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좋아하던 선수는 이제 덥덥이에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배럿 퇴사 뉴스까지 보니까 이제 정말 뭔가 놓은거 같다. 미련같은게 사라진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심반 농담반으로 로만 레인즈를 공공의 적처럼 비판해왔지만 (실제로 비판할 거리도 많고)


이제라도 미련도 놓은 겸 로만레인즈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사실 이제부터 서술할 내 생각은


순간의 현자타임 흐름에 몸을 던져서 쓰는 글도 아니고, 나름 로만레인즈의 솔로 커리어를 지켜보면서 그 토대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1. 로만 레인즈의 가장 큰 장점은 하드웨어이다.


그렇다. 기호의 문제는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로만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덥덥이에서 탑힐을 맡기든 탑페이스를 맡기든 간에


가장 최적화된 하드웨어이고, 이는 그가 중립적 관점에서 볼때, 회사 내에서 촉망받는 덥덥이의 새로운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는


큰 토대라고 생각한다. 진성 레슬링 냄새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미국의 여러 인디단체들이나 신일본 같은 단체가 아니고


덥덥이라는 어디까지나 레슬링 기술을 수반한 엔터테인먼트를 극대화하는 쇼의 측면에서 볼 때


결국은 몸 좋고 키 크고 얼굴 잘생긴놈이 큰 푸쉬를 받는건 어떻게보면 지당하다. 내 기준에서 덥덥이는 레슬링 단체라기보단


레슬링을 빙자한 하나의 영화제작사이기 때문에, 영화를 제작할 때 중요한건 결국 각본 뿐만 아니라 그 각본을 받칠 배우도 중요하다.


근데 재밌는건 배우의 연기력이 좋고 나쁘고 간에, 일단 주연 배우의 얼굴이 괜찮으면 사람들은 그 영화에 호기심을 가지듯이


덥덥이도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고, 따라서 덥덥이 취향에 맞는 괜찮은 하드웨어를 가진 인물들에게 푸쉬를 줘왔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미형의 미소년 같은 캐릭터가 아닌, 덥덥이는 어디까지나 강인하거나 야성적이거나 상남자 돋는 마초적 캐릭터를 늘 선호해왔고


오스틴이 그랬고, 락이 그랬고, 숀마도 그렇고, 나쎄가 그랬다. 제각각의 특성은 달라도 큰 범주에서 덥덥이는 벗어난 적이 없다.


따라서 로만이 가진 하드웨어적인 측면, 즉 반반한 와꾸, 나름 훤칠한 키, 적당히 뻠삥된 근육질은 그 내실이 어떻든 간에 겉으로 보기엔


훌륭한 배우감이기 때문에 덥덥이의 수장인 빈스는 자신의 오랜 기간 페티쉬에 의거해 로만을 발탁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쇼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로스터의 실력 여부를 떠나 탑의 자리는 늘 하드웨어가 좋은 사람이 차지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로만이 앞으로 야유의 바다에서 벗어나 리스펙의 단계로 들어가려면 이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강점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2. 마이크 웍을 로만 본인에게 자율성을 보장하자.


우리가 브록 레스너의 입이 봉인당한 이유를 이야기할 때 늘 나오는 이야기는 브록의 외견과 너무나도 갭이 심한 그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언급하곤 한다.


즉, 1번과 연계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얼굴이나 몸이 아무리 받쳐줘도 아가리가 병신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리면 엔터테인먼트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고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건 작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매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내가 로만 레인즈에게 늘 아쉬운 것은, 그의 세그먼트에


그의 본심과 의중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는 것이었다. 여기서 잠깐 앰짱구를 좀 언급하고 가고 싶다. 사실 나는 앰브로스라는 선수에게 그닥 큰 관심이 없었다.


길거리 노숙자 같은 점퍼 패션에 머리는 늘 풀어져저 흐늘거리고 표정은 마약에 쩔어서 약젭을 연상시키는 듯한 그 모습은 솔직히 나에겐


어썸이 아니라 뭐야 저 이상한 새낀라는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나에게 딘 앰브로스는 선호하지 않는 선수 탑3에 들어갔었다.


그런 내 인상을 바꾼건 쉴드의 해체이후, 그가 보여준 세스를 향한 거침없는 욕설과 복수심에 불탄 세그먼트를 한 후였다. 그리고 이어진 세스와의 긴 대립은


앰브로스라는 선수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놨다. PG와 리얼리티 에라를 거치면서 각본과 쇼의 스토리에 대한 비중보다 선수 개인에 대한 조명과 선수의 무브셋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던 작금의 흐름에서 앰브로스라는 선수의 발견은 나로 하여금 "그래. 이게 덥덥이스러운 모습이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배우가 몸짓이나 표정으로 모든걸 설명하는건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고 결국 대사에 감정을 실어 전해야 영화의 분위기나 전체적인 흐름이 와닿는데


덥덥이라는 영화쇼에서 딘 앰브로스 같은 선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은 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그가 보여준 세그먼트, 프로모들은 영어를 배우는 입장인


외국인인 나에게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설득력이 강했고, 그 설득력에는 그의 진심이 듬뿍 담겨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것이야말로 리얼리티 에라였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는 나에게 옛 덥덥이 애티튜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리얼리티 에라에 충실한 인물이었다는 점 말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현 덥덥이 각본진은 앰브로스의 세그먼트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구나. 라고.


왜냐하면 옛날부터 덥덥이 각본진이 내민 세그먼트는 그 시대마다 회사의 방침에 맞춰 늘 스탠다드 규격에 포장된 세그먼트를 지시하고 있었고


이제는 패밀리쇼를 표방하고 있는 덥덥이 각본진이 딘 앰브로스같이 과격한 세그먼트 각본을 써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마 기본적인 방향지시만 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딘 앰브로스라는 선수 혼자서 채워놓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로만 레인즈에게 아쉬운 부분은 각본진이 제발 그에게 세그먼트에 있어서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똥같은 세그먼트가 나올 것이다. 프갤러들이 말하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좆같은 표정도 함께 첨부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 또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오스틴이 처음부터 간지 세그먼트를 좔좔 뽑아냈다고 생각하는가? 락은? 링마스터 시절 오스틴의 마이크웍을 들어봤는가?


밀리언 달러맨이 밀리언 달러벨트 수여를 위해 링마스터를 불러내고 이후 링마스터는 자신의 소감을 주저리 밝히는데 단 10초도 듣기 힘든 마이크웍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고 갈고닦은 이후 나온것이 우리도 아는 3장 16절 세그먼트였다.


락은 어떠한가? 락키 마이비아 때를 다들 기억하는가? 진짜 내가 본 덥덥이 기믹중 최악의 탑 3에 들어갈 수 있는 기믹이라고 자부한다. 그런 락도 새롭게 자신의


캐릭터를 연구해서 간지나는 흑인 슬랭어를 구사하고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를 양산해낸 마웍의 신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위의 두 경우는 에티튜드 에라라는 특수한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극한으로 끌어올린 자극적인 캐릭터와 각본이 있었기에 나온 산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리얼리티 에라다. 지금의 추세는 선수들이 본인의 실제 일면을 캐릭터에 녹여내서 만들어 낸다.


우리가 로만 레인즈에게 불만인 부분은 늘 그의 기믹과 맞지 않는 말과 행동들이었다. 왜냐하면 이건 로만이 스스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덥덥이에서 하사한


각본이기 때문이다. 해체한 쉴드의 정통성을 이어받았음에도 테마곡만 쉴드의 오마쥬이지 그의 기믹에는 정의의 사냥개 쉴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로만 레인즈 자체의 모순은 결국 그가 솔로 커리어를 나아감에 있어서 새롭게 그의 기믹을 재정비하고 어떤 어투와 어떤 단어를 써야하는지 스스로 연구할


실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만이 입을 열고 말하는게 일반적으로 어색하진 않다. 다만 그의 기믹에 맞지 않을뿐.


따라서 계획적으로 육성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율적으로 그에게 연구와 실험의 기회를 주는게 나는 더 옳다고 생각하고, 덥덥이는 늘 이런 예상치못한 조치에서


답을 얻어내곤 했다.



3. 그에겐 몇가지 무브셋이 더 필요하다.


이 긴 글의 마지막 파트이다. 로만 레인즈의 슈퍼맨 펀치는 구사력이 구려서 그렇지 사실 엄청 매력적인 시그니쳐 무브다. 즉발적으로 들어가는 타격기이기 때문에


반격에 용이하고 따라서 가끔씩 멋진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무브이다. 스피어의 화끈함과 Outta nowhere 스러운 시전은 이미 우리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로만에겐 정말로. 정말로. 몇가지 무브들이 더  추가되어야만 한다. 이를 로만 레인즈 개인이 너무 바쁘기때문에 구사를 하지 않는건지


아니면 덥덥이에서 일부러 이걸 막는건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 FCW 시절 로만레인즈는 지금의 로만 레인즈보다는 더 다양한 기술을 보여줬던걸로 기억한다.


타격기를 기반으로 한 브롤러 스타일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삼치를 보고 무브셋이 적니, 레슬링을 못하니라고 욕하진 않지 않는가.


링마스터를 벗어던진 오스틴에게 스터너만 박는 기계라고 욕하진 않지 않는가. 브롤러는 브롤러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로만은 개인의 욕심인건지 회사의 욕심인건지


이도 저도 아닌 브롤러도 아닌 테크니션도 아닌 어정쩡한 레슬러의 위치에 서 있다. 사실 로만 레인즈 본인에게는 브롤러처럼 터프하고 화끈하게 싸우는 것을


더 추천하지만, 본인 마음이니까 이것은 넘어가고. 하지만 그냥 평범하게 적절히 섞은 하이브리드형으로 가고 싶다면 진심으로 로만 레인즈는 무브를 몇가지 더 넣어야한다.


공중기는 필요도 없고, 서브미션도 필요 없다. 그에게 필요한건 소위 덥덥이가 밀고있는 "POWERHOUSE" 기믹에 맞는 슬램류들이다.


메가리 없이 들어서 던지는 바디슬램 말고, 나는 로만이 사이드 워크 슬램이나 파워슬램 혹은 폴 어웨이 슬램도 괜찮은 것 같다.


사이드 워크슬램은 바리에이션이 다양하지만 나는 사이드 워크슬램 중에서 달려오는 상대를 빠르게 들어 반바퀴 들면서 바닥에 내리꽂는 형태를 제일 좋아한다.


전성기시절 케인이 참 맛깔나게 잘썼는데, 로만에게도 장착시키면 로만의 경기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메가리없이 달려오는 상대에게 한없이


크로스라인을 박는것보다는 더 보는 맛이 있지 않겠나 싶다. 파워슬램도 로만의 파워하우스 이미지에 제격이다. 그는 이미 사모안의 상징인 사모안드랍을 쓰니까


여기서 슬램류 2가지정도만 더 추가해도 더 경기를 보는 맛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의 슈퍼맨 펀치 - 스피어 식의 시그니쳐 -피니셔 연결 흐름은


너무 작위적이다. 이 부분은 로만 개인이 동선을 새롭게 짜든 아니면 무브를 중간에 하나 넣든 해서 보완을 해야하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은 본인이 스스로 깨닫기 힘들기 때문에 옆에서 멘토가 지적해줘야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멘토가 현 덥덥이 내에서 잘 보이지가 않는게 문제랄까.







이상으로 로만레인즈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이다. 사실 아직까지 로만 레인즈를 고깝게 보는 시선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로만 레인즈가 탑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그가 어떻게 하면 그나마 지금보다 덜 욕먹고 그나마 구색에 맞는 단체의 탑 자리에 어울리는 레슬러 겸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의견이 모여져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가 세스나 딘 못지 않은 포텐을 가진 유망주라고 늘 항상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곤란하다.


내 긴 잡설을 읽어줘서 고맙고, 이제 나는 킹 배럿 영정사진에 제사나 지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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