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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자리한 고동마을 근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너도밤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다.
 
 
 
울창한 초목 너머로 비쳐오는 새하얀 햇살은
 
 
어두운 숲속에 자리한 나무로 된 작은 사당을 비추곤 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사당이에요?"
 
 
라고 언젠가 아버지께 물으면
 
 
아버지는 저것은 숲속의 신을 모시는 사당이라고 말해주었고
 
 
같은 동네의 강집 할아버지는 숲속의 세레비라는 포켓몬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말해주었다.
 
 
 
시간을 여행하는 포켓몬
 
 
사람에게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숲속의 신은
 
 
자신을 발견한 사람에게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전해져온다.
 
 
 
숲 속을 뛰놀며 벌레들을 잡던 그 시절 어린 친구들에게
 
 
마을에 전해져오는 그 전설적인 신화는 마치 하나의 동경의 대상과도 같았다.
 
 
 
물론 그 어린 곤충채집소년 중에는 나도 존재하였다.
 
 
 
 
"내가 더 포켓몬 많이 잡았어!"
 
 
"나는 무려 파라섹트를 잡았다고!"
 
 
 
좀 더 위험한 포켓몬을 포획한 꼬마 한 녀석이 자신이 잡은 포켓몬을 들이밀자,
 
 
친구들은 일제히 우와-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강집할아버지가 하루에 한번 만들어주는 몬스터볼을 들고
 
 
우리는 그렇게 매일 포켓몬을 누가 더 많이 잡느냐를 겨루며 숲속을 뛰놀았던 것이다.
 
 
 
"그래봤자 전부 벌레포켓몬 뿐이잖아. 시시해."
 
 
아이들의 도토리 키재기는 계속되었고,
 
 
나는 그 꼬마들에게 흥미를 잃고 숲 속을 둘러보았다.
 
 
 
밀짚모자를 쓴 아이들을 제외하곤
 
 
숲속은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어디선가 부스럭대는 소리만이 고요히 들려올 뿐
 
 
숲 속을 스치는 바람소리 외엔 그 어떠한 것도 고요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순간 나는 한줄기 빛이 내리쬐는 곳을 바라보았다.
 
 
나무로 된 숲의 사당이 여전히 숲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그곳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아이들에게서 떨어져나와 그곳으로 향했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숲의 사당은 고개를 높이 들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작은 집 모양에 네모난 문이 달린 그 낡은 사당은
 
 
왠지 모르게 신비한 분위기를 나에게 주곤 하였다.
 
 
 
"숲의 사당에 관심이 많나보구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저 너머로 처음 보는 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나쁜 모습,
 
 
어린 나이에 느꼈던 낯선 노인의 모습은 나에게 그렇게 비추어져 왔다.
 
 
 
노인은 나무 그늘 너머에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뿜어내었다.
 
 
 
"...누구?"
 
 
나의 물음에 노인이 웃으며 나무 그늘에서 나왔다.
 
 
 
나는 무언가 두려움에 두어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숲의 사당은 매우 소중한 포켓몬을 모시는 곳이란다."
 
 
어느덧 사당 옆으로 다가온 노인이 나의 질문과 무관하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수염 지긋한 노인이 천천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무언가 두려운 기분이 엄습하였다.
 
 
 
"너는 세레비란 포켓몬을 알고 있니?"
 
 
갑작스런 노인의 질문에 나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침을 삼키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웃으며 다시 숲의 사당을 바라보았다.
 
 
"세레비란 포켓몬은 쉽게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단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노인의 말에 귀기울였다.
 
 
"모두가 그 모습을 찾고싶어하지만 말이지."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렇지? 꼬마야?"
 
 
 
그의 물음에 나는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었다.
 
 
"세레비는 소원을 들어준댔어요."
 
 
노인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그 사람이 소망하는 곳으로 여행을 보내준댔어요. 시간을 넘어서요."
 
 
 
나의 이야기에 노인이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웃었다.
 
 
노인의 웃음이 끝나갈무렵,
 
 
노인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그래. 맞는 말이지."
 
 
노인이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꼬마야, 너도 세레비를 만나고 싶느냐?"
 
 
그의 물음에 나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렀다.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노인이 나에게 다시 말하였다.
 
 
 
"진정으로 소망한다면, 만날 수  있을것이야."
 
 
노인은 웃으며 뒤를 돌았다.
 
 
"세레비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많지. 그들은 세간의 소문을 따라 세상을 돈단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떤 소문을 알고 있지?"
 
 
 
노인의 물음에 나는 망설이다가,
 
 
이내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안농을 다 모으면 세레비를 만날 수 있대요!"
 
 
노인이 지긋이 나를 바라보자,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음 말을 이었다.
 
 
"친구들이... 그랬어요.."
 
 
"호오.... 그렇구나.."
 
 
노인의 미소에
 
 
나는 왠지 바보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기분에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그의 다음 목소리가
 
 
나의 귀를 스쳤다.
 
 
 
"그래 맞단다. 안농을 다 모으면 세레비를 만날 수 있지."
 
 
그 한마디가 나의 뇌리에 강렬히 박혔다.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노인은 어느새 나무 그늘 너머로 걸어가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노인의 빛나는 미소가 마지막으로 나의 눈에 비쳤다.
 
 
 
그렇게 나는 묘연한 감정으로 조용한 숲속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야 뭐해!"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친구들이 나를 찾고있었다.
 
 
 
"왜 이런곳에 혼자 있는거야? 한참 찾았잖아!"
 
 
"응 미안."
 
 
친구들은 방금 잡은 뚜벅초를 보이며 웃었다.
 
 
"이번엔 풀 포켓몬이다. 어때? 부럽지?"
 
 
"너희들도 세레비 알지?"
 
 
 
나의 물음에 순간 친구들은 조용해졌다.
 
 
수근거리는 너머로 누군가 대답했다.
 
 
"당연히 알지."
 
 
"세레비는 내가 잡을꺼야!"
 
 
아이들은 다시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나는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 알프의 유적은 어디에 있어요?"
 
 
나의 물음에 장작을 정리하던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다.
 
 
"도라지시티 아래에 있지. 왜그러니?"
 
 
"안농을 보고 싶어요."
 
 
 
나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아버지는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안농? 갑자기 왜?"
 
 
"그냥... 안농을 보고싶어요. 신기하잖아요."
 
 
"세레비 때문이냐?"
 
 
 
아버지의 질문에 나는 깜짝 놀라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세레비에 대한 뜬소문은 내 어릴적이나 똑같구나."
 
 
아버지는 하하 웃으며 계속 말하였다.
 
 
"나때는 칠색조와 루기아의 깃털을 모아야 한다고 했단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
 
 
아버지는 그렇게 웃다가 이내 나에게 다시 말하였다.
 
 
"원래 소문이란건 다 그렇단다. 언제나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곤 하지."
 
 
아버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종류와 개수마저 확실하지 않은 안농을 전부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거기에 안농을 본적조차 없는 나라면 말이다.
 
 
 
"정 궁금하면 보내주마. 마침 도라지시티에는 좋은 학교가 있으니 그곳에서 공부를 하렴."
 
 
순간 들려온 아버지의 예상 밖의 목소리를 나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아버지의 흔쾌한 승락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후로 내 인생은 크게 변화해갔고
 
 
그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후로 나는 고동마을을 떠나 도라지시티에서 지내게 되었다.
 
 
도라지시티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고풍스럽고 역사가 깊은 건물들이 높게 들어서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공부를 하며 종종 알프의 유적에 찾아가곤 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에
 
 
칙칙한 바위산이 듬성듬성 솟아있는 그 황량함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언제나 그곳에서 나는 그 거대한 적막을 바라보았고
 
 
이내 그곳에 자리한 좁은 유적을 둘러보았다.
 
 
 
누추한 동굴에는 고대의 문자들이 즐비하였다.
 
 
어두운 동굴에 불을 밝히자,
 
 
한 무리의 새까만 것들이 마치 어둠 속으로 사라지듯 눈앞에서 흩어졌다.
 
 
 
나는 필연적으로 그것이 안농임을 알 수 있었고,
 
 
그때부터 안농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안농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야."
 
 
나는 종종 그렇게 학우들에게 말하곤 했다.
 
 
"하나의 포켓몬이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했거든. 분명 특이한 유전자구조를 갖춘것이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학우들 속에서
 
 
나는 마침내 안농 포획에 성공하였다.
 
 
 
어디든 벽에 달라붙은 습성을 지닌 녀석을 바라보면서
 
 
나는 인간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뉘어진 안농에게서
 
 
문자 창조의 영감을 얻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경이로운 모습에 매료하여 나는 그때부터 안농을 모으기 시작했고
 
 
돈이 들어오는대로 몬스터볼을 구했다.
 
 
 
어느덧 동굴에 자리잡고 있던 모든 안농을 다 잡아갈때쯤
 
 
나는 문득 어릴적 만나고싶었던 세레비를 다시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세레비.."
 
 
세레비는 모두의 꿈이었다.
 
 
모든 소년들의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그 만날 수 없는 환상의 생명체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은
 
 
그 누구도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포켓몬 도감을 덮으며
 
 
나는 도감에 자리잡은 수많은 포켓몬들에게 그다지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누구나 키우면 얻을 수 있는 포켓몬들,
 
 
강력하고 희귀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포켓몬들 
 
 
 
명절 특집 방송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칠색조와 루기아와 같은 성도 지방 신화의 대상은
 
 
더이상 나의 마음속에 크나큰 동경을 심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는 전설속의 세레비는
 
 
오직 시간속을 헤엄치며 사람들에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사람들은 세레비를 동경하는 것이다.
 
 
 
나는 포켓몬 도감을 밀어놓고
 
 
넌지시 내가 만든 안농 도감을 펼쳐보았다.
 
 
 
안농과 세레비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안농이 무엇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고
 
 
안농을 가까이서 만나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내가 정리한 도감을 바라보며 
 
 
그곳에는 그 누구도 정리하지도, 신경쓰지도 않았던
 
 
다양한 안농의 모습과 습성, 생태가 적혀있었다.
 
 
 
막연히 도감을 훑어보던 그 순간,
 
 
문득 그들의 유전자정보가 궁금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서야 나의 진로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안농인가."
 
 
나는 벽에 새겨진 문자들을 확인하며
 
 
지금까지 잡아본적 없던 마지막 안농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동자를 가진 안농은 파닥거리며 몬스터볼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무언가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적막한 바람이 다시 내 가슴을 스쳤다.
 
 
 
결국 세레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안농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지만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잠시 그 안농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알프의 유적을 나왔다.
 
 
 
이만 기차를 타고 관동지방에 자리한
 
 
'무지개대학'에 진학해야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그동안 정리한 안농들을 가지고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이미 졸업과 동시에 석사와 박사과정 진학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얻은 안농의 특성은 더욱 흥미로웠고
 
 
그것은 비단 나에게만 흥미로웠던 것이 아니다.
 
 
 
오박사와 더불어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했다.
 
 
어느새 수도없이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느새 학계의 주요인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냐는 거야."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공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시 이곳 알프의 유적으로 향하신거군요."
 
 
공박사의 질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렇지. 결국 나는 안농을 연구하는것이 더욱 보람차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적막한 바위산 투성이었던 알프의 유적은
 
 
어느새 수많은 연구원들과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어있었다.
 
 
 
잘 정돈된 길과 꾸며진 화원,
 
 
북적이는 사람들과 깔끔하게 복원된 유적의 모습은 예전의 그 황야가 아니었다.
 
 
 
"어릴적 안농을 잡으면서 무너진 동굴들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 필히 숨겨진 유적이 더 있을것이라 생각했지."
 
 
"그렇군요.."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면 좋은 답변이 되었나?"
 
 
나의 물음에 공박사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 분야가 한 사람에 의해 이렇게까지 발전한 원동력이 궁금했거든요."
 
 
공박사가 계속하여 말하였다.
 
 
"박사님은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 그다지 가치있는 연구도 아니었다고." 
 
 
 
파이프를 무는 나의 곁에서,
 
 
공박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박사님이 이룩하신 결과물들을 보세요. 세계의 명소가 된 알프의 유적, 그리고.."
 
 
나는 공박사가 바라보는 벽면의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정리한 안농 도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안농의 모습,
 
 
공박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그 누구도 정리하지 못한 이 수많은 안농의 모습들은 그야말로 세기의 결과물입니다."
 
 
공박사의 이야기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녀석, 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하는군. 그냥 좋아서 했을 뿐이야."
 
 
"아닙니다. 이것은 대단한 업적이에요. 그리고 최근들어 새롭게 발견하신 두 종의 안농.."
 
 
"쉿! 그건 아직 비밀이야. 다음 학회때까지 입이 근지러워도 참아주게."
 
 
나는 껄껄 웃으며 그렇게 책상 위의 서류를 들어보았다.
 
 
 
그곳에는 물음표 모양과 느낌표 모양의 안농이 그려져있었다.
 
 
 
"유전자지도를 분석하니 두 자리가 비더군. 이론상에서 존재하던 마지막 안농들이야."
 
 
 
나는 그렇게 웃으며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깊은 밤이 찾아오고,
 
 
나는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불 꺼진 조용한 유적의 모습은
 
 
먼 옛날 황야와도 같았던 유적의 모습과 흡사하였다.
 
 
사람 하나 없는 그 모습은 무언가 그리운 적막감을 나에게 주었다. 
 
 
'드디어 연구는 끝났어.'
 
 
하늘을 바라보자
 
 
빛나는 별빛이 밤하늘에 스쳤다.

 

 

나는 모든 안농들을 찾아내었고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안농은 없었다.
 
 
 
무언가 공허하고도 달콤한 공기가 코끝에 닿았고
 
 
오늘따라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정말로 아름다웠던 것이다.
 
 
 
도라지시티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던 나의시선 너머로 
 
 
저 멀리 초록빛 무언가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무언가 묘연한 감정과 함께 

 
 
조용히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눈앞을 가리는 나뭇잎들을 헤치며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그곳을 향해 마지막 걸음을 내딛자
 
 
 
나는 필연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바닥에 주저앉는 나의 시선 너머로
 
 
 
한번도 본 적 없던 생명체가 눈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초록 빛으로 빛나는 가녀린 요정의 모습,
 
 
 
"정말로 있었다니..."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세레비가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진짜였어."
 

 
절실히 원한다면 정말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어린 소년의 동경했던 눈동자는
 
 
한 평생을 지나서야 그렇게 세레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세레비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내려다보는 맑은 두 눈빛은 
 
 
마치 소원들 물어보는듯 하였다.
 

 

 

'...안농'
 


 
순간 오랜 시간 잊고있었던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안농을 전부 모은다면, 세레비를 만날 수 있어.'
 
 
 
아득한 기억의 파편 속에서
 
 
소년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나의 일생을 만들어준

 

 

그 순간이 그곳에 있었다.
 
 
 
떨리는 눈빛으로
 
 
나는 세레비를 올려다보았다.
 

 

 

"세레비.."
 


 
세레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주겠나?"
 
 
 
 
 
 
 
 
조용한 숲속은 변함이 없었다.
 
 
마치 기억 속을 거닐듯
 
 
나는 익숙한 나무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나무들은 거대한 나무 그늘을 만들었고
 
 
이따금씩 한줄기 햇살이 나뭇잎 사이에서 비쳐왔다.
 
 
 
반짝이는 햇살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작은 숲의 사당이
 
 
비추어오는 햇빛에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소년이 숲의 사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세레비를 바라보았다.
 
 
세레비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덥수룩한 수염을 대충 정돈하며,
 
 
나는 어린 소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숲의 사당에 관심이 많나보구나?"
 
 
 
순간 화들짝 놀라는 소년의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하였다.
 
 
 
토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모습
 
 
두려운 마음에 몇 발자국 뒷걸음치는 모습
 

흩날리는 나뭇잎이 가져다준 선선한 바람마저 익숙한 그 때에,
 
 
 
마침내 소년이 나에게 소리쳤다.
 
 
 
 
"안농을 다 모으면 세레비를 만날 수 있대요!"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 맞단다. 안농을 다 모으면 세레비를 만날 수 있지."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나는 그렇게 말하곤 뒤돌아 나무 그늘을 향해 걸어나갔다.
 
 
 
의아한 눈으로 소년이 나를 바라보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낡은 숲의 사당 곁에서
 
 
세레비가 조용히 웃으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세레비를 찾아서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