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롤들이 에쿠우스 자첫하기 전에 스포밟지 말래서 정말 스토리만 읽고 갔어.

원래는 창조주랑 갈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아버지랑 가게 된거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연 자체는 만족스러웠어.

뒤통수를 얻어 맞는 것 같은 센 충격도 느꼈고.

솔직히 1막 끝나고 직후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냥 당혹스럽기만 했는데,

2막에서 천천히 주제의식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나름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더라.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디서부터 정상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만 연출적 측면에서는 되게 당황스러웠어. 물론 동반인 탓도 있었겟지만...(에쿠우스는 나에게 있어 솔플 용인걸로;;)

뭐라 그러지, 생각해 보면 연출의 의도는 이해가 가는데, 문화충격 같은 느낌??

여지껏 내가 봤던 가장 센 수위는 엠나비였거든. 그래서 영화관이랑 마구간 신에서 좀 당황했어.

배우 입장에서도 쉽게 맡을 수 있는 역할들은 아니겠다 싶더라고.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아버지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거든.

전에 짘슈도 보여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별로 안 좋아하셨어서

이번에는 같이 프로그램 북 사서 조금씩 읽었는데 오히려 나보다 더 만족스러워 하셔서 좀 놀랐어.

그리고 내가 모든 캐릭터들에게 약간씩 이해 가지 않는 면이 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아버지가 자기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시더라구.


아마 모든 부모가 알런의 부모처럼 생각할거다. 내 자식이고, 조금 특별하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서 키웠다고.

그리고 또 세상의 모든 자식이 알런처럼 혼란을 겪었을 거다. 왜 어렸을 적에 선생님들은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불현듯 그들이 나와 같고,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혼란스럽지 않은 쪽이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 알런의 부모가 좀 미친 것 같았거든. 계속 성경 얘기를 하는 엄마라던가...교육을 제대로 안 했다던가...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나니까 알런의 부모는 그냥 최선을 다해 알런을 키웠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알런이 가진 에쿠우스라는 신은, 어렸을 때의 잘못된 교육이 만들어낸 정신병이 아니라 그냥 알런이 가진 개성에 더 가까워 보이더라. 마지막에 다이사트가 절규하면서 내뱉었던 말도 그렇고...

내가 알런을 정신병자로 보는 것 부터가 애초에 잘못된 가정이었을수도 있겠다 싶었어.


극 자체는 여러번 보고 싶을 만큼 매력있었는데, 극 보고 나니 기가 닳는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더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더라ㅠㅜ


후기랄것도 없는 뻘한 후기 읽어줘서 고마워. 개롤들 오늘 좋은 관극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