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들 앙영. 

지난번 쓰다 날린 글을 짬내서 다시 써보려고. 


지난주가 우리집 똥고양이 입양한지 1년이 되는 날이었거든. 

생일, 처음 온 날, 입양 결정한 날 이런거 일일이 따지는 거 참 웃기지만 무슨 기념일이든 1주년은 큰 의미가 있는 거자나? 


내가 우리집 똥고양이를 어쩌다 만났고 어떻게 데려오게 돼서 입양하고 같이 살게 됐는지.. 아는 형들도 좀 있겠지만 모르는 형들이 더 많을테고, 병시나 궁금하지 않은데 왜 또 이런 추억팔이 지랄글을 싸냐;라고 하면 아이 씨바 디씨니까 내 맘대로 글 좀 찍 싸겠다는데 무슨 말들이 많ㅇ..가 아니라 전에 몇 번 얘기한 사연의 더 앞에 얘기도 있어. 


딱 마지막으로 추억팔이 해볼게.


사진은 몇 장 없고 글이 좀 장문이다. 

졸필이라 가독성 후달려서 미안;


 - 예전에 금소니 코이렌횽이 그려준 똥고양이 그림 :) 



2014년 10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이었어.


당시 나는 삶의 방향도 목표도 없이 그냥 꾸역꾸역 하루를 살고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고, 기세를 몰아 이민을 갈까, 더 늦기 전에 가고 싶은 업계로 다시 취업 준비를 할까 고민을 하던 시기. 출근하고 퇴근하고 술마시고 집에 와서 자고 다시 똑같이 반복하고.. 이런 잉여인간같은 인생을 살고 있었지. 


무슨 계기로 고양이라는 키워드를 구글링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엔X위키에서 타고 타고 들어갔었나? 아무튼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고 이런 저런 다양한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스코티쉬 폴드가 눈에 띡 들어오더라고. 오우 얘 신기하게 생겼는데 은은히 귀엽네; 하는 생각에 스코티쉬 폴드를 구글링 했지. 


그러다가 디씨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어떤 형이 올린 글이 뜨더라. 


http://gall.dcinside.com/cat/605951


용인 보호소에 스코티쉬 폴드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혹시 입양할 생각 있는 횽 있냐는 글. (저 글쓴형 본의아니게 저격 미안;) 글 아래 링크를 들어가보고 보호소 위치를 보니까 대충 어딘지 알 것 같더라고. 근데 걍 거기서 그러고 말았지; 


그러다가 며칠 뒤 주말에 성남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갈 일이 있었는데 버스 창밖 너머로 그 보호소가 보였어. 눈에 딱 들어오는 낯익은 이름의 동물병원이 있길래 '아 그 때 그 폴드가 있다던 곳' 하고 생각이 난거야. 


약속시간은 좀 널널한 것 같고해서 그냥 생각없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 그 병원에 들어가 공고를 보고 왔는데 혹시 폴드 볼 수 있냐고 선생님께 여쭤봤어. 그런데 없다시네. 이미 예전에 임보처로 갔고 또 입양을 갈 예정이라 하셨어.


어차피 사진으로만 보던 스코티쉬 폴드 실물이나 한 번 보자는 생각으로 간 거라 알겠다고 대답하고 나가려는데 거기 있던 한 여성분이 나한테 명함을 주시더라. 


지역 유기묘보호협회인데 여기 입양 기다리는 고양이들 소식 많이 올라온다고, 여기 한 번 가입해서 방문해 보라고 권하시더라고. 



 - 첫 외출 때 내 옆에 챨싹 달라붙어 있던 똥고양이;



또 생각없이 명함을 받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주머니를 터는데 그 명함이 띡 나왔어. 원래 그런 명함 처음부터 받지도 않고, 받아도 버리곤 했었는데 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명함에 적혀있는 커뮤니티에 들어갔지. 


가입을 하고 이런저런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 소식들을 보고 있는데 자원봉사자 모집 글이 있었어. 다음 주말에 보호소 대청소를 할 예정인데 그 날 가능한 분 있냐는 글. 어차피 위에 쓴대로 잉여인간같은 주말을 보내고 있던 와중이라 신선한 경험일 것 같기도 하고 또 처음 보호소에 간 날 몇몇 고양이들이 참 예뻤던 게 생각나서 덜컥 신청을 했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가방에 넣고 털레털레 보호소를 갔더니 몇몇 분들이 반기시더라. 별안간 웬 힘 좀 쓰게 생긴 털다리가 왔나 하셨겠지 아마도; 그 때 총.. 8명 정도였나? 아무튼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분들,그리고 남자는 나 하나 이런 상황이었거든. 


힘쓰는 일이나 높은 곳을 청소하면서 룰루룰루하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분이 케이지 청소를 하고 계셨나봐. 케이지를 청소하려면 안에 있는 고양이들을 다른 케이지로 잠깐 옮겨야 하잖아. 그런데 케이지 안에 있는 아깽이 두 마리가 하악하악거리며 팔딱거리고 있어서 좀 애를 먹고 계셨는데 그걸 옆에서 보다가 내가 또; 생각없이 그랬어. 제가 한 번 꺼내보겠다고. 



 - 당시 보호소에 있던 두 형제

똥고양이는 곤지암에서 치즈형제 넷과 함께 발견됐는데 치즈 세 녀석은 예쁘고 차캐;서 빨리 입양을 갔고 성격나쁜 치즈 하나, 성격나쁜 카오스 하나 이렇게 남아있었지 ㅋㅋ



처음 잡으려던 치즈 녀석(모짜)은 하악하악 거리길래 옆에 있던 다른 놈을 먼저 잡았는데 요놈이 날 멀뚱멀뚱 보면서 가만히 있더라. 발버둥도 치지 않고, 방금까지 하던 하악질도 안 하고 그냥 내가 잡아 들었는데 가만히 있었어 정말. 애가 너무 얌전하니까 나도 신기해서 요리죠리 돌려보다가 원래 넣어야 할 옆 케이지에 넣지 않고 내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봤어. 그래도 애가 얌전했어. 




 - 맞아 몇몇 형들도 알고 있는 이 사진이 그 사진이야.  

나는 우려먹을만큼 우려먹은 이 사진에 정말 애착이 많은데.. 왜냐면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우리집 똥고양이 첫 사진이거든 ㅎㅎ



다른 봉사자분들도 아유 얘 왜 갑자기 이렇게 착해졌냐, 너무 귀엽다, 예쁘다 사진 막 찍으시고 나보고 얘 그냥 오늘 데려가라고 농담조로 막 얘기하셨다.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지;


아무튼 여전히 난리 블루스를 춰대는 치즈 형제는 억지로 잡아서 옆 케이지에 넣고, 이 카오스 녀석은 잠깐 앞치마 주머니 안에 넣어둔 채 내가 직접 케이지 청소를 했지. 


뭐 그러곤 내 첫 유기묘 보호소 봉사활동은 끝이 났어. 청소가 끝난 후에도 몇몇 분들이 쟤 진짜 안 데려갈거냐고 웃으면서 얘기하셨지만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에 무슨 고양이 입양이냐고 손을 저었었지. 


그 날 이후에도 가끔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을 봤는데 어느날 글이 하나 띡 올라오더라고. 보호소 카오스 아깽이가 같이 있던 치즈한테 발을 물렸는데 이게 팅팅 부어서 고름이 막 나온다고. 봉사활동 하시는 분들 얘 발 상태 관찰 좀 잘 해달라는 글. 


글을 보자마자 아 그 때 걔구나 싶더구만. 카오스 아깽이는 걔 뿐이었거든. 


어이구 불쌍한 놈.. 하고 말았는데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았어. 형제 둘을 따로 격리할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보니 같이 있던 아깽이가 깁스한 앞발을 계속 물어 뜯었대. 그 와중에 또 케이지는 좁으니까 깁스한 앞 발을 물 그릇에 담그거나, 떵어즘이 가득한 모래 위에 굴러다니다가 그게 또 묻고 하다보니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입양이 되겠어? 카오스 인기 없잖아; 솔직히 형들도 인정하잖아;; 성격 별로에다 카오스, 또 발까지 다친 녀석을 누가 선뜻 임보하고 입양을 하겠어. 지금은 상황이 으마으마하게 나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 커뮤니티가 정말 작았거든. 입양은 커녕 임보 한 번 보내려면 지인의 지인의 지인까지 동원을 해서 겨우 임보처를 구하던 시절이니까. 


날이 갈수록 애 상태는 안 좋대고, 갈 곳은 안 구해지고 하는 상황들을 계속 보다보니 불쌍해졌어. 그래서 한 번 찾아갔다




 - 가니까 이러고 있더라.. ㅋㅋㅋ 



저 사진은 새 붕대를 내가 감아준 건데, 처음 본 붕대는 오줌 찌린내+똥 묻+좀 너덜너덜 상태였어. 불쌍해서 왔는데 직접 보니까 진짜 몰골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뒀던 측은지심을 후벼파서 꺼내더라; 


한 번 그 걸 보게 되니까 자꾸 생각이나. 처음 내가 잡아서 들었을 때 모습,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간 모습, 앞다리가 팅팅 부어서 깁스하고 있는 지금 모습까지 계속 번갈아가면서 생각이 나게 된거지. 


그 후에도 몇 번 오후 반차를 쓰고 찾아갔었어. 가서 쟤를 유독 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랬어. 괜히 그냥 꺼내선 뽀뽀하고 턱 긁어주고 배방구하고 품 안에서 쓰다듬어주고 막막 그랬다;


그래도 상태는 나아지질 않네. 당연하지. 케어의 첫번째는 깨끗한 환경이거든. 근데 환경이 썩 좋지 않다보니 계속 상처가 곪고 악화될 수밖에 없지. 처음에 물렸을 때 일주일이면 다 나을거다~했던 상처가 어느새 한 달짜리 치료를 요하는 상처가 되어버렸어.




- 오른발 쪽에 상처 보이지? :(



그 때쯤에 얘한테 정이 꽤 들어버린 내가 먼저 협회쪽에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어. 애가 상처가 참 안 낫는 것 같은데 다 나을 때 까지만이라도 내가 돌보면 안 되겠냐고 말했어. 


그런데 말이야. 생각을 해봐; 원룸 사는 독신+곧 무직+고양이 키워본 경험 없음 이렇게 삼단 콤보남에게 어떻게 쉽게 고양이를 맡기겠어? 지금 나래도 못 맡긴다 ㅋㅋ 내가 똥고양이에게 애착;이 좀 있는 건 협회 사람들도 알고 있었는데 그거랑 이거랑은 또 다른 얘기니까. 


쉽사리 컨펌을 못 받고 날짜는 점점 흘렀는데 내가 얘 때문에 계속 보호소 방문하는 걸 좋게 보신 분들이 계셨는지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결국 임보 허락을 받았어. 




 - 그리고 11월 12일 늦은 밤, 우리집에 똥고양이가 왔다. 



붕대를 계속 감아줘야할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얘기하길 좀 아물기 시작한 것 같으니까 일단 붕대를 풀고 경과를 보자고 했나봐. 


먼저 입양처에 가야할 녀석이 있어서 그 녀석을 데려다준 뒤 우리집에 협회분들이 오셨는데 이동장을 여니까 딱 봐도 참 애가 피곤해 보이더라. 2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있었댔나? 일단 준비했던 화장실에 녀석을 넣으니까 바로 볼일을 봤어. ㅋㅋ 볼일본 뒤 야무지게 모래 덮고 나온 녀석은 거리낌 없이 내 방을 뛰어다니더라. 


아니.. 보호소 케이지 안에 있을 땐 얌전하셨잖아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우렁차게 고롱고롱거리며 내 몸에 부비부비하고 뒹굴뒹굴하다가 살짝 들어서 저 박스 안에 넣어 주니까 곧장 곤히 잠들더라고.


협회 분들이 가시고 나도 피곤해서 곧장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는데 바닥 위에 놓여있는 상자 속에서 기절해있는 녀석이 또 안쓰럽더라. 적응은 문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래도 깨고 나선 어리둥절 할까봐 나도 바닥에서 잤어. 


그런데 아침인가 새벽인가 등 뒤에서 뭔가 뜨끈뜨끈한게 움직이길래 깼거든




- 뒤돌아보니 저렇게 달라붙어서 자고 있었음 ㅋㅋ


어이씨 뭐야 하고 쓰다듬 쓰다듬 하다가 불을 켜려 일어났는데





 - 우리집에 온 첫날 밤 사진입니다. 


이러고 누워있네 ㅋㅋ 와 진짜 신기하더라.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이렇게 귀엽구나 우와우와 하면서 옆에 누워서 뽀뽀하고 쓰다듬어줬던 기억이 난다. 


냥갤에도 글을 막 썼지. 찻집에 가입은 되어 있었지만 냥갤에 글을 막 써서 자랑하고 싶었어. 애초에 고양이에 티끌만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냥갤의 스코티쉬 폴드 입양글이었고, 디씨답지 않게;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당시 나는 순도 99.9% 냥알못이어서 냥갤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알게된 지식들도 많았고 말이야. 


그렇게 같이 살기 시작을 했는데... 


글이 너무 지루하게 길어지는 것 같고 나도 지금 좀 지쳐서 나중에 이어서 쓸게; 

잘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