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술을 마시면서 맛이 어떠니 향이 어떠니 하다가,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 술맛이 그 술의 오리지널한 맛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에서부터  출발하여 술의 본연의 맛이란 무엇이며 과연 어디에서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도 시비를 걸 수 없는 그 술의 본연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공장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후 이번 주부터 한 군데씩 직접 방문해 보기로 하였으며, 우선 그 첫 목적지로 이곳 주갤에서 항상 뜨거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Ballast Point를 선정하였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공장 외관은 깔끔하고 모던하며, 내부의 테이스팅 룸도 근사한 모던바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정합니다. 정확히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운 탭들은 뒷쪽 창고의 케그와 바로 연결돠어 있는데, 창고에는 모두 75개의 케그가 있다고 합니다.

어렵게 방문한 자리인 만큼 Main Category는 일단 제쳐두고 Specialty Category 3가지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왼쪽부터 Thai Chili Wahoo White, Fathom Orange & Vanilla, Calm before the Storm 입니다(맨 왼쪽 거는 물이에요).

1. Thai Chili는 호가든과 유사한 컬러를 띠는데, 코를 갖다대니 시큼한 고추향이 확 느껴집니다. 비릿한 풋고추 향이 아니라 고추 장아찌 같은 잘 발효된 향입니다. 한 모금 머금으니 역시 매콤한 고추맛이 혀와 목을 즐겁게 하면서 입맛을 돋우어 줍니다.

2. Fathom은 오렌지향이 처음부터 올라오면서 긴 피니쉬까지 보여주지만, 상대적으로 바닐라 향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3. Calm을 마시면서는 맥주에도 color와 legs와 nose와 palate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명하고 매끈한 질감, 마시기 전부터 은은하게 느껴지는 커피향, 목을 타고 부드럽게 퍼지는 해즐넛향.. 순간적으로 버번을 먹고 있나 하는 착각에 빠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2번은 식전주로, 1번은 반주로, 3번은 디저트로 마시면 딱 좋은 조합이라 생각됩니다. 아쉬운 마음에 R&D Category도 한번 체험해 보고자 Cloudy with a Chance of Drizzle을 마셔 보았으나, 특별한 감응은 받지 못하였습니다. 같이 먹은 Truffle Fries의 향이 너무 강해서  맥주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된 것 같습니다.

시음을 마친 후 공장 내부를 견학하는 투어에 참가하였는데, 내부 방침상 사진은 별로 찍지 못하였네요. 대략 1초에 10병 정도의 맥주가 라인에서 생산되고 있고, 탱크 하나에 케그 3천개 용량이 들어가며, 현재는 미국 31위권이지만 조만간 탑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도만 알아 들었네요. 구체적인 맥주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은 한국말로 해 줘도 잘 못알아 들을 듯합니다. 그리고 Specialty 맥주들을 만드는데 여러가지 오크통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공장 한 켠에서 탭과 케그를 직접 만들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쓰는 용품들은 가능한 한 직접 만든다는 것이 회사 정책이라고 합니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 샾에서 바틀 오프너 2개 득템~~~. 여행 다닐 때 호텔방에 오프너가 없어서 별 짓거리를 다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에서 해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