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이의 결핍과 보라의 결핍은 어느 면에서 보면 비슷함. 덕선이는 보라의 존재에 가려져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음. 왜 언니만 챙겨, 왜 언니만 칭찬해, 왜 언니만 봐? 나는 생일파티도 따로 못 하고. 마이마이도 못 갖고. 방도 따로 못 쓰고.(이건 보라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결핍은 덕선이의 대사에서 드러나지. ㅠㅜ 볼 때마다 슬픔. 부모님이랑도 상대적으로 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거고. 둘째, 그것도 끼인 둘째의 비애지. 언니는 내가 봐도 똑똑하고 엄마의 기대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 나는 괜히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은 약간의 자괴감도.

보라 역시 덕선이(와 노을이)의 존재로 결핍이 형성됨. 장녀라서 큰딸이라서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엔 단순히 대학이나 용돈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만 있는 게 아니었지. 예고를 보면 알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라도 스스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음. '인정받는' '믿는' 것과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건 아주 미묘하지만 다르니까.
큰딸로서 애교같은 건 쥐꼬리만도 없이 컸을 거고, 세상천치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동생들 보면서 마냥 한심한 게 아니라 부러웠겠지. 나도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음. 보라는 가정 내에서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좀 멀지. 든든한 큰딸이면 몰라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결핍을 채워 줄 존재가 나타나게 됨. 덕선이는 택이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되고, 어느정도의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겠지. 정환이의 소개팅 하지 마 발언으로 나도 사랑받고 있구나, 나를 그대로 좋아해 주는구나 느꼈을 거야. 그리고 오늘의 반장 사건으로 사랑스러운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인정받는' 덕선이가 된 거지. 여기서 덕선이의 사랑스러움이 증폭되고...ㅠㅠ미안 글 쓰는데 너무 좋다.
특히 정환이는 작품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덕선이에 대한 감정을 (약간이지만)보여줌으로써 덕선이의 저 '언니'의 존재에 의한 그림자를 벗어나게 해준 것 같음. 정환이에게 덕선이의 존재는 보라의 존재가 그림자를 만들기엔 너무 크지.

반면에 보라는 선우의 등장으로 한큐에 해결. 선우는 유일하게 보라를 '누나'의 포지션에서 끌어내린 애임. 아무렇지 않게 예뻐요, 귀여워요를 내뱉어 가며 누구보다 사랑스럽다는 듯이 봐 주지. 실제로 선우의 눈에 보라는 집에서의 장녀의 모습은 거의 없고, 굳이 그런 점을 말하자면 나보다 조금 성숙한 사람, 그래서 이런저런 말을 할수 있는 사람 정도임. 그 외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게 전부ㅋㅋㅋㅋ.
선우가 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인 게 다행인 게, 보라는 선우의 말을 들으면서 역시 결핍을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다고 봄. 사랑스러운 성보라.ㅠㅠㅠㅠㅠㅜㅠㅠ

어쨌든 결론은, 좋다고. 좋아 죽겠다고. 성자매의 결핍이 본질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사랑과 사람으로 채워지는 게 정말 큰 틀에서 연출 잘 잡았다고 생각해서 써 봄.

폰으로 써서 가독성 떨어진다.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