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 시즌 성공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신속한 새 사령탑 선임으로 팀 분위기 쇄신을 이뤄냈고,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손승락, 윤길현을 영입해 취약점이던 불펜을 강화했다. 외국인 선수 3인방, 내부 FA 송승준과의 재계약으로 전력 누수도 막았다. 2차 드래프트와 FA 보상선수, 방출 선수 영입을 통해 유망주도 보강했다.

당장 내년 시즌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기대감이 커진다. 인색한 투자, CCTV 사태로 비난을 듣던 롯데 프런트가 모처럼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를 진두지휘한 이창원(56) 롯데 사장은 "이제 제자리를 찾아갈 뿐이다"며 고개를 젓는다. 합리적인 투자와 육성 시스템 강화, 프런트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칭찬 받은 스토브리그?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

- 스토브리그 결과에 대한 평가가 좋다.
"특별히 잘한 것도 없는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부담이 크다. 지난해는 어수선한 일들로 제대로 된 스토브리그를 보내지 못했다. 돌아보니 중요한 시기를 혼란 속에 보낸 것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의 원인 중 한 가지라고 생각됐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움직임을 했고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빠르고 내실있는 행보가 돋보였다.
"실무진에서 미리 계획을 하고 움직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 사실 이종운 감독 경질은 결코 성적 때문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이미 시즌 중에 인성과 실력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이 일치했다. 사도스키 코치가 재계약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 지난해 이맘때는 코치진 인선이 한창이었다. 새 코칭진이 마무리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크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부한다. 그동안은 지역 연고, 롯데 출신 지도자를 많이 영입했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더 우수한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처우가 좋아져야한다고 판단했다. 일단 이제부터 공동 숙소 제공을 한다. 지난 14일부로 기존 코치진과 계약도 마쳤다. 이전보다 좋은 조건이다. '롯데에 가면 지도자 생활을 할만하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향후 제안을 했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내외부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도 이뤄냈다.
"내부 FA던 송승준이 만약 다른 팀과 저울질을 하려 했다면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의 잔류 의지가 컸고, 구단은 그동안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실 그동안에 이런 저런 이유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송승준이 남아 준 것이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 외부 수혈은 처음부터 손승락, 윤길현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손승락은 뒷문을 든든하게 해줄 전문 마무리 투수다. 특히 윤길현은 기량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라고 판단했다. 물론 야수진 영입이 없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팀이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자를 했다고 생각한다."

- 오너의 지원 의지가 바로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무작정 몸값 높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인적 자원, 육성, 인프라를 모두 검토하고 큰 틀에서 결정을 내렸고 모기업을 설득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재력 갖춘 유망주의 성장 유도가 핵심

- 박한길, 최영환 같은 유망주 투수 영입으로 육성 강화 기틀을 마련했다.
"최영환 영입은 스카우트팀을 칭찬하고 싶다. 시장 상황을 잘 파악했다. 박한길도 현장과 프런트가 의견이 일치했다. 이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상동구장에는 삼성 BB아크를 벤치마킹해 전력분석실을 신축할 계획이다.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 다른 인프라 개선은 물론 코치 인원 확대도 논의 중이다. 시즌 전엔 전문가와의 제휴를 통해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체력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정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 '구단주 대행'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의사 결정이 신속해졌다는 평가다.
"중요한 부분이다. 빠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동빈 회장님께서 새 사령탑 선임과 FA 영입 사안으로 보고를 드렸을 때 실무진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바로 승인을 받았다. 일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 직접 조언하거나 방향을 제시한 부분이 있나.
"지금까지 해왔던 사고에서 탈피해주길 바라고 있다. 성적만 좋으면 관중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성적을 좋게 만들지, 어떤 서비스로 팬들을 만족시킬지 고민해야한다. 그러나 따로 주문한 부분은 많지 않다. 그저 어차피 해야한다면 시간 끌지 말고 신속한 의사 소통으로 결정을 해야한다고 했다."

- 이제 연봉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팀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활약한 선수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조언을 한 것은 있다. 친한 사이일지라도 협상 테이블에서는 존댓말을 하라고 했다.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질 것이다"

'프런트 사관학교'를 지향하다

- 스토브리그에서 얻은 수확이 있다면.
"과거 틀에 박힌 사고를 탈피해 얻은 좋은 결과로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과대평가도 경계한다. 원년 구단으로서 '프런트 사관학교'가 됐어야했지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돼야 스스로 보람도 느끼고 일에 동기 부여가 된다. 현재 인원 중에 사장이 되는 인재가 나와야 한다.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개개인이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 그래도 '또 속아본다'는 팬들의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실망만 시켜드렸다. 현재 팀의 현실이라고 인식해야한다. 하는 일에 대해서 과대평가되는 것도 부담스럽고, 고생하는 직원들이 과소평가되는 아쉬울 것 같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더욱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