서 말했듯 업계에 대해 문외한인 저에게도 흥미로운 소재였어요.
그 외에도 많은 장점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로 요약한 후에 개인적으로 단점이 아닌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로는, 주인공 하태건이 얻게 된 능력의 묘사가 과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에 일만자를 타이핑하고 오 분 만에 책 한권을 읽는다니. 이건 물리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잖아요...?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한 시간에 일만자를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 열 네시간이나 쉴 새 없이 몰아쳐 하루에 한 권을 만들고 일주일에 열 권을 만들다니, 정작 본인도 그렇게 쓰진 못하시잖아요...무리에요 이런 거. 오 분 만에 전공서적 같아 보이는 책 한 권을 전부 읽고 비문과 오탈자까지 지적하는 안경...? 으악!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이 부분만큼은 작가 정규현의 "책에 대한 정보가 게임으로 보이는 능력" 쪽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작가편의적인 판타지(소설아님ㅎ)에요.
둘째로는, 앞에서 장점으로 꼽았던 악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악역으로서는 훌륭할 정도로 기능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플라스틱 악역,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던 익숙한 악역,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여자 하나 때문에 주인공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집착하는...너무...식상해...
셋째로는, 글쎄 세 번째로 꼽을만한 단점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 되나요? 쒸팔. 굳이 말하라면 이 작품에선 "작가의 생활" 이나 "집필의 대가" 에 대한 것은 작가 정규현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작중 작가 본인이 집필한, 혹은 집필하는 소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이렇다 할 언급이 없이 넘어갑니다. 그 과정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시간 당 일만자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하루에 한 권이 나왔다. 끝. 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저 작가로서 성공하고 갑질을 위한 과정으로 가기 위한 단계이기 때문일까요?
단점들을 좀 더 자세히 적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점 투성이에 재미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런 단점들은 정말로 소소한 것들이고 극의 재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요. 빅 라이프는 확실히 재밌게 잘 쓴 소설이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되고요.
이제 빅 라이프와 작가 정규현을 비교해볼까 합니다. 제까짓 깜냥에 비슷한 소재를 두고 비슷한 시기에 연재하는 두 소설을 비교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하면서 볼 수 밖에 없잖아요. 판갤러 두 분이 쓰는 소설이고. 소재도 비슷하고. 저도 천성이 판갤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둘 중 더 재밌었던 쪽은 역시 빅 라이프였습니다. 솔직한 감상은 숨긴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어째서 빅 라이프를 더 재밌게 읽었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보잘것 없는 감상문을 읽는 판타지의 침략자님에게 일말의 도움이나마 될지도 모르고요.
짧게 요약하자면 "작가 정규현이 긁어주지 못한 부분을 빅 라이프에서 긁어주고 있다." 가 되겠네요. 아 존나 가려운데 손이 안 닿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조금 더 긴 효자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람.
어쨌든, 작가 정규현에서 너무 빠르게 월 삼천에 도달한 나머지 생략된 그 중간 부분이 빅 라이프에 있었고, 채워주지 못한 디테일이 있었으며 극에 몰입할 수 있는 명확한 감정선이 있었습니다. 가령 지난 감상문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 언급하자면, 작가 정규현에 나왔던 "여성 편집자" 와 빅 라이프에 나왔던 "여성 편집자" 는 그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며 그 감정을 뚜렷하게 표현한다는 점은 확실히 빅 라이프쪽이 더 좋았죠.
이런 부분들이 차이나는 것은 아마도 경험치의 차이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 십여 년 가까이 글먹한 디스 작가님과 글쓰기 시작한 지 이제 일 년 조금 넘었다는(맞나요?) 침략자 작가님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도 안 될 일이고요. 단순한 재미만을 논하는 거라면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어느 것이 더 좋은 작품이냐를 말하게 된다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것이지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그러니 혹여라도 이 보잘것없는 감상문을 읽으실지도 모르는 판타지의 침략자님이 실망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님이 못쓴 게 아니에요. 디스 아저씨가 더 잘 쓴 거지.
감상문이 취지에 맞지 않게 횡설수설하게 되어버렸네요. 이야기를 더 길게 늘렸다가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상황이 올 것 같아서 황급히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몰입해서 볼 만한 소설을 찾는 사람.
-조금 유치해도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이 명확히 표현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심심한 판갤러.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유려하고 섬세한 문장들을 좋아하는 사람.
-감정을 드러내기 보단 묘사와 서술로 은근하게 풍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
-심심한 판갤러.
요약하자면, 빅 라이프 재밌습니다 쒸발쉐리덜아~~
작가 정규현보다 낫다 판침자 쉐리야! 좀 더 대국적으로 쓰라 이기!
ㅇㅂ
읽으란 거야 말란 고야
ㅇㅂ - DCW
읽어 쉐리야
ㅇㅂ
이기...?
갓아재
니시오이신..하루에한권쓴다던데
"작가 정규현이 긁어주지 못한 부분을 빅 라이프에서 긁어주고 있다."
공감합니다.
정규현은 정규현만의 맛이 또 있는 법.. 저는 둘다 재밌음 :)
과거 무협작가 서효원씨... 돈 모자랄 때 방에 들어가더니 한 시간 후에 한권 써서 주고 돈 받았다는 풍문이...
ㅅㅇㄹ / 저도 둘 다 재밌게 보고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둘 다 재밌지만 빅 라이프가 아주 쪼끔 더 재밌더라구욧...
나도 감상 쓰려고 했는데 이 감상글과 거의 대동소이하니 따로 덧붙일 게 없음둥. 다만 굳이 한 가지 덧붙이자면 '빅 라이프'라는 제목이 요즘의 연재소설 시장에서 이목을 끌기에는 좀 임팩트가 약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요.
감평 죽인다. 둘 다 읽어본 내가보기엔 틀린말이 없는듯
ㅇㅂ
이거 읽고, 빅 라이프 읽는거 때려침.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