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보신분들은 알거임. 

캐릭터가 플롯에서 부여한 본연의 역할을 버리고 인간적인 정을 취하기 시작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단서인 경우가 많음. 
레아공주랑 껴안고 있는 한솔로의 얼굴을 클로즈업 할때 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음" 제국의 역습 본사람들은 그 유명한 철제 다리 미장센 나올때 
십중팔구 이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이 갔을거임. 

모든 고전 서사가 그렇듯 무슨일이 일어날지 감이 오더라도 
그걸 품위있게 연출하는건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가면에 대한 메타포를 계속해서 반복해 오고 있었음. 핀이 쓴 가면에 피가 묻고 각성 을 한뒤, 
본선에 돌아와 가면을 벗자 대장이 왜 벗냐고 빨리 쓰라고 함. 쓰자마자 바로 이어지는게 레이가 고글쓰고 있는 장면. 
하지만 레이에겐 언제든 벗을 수 있는 천 일뿐임. 
레이 역시 마스크를 쓴채 등장하여 망가진 우주선 밖에 나와 얼굴을 드러냄. 

(바로 그장면에서부터 집에 돌아가기까지 카메라는 3D IMAX만이 가능한 고전미를 뽐냄)


가면을 쓰고 벗는 문제는 고문씬에서 다시 중요해짐

레이를 고문하는 도중 가면을 벗자마자 몰래 야동이라도 보는 거 처럼 탐닉하던 카일로 렌은 

그녀랑 눈을 마주치고 얼마 안되서 흔들리기 시작함. 생긴것부터 불안한 연기 존나 잘하게 생겼음. 

결국 레이에게 포스에서 밀림. "너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구나" 

로 역습하니까 스노클에게 고래고래 일러바치는 초딩으로 변신. 


가면은 그에게 마치 어둠이자 절대반지와도 같음. 

사실 카일로 렌은 베이더와 달리 가면을 쓸 하등의 필연적인 이유가 없음. 의도적으로 쓰는 마스크 란거임. 

오프닝에서 막스폰시도우가 예고하듯 , 그에게 가면은 트라우마를 상징함. 

결코 렌 기사단에 속할 수 없다는, 베이더와 같은 힘을 가질 수 없다는 트라우마. 

나약함을 가려줄 무기. 왜 그가 아버지의 나약함을 멸시하는지는 속편에는 드러나려나? 


다시 다리로 돌아와 카일로렌이 한솔로와 마주할때 대사를 보면 

너무 훌륭해서 몇번을 곱씹어 보고 싶을 정도임. 

여기서 또다시 카일로 렌은 가면을 벗음. 선택의 시간임. 

조명은 비스듬하게 푸른빛, 보라에 가까운 붉은 빛으로 여러 색깔 아래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대사는 모두 "방법은 아는데 그럴 용기가 없다, 도와주실래요?" 연약한 아들을 표상하는 고백으로 들리지만, 

알고보면 그 모두가 아버지를 찌를 용기가 없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이중적 의미들임. 

모든 문장이 아슬아슬한 그 다리마냥 경계선의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음. 


관객들은 해리슨 포드의 표정으로 리액션을 따라가니까 

아 이게 넘어오는 구나 싶지만 (더 정확히는 속아주고 싶은거지) 

충전이 끝나자마자 어둠이 깔리고, 마치 골룸의 가면속 뒷모습이 나오듯 실랑이를 벌이다 아버지를 검으로 찌름. 이 모든건 빛에서 어둠으로 흐르는 

철저히 인위적인 무대위에서 캐릭터가 운명속에 갇힌듯한 심상을 상징함 


그리고 한마디, "땡큐". 스타워즈 사상 가장 극적으로 연출된 이 대관식은 아마도 시리즈 를 이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능할거임. 

해리슨 포드가 그토록 조지루카스 한테 자기 죽여달라고 부탁했다더니 30년만에 필모그래피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냄. 

(스타워즈랑 인디아나 존스 각 4편만으로도 배우 한명이 영화사에서 이룰 수 있는 업적의 극대치는 다 돌파한듯) 


베이더에 비해 카일로 렌이 약하다고, 가면은 왜 자꾸 벗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장면에서 '가면'이 지닌 메타포가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 못할거임. 


(핀 또한 가면을 내려놓는과정에서 유머라는 또다른 종류의 가면으로 존재감을 그려가는 인물) 


레이와 카일로 렌의 대결도 츄이가 쏜 총에 의한 부상과 레이의 각성이 억지로 설득력을 부여 한거로 보이지만, 

구도 자체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엔딩부와 같은 '설정' 으로서의 무대임. 

한 솔로의 양자 노릇을 하고있던 레이가 트라우마 가득한 진짜 아들을 앞에 두고 써클을 그리며, 

포스의 우위를 점하는듯한 구도를 보이는 순간 때가 됐다는듯 땅이 갈라짐. 

그리고 마지막 수련을 해야겠다고 스노크가 명하는 숏이 이어짐 

(숏의 이음새에 대해서 이 영화는 진짜 할말이 많음)


영화의 첫문장이 "Luke skywalker has vanished." 였음. 

이 영화 전체가 이 문장의 장엄한 그림자 속에 맥거핀으로 그 힘을 발휘하다가 

(나 설마 이대로 끝나나 했다) 마지막 순간에 

그 한 시퀀스로 일거에 나같은 인간들을 북받쳐 오르게 함. 

고도를 기다렸다 ㄷㄷ 때맞춰 존윌리엄스 옹이 일생 가장 밀도높은 오케스트라로 받쳐줌 


그러고보면 카일로 렌은 검을 건넬지말지 고민했지만, 레이는 검을 건네기 위해 온 소녀임. 

스타워즈 시리즈가 누구든 악이 될 수 있지만 선한의지로의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걸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 대비, 광선검 건네는 장면이 마치 에이브람스가 조지루카스에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짐 


워낙 떡밥에 강점을 보인 에이브람스지만 

그 떡밥을 이정도의 품위로 격상 시킨 작품은 깨어난 포스가 처음인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