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솜 인생자첫했어!

처음 가본 백암 아트홀 내부가 너무 예뻐서 관극하기 전부터 두근두근거리더라ㅎㅎㅎㅎ

솜이 너무너무 좋은 극이라 당장 포도알 먹어야 할 글이지만 써볼게..ㅎㅎ 만약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다들 보러 가라고 추천해주고 싶어. 아마 다들 다 보러 갈 거 같지만ㅎㅎ

 

극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초반에는 토머스가 앨빈에게 했던 행동들이 너무 과하지는 않았나 싶기도 했었어. 그런데 뒤이어 토머스가 내면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토머스가 하는 모든 말들이 너무나도 인간적이여서.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고개 끄덕이고, 안타깝고, 내 자신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랬어. 

 

나도 그럴 때가 있었거든. 어떤 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내 능력이 하찮아 보이고, 내가 재능이 없어보일 때가 있었어. 토머스처럼 나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꿈인 사람인데 그런 기분이 들 때의 비참함이 어떤건지 알고 있어. 동시에 앨빈은 토머스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잖아, 토머스 역시 앨빈에게 그런 친구이기도 했었고. 그런 친구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갖는다는 것도 그런 비참함에 한몫했을거고. 그래서인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변명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토머스가 너무 절박해보이고, 지쳐보이고 안쓰러웠어. 그 상태로 계속해 오다가 어느덧 한계에 다다랐는데, 그 한계의 순간에서 손을 내밀어준게 앨빈과의 기억이잖아. 굳어있거나 딱딱한 표정의 토머스가 앨빈과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웃고 즐거워하고 표정이 다양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어. 또 마지막에 토머스가 앨빈의 송덕문을 읽으며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앨빈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하며 끝나는 부분에서는 나 역시 너무 울컥했고. 그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토머스가 외롭지 않길 바랬어.


그리고 토머스는 계속해서 자신과 앨빈 사이의 틈이 언제 벌어졌던가를 말했는데. 나는 토머스가 앨빈더러 개성은 위험한거니 평범하게 묻어가자고 말할 때부터였던 것 같아. 그치만 그렇기 말한 토머스를 나쁘게 생각할 수는 없었어. 아마 토머스가 생각하기엔 그게 앨빈과 자신이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겼을 거고. 대부분의 사람 역시 그랬을거야. 나도 그렇고. 또 내가 본 토머스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스스로 많이 생각했을 거 같아. 그래서 토머스가 더 안쓰럽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하고.

 

앨빈에 대한 말을 조금만 해보자면, 내가 봤던 앨빈은 한 번도 토머스에게 화내지 않았어. 계속 대화를 하려고 했고, 같이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했고, 늘 곁에 함께 있길 원했었지. 오늘 앨빈은 자신과 보냈던 시간들을 책으로 만들어낸 토머스를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 한 것 같아 보였어. 단지 앨빈은 속상했던 것 같아. 더 이상 토머스와 함께 할 수 없고, 그 이유가 마치 토머스가 자신과 같이 있길 원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극을 보러 가기 전에는, 인물에 공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토머스에게만 공감할 것 같다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어. 그런데 오늘 극을 보니까 앨빈이라는 사람에게도 많은 공감이 됐고 동시에 그래서인지 앨빈이 대단해보였어. 누군가를 앨빈처럼 좋아하기는 쉬워도 그걸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마음을 지켜낸다는 건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걸 조금은 아니까. 토머스에게 충분히 화내고 섭섭함을 토로할 수 있던 순간에도 앨빈은 늘 웃고 되려 토마스를 위로했었잖아. 그만큼 앨빈에게 토머스는 절대적일만큼 소중했던 존재였던 것 같아. 그런 앨빈이 처음으로 토머스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순간은 앨빈 아빠의 장례식 때였지. 아마 토머스의 행동이 진심을 다하지 않았던 거라고 여겼을 것 같아. 그 때 쓸쓸하던 앨빈의 눈을 보면서 내가 토머스였다면..그 눈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절망스러웠으리라 생각해. 그리고 앨빈이 진정으로 바라던 건, 자신과 토머스가 늘 그랬듯이 같이 웃고 시간을 보내며 자신은 책방에서 손님들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주고 토머스는 책방 한켠에서 토머스와 앨빈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 그리고 종종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서..마음이 묵직해졌어. 그리고 앞으로의 토머스는 자신에게도 그렇고, 그가 써내는 글도 그렇고 앨빈이 바라던 대로 보다 솔직한 글이 되지 않을까 했어. 

 

보는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라는 느낌이었어.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토머스가 앨빈에게 왜 다리에서 뛰어내렸는지 물어볼 때, 앨빈이 그러잖아. 보지 않은 건 기억할 수 없다고. 그 순간 머리가 좀 뎅-하고 울리는 기분이었어. 비단 사람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에 대하는 내 태도에서, 나 역시 내 나름대로의 변명을 덧붙여가며 보지도 않은 채로 가만히 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마음이 가면 눈길이 가듯, 소중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늘 보고 있어야만 하는게 아닌가하는 약간은 복잡한 생각도 들었어. 소중하다고 늘 생각해도 언젠간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늘 안 좋은 결과를 부르잖아.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또 이건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나는 너무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동시에 이게 언젠가는 끝날 일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막역한 친구고 많은 것을 공유하는 친구라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 다른 일상을 공유하면 지금과는 같을 수 없겠지하는 그런 생각도 평상시에 한번쯤 하기도 하고. 아마 다들 그러리라 생각해. 말마따나 영원한 건 없으니까. 뻔히 아는 사실이지만 이것의 실제 모습을 보는 건 늘 슬프더라. 그런데 앨빈은 정말로 믿는 것 같았어. 톰과 자신의 모습을. 그래서 더 아팠으리라 생각해. 극을 보면서 토머스도 그렇지만 앨빈도 마음속으로나마 많이 안아줬어. 외롭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내가 봤던 앨빈은 그러면 다다다 달려가 또 토머스를 안아줄거 같아. 토머스도 아프지 말고 외롭지 말라고. 쓰다보니 또 울컥하는 거 같아ㅠㅠ

  

여튼 말로만 듣던 솜을 직접 보고 와서 너무 좋았고, 고대하던 나비를 직접 들어서 너무 행복했어ㅎㅎㅎ

많은 사람들이 솜을 보고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을 둘러싼 관계에 대해서,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에 대해서 반추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토머스가 앨빈, 그 두 사람의 기억을 오늘 같이 공유하고 올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진 날이기도 했고. 오늘도 날씨가 많이 쌀쌀하던데 다들 관극하러 다닐 때 따뜻하게 다니고, 추운 날씨이지만 솜처럼 따뜻한 겨울 관극하길 바랄게! 그럼 이만 포도알 먹으면서 사라질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