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오히려 편집해서 이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김박 전작들 볼때도 항상 생각했던 건데

이 사람들은 너무 자기 이데올로기를 시청자들한테 주입함


케사 정도전이 왜 호평받았을까? 정도전의 천재적 혁명의지를 시청자들한테 잘 설득해서? 

아님

정도전이고 이인임이고 주조연 할것없이, 상황에 따라 억지없이 자기 감정 생각 자연스럽게 보여줬고 그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임.

작가는 자기를 한껏 숨기고 그야말로 캐릭터들이 실존 인물처럼 생동감있게 날뛰었지.



근데 김박 작품들은 언제나 기-승-전-작가야.

나는 가끔 주인공들 대사치는거 들으면 이게 정도전/이방원의 대사인지 작가의 대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

김박은 자기들만의 정치사상에 매몰돼서 그걸 캐릭터한테 주입하고 시청자한테 강요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전혀 존중하지 않음.



몇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는 그 시대 민초들이 힘없고 무지하고 항상 당하기만 했던걸 알고 있으니 

분이가 굳이 현대적 민주사상을 가진 극단적 여성으로 나오면서 민초 타이틀을 갖는데 반감을 갖는거고

(차라리 99번 당하고 1번 거세게 반항하는 민초였으면 더 공감가고 애틋하게 느꼈을 거임)


정도전이 뛰어난 개혁가인건 사실이나 그 역시 권력을 탐하기도 했던 공신임을 알고 있으니

마치 그가 70년대 민주투사처럼 올곧기만 하고 뒷방에서 정의만 좇는, 말많은 책사로만 나오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거지.



난 김박이 썼는데 "캐릭터들한테 도움이 안돼서 편집했다"는 그 장면들이 뭐였을지 솔직히 훤히 보인다.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정도전이 그 선구자였음을 보여주고, 이방원은 그 이전에 힘을 우선시하는 사람임을 보여줬겠지.

근데 그건 역사를 고증한 것도 아니고 극중 몰입을 위해 캐릭터를 살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작가의 세련되지 못한 자기주장일 뿐이야.

(개인적으로 나는 미실과 덕만의 정치학 토론이 제일 쓸데없이 느껴졌던 사람임)


이 드라마에서 지금 필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캐릭터들이 작가의 생각을 읊어주는게 아니라, 행동으로 표정으로 자기 주장을 해야함.

그래야 작가라는 장벽을 허물어내고 시청자들이 작품에 흠뻑 빠져들 수 있지.

진짜 실력있는 작가는 자기 할 말을 자기가 안 한 것처럼 숨길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함.




+

작가주의라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육룡의 인물 선정에도 다음과 같이 작가의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존인물- 권력층>

이성계 (용) - 힘 + 정의

정도전 (사슴) - 정의>힘

이방원 (이무기) - 힘>정의

-김박의 의도: 힘이 있어야 정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정의가 힘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인가 (참조: 공홈 프로그램 소개글)


<허구인물- 민중>

이방지 (매) - 힘 (관망자. 힘이 있으나 무기력하고 올곧게 쓰지 못하는 민중의 속성을 상징)

분이 (잉어) - 의지 (깨어있고 행동하는 민중이지만 의지를 이룰 힘이 미약함)

무휼 (호랑이) - 힘 + 의지 (각성 후) 

-김박의 의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요구되는 민중의 상은 어떤 것인가. (참조: 분이의 대사- "무사님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새 나라에는 무사님 같은 분들이 많아져야 해요.")


이런 구도라면 솔직히 분이 캐릭터가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그걸 너무 억지스럽게 끌어가는게 못마땅함.... 결국 작가의 역량인듯.



작가가 케사 정도전과 비교하래서 비교해보면,

정도전은 적어도 어떤 특정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드라마가 아니었어. 시청자가 스스로 느끼고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었지.

육룡이가 무리하게 허구 인물들을 집어넣고 실존인물들의 사상을 변형시켜가면서까지 집어넣은 주제의식, 

이번엔 시청자 설득에 실패하면서 무리수가 되고 말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