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은 줄곧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간의 밀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밀도가 꽤 높아져
끙끙 앓아가며 짝사랑한 여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한다는 이야길 듣는다면,
아끼는 동료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는걸 알게 됐다면 오늘의 밀도는 확연히 달라지지.
내가 발로 뛰어서 하루를 바꾼다면, 그 사람을 살릴 수 있을테니까.
많은 타임랩스 드라마들이 결국 지나버린 하루하루들이 얼마나 중요한 오늘들이었는지 강조하는 것도
결국 시간의 일방향성 때문이라 생각.
시그널은 지극히 판타지에 기초한 드라마지만 그럼에도 과거에 대한 미련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이미 사건이 일어난 어제의 슬픔을 끌어안고 현재로 시선을 돌리는 인물들이 주인공이잖아
밝히지 못한 진실 때문에 망자에 대한 그리움조차 맘 편히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을 그저 살아내지.
납치 피해자의 어머니도 이재한도, 또 박해영도, 차수현도 자신이 처한 하루를 외면하지 않아
시그널이 정말 좋았던 지점은, 범죄 사실 자체를 없애는 판타지를 취하진 않았다는거야
<경기 남부 연쇄살인사건>, <대도 사건>, <홍원동 연쇄살인>, <인주 집단성폭행>과 같은 에피소드에서 무전은 무조건 범죄 이후에 시작됐고.
결국 범죄 없는 세상은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선에서 드라마를 끌고가고 있는거야.
물론 이재한의 노력으로 다른 피해자가 살아나긴 하지만 이 역시 다른 피해자의 발생하는 나비효과로
무전 연결 이전과 이후 생존자는 없었던것만 봐도 알 수 있어
(드라마 상에서 홍원동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살아나지만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등장하지 않았지,
다만, 박해영의 대사처럼 "어떤 결과"가 발생했으리란 건 자명한 사실)
그러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 속 세상에서 이상하게도 이재한과 박해영의 현실 밀도는 높아진다
바로 무전을 통해서. 무전이 시작된 이후 박해영의 세상은 달라졌다.
경찰을 원망하면서만 살았던 박해영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발로 뛰며 이재한과 소통하기 시작하고
이재한 역시 자신의 모든 사리사욕을 내려놓고 오로지 진실에 몸을 던지지
형사 월급으론 어림도 없을 것 같은 큰 집과 좋은 차, 승승장구할 수 있는 미래를 거머쥔 김범주(장현성)와는 정반대의 삶을 택한거
그리고 혼자 깨끗한게, 철저히 외로운, 완전히 고통스러운 미래를 맞이.. 후 짠내 퍽
고로 무전이 만들어낸 판타지는 두 인물과, 이재한의 닮은꼴인 차수현이라 생각
발로 뛰는 만큼, 고민하는 만큼 미래는 달라진다는 단순한 명제를 실천하는 형사들의 존재 자체란 거지.
물론 이들도 흔들린다.
박해영은 사람들의 미래가 제멋대로 바뀌자 이재한의 신상정보를 찢어내고 무전기를 내다 버렸고
이재한은 오경태의 딸이 사고로 죽자 무전이 시작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울고..
이들의 시간 밀도가 다소 성글어지는건 다름 아닌 빼앗긴 '시간주권' 때문이야
무슨 학자의 말이지만 여튼 이건 경찰이나 정부에서 의사결정의 시기를 통제하는걸 말해.
예를 들면 압수수색 시간을 맘대로 바꾼다던가, 수사 시기를 조정한다거나.. 문제는 이 시간주권이 다수의 권력에 집중되어있단거야.
이재한을 지지해주던 수사반장은 외압을 받고 밀려나고, 새로 온 반장 김범주 차수현이 납치되는 상황에서도 사건을 빨리 종결하라고 명령하잖아
용의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빼돌린 것도 대표적인 사례. 증거수집은 시간확보가 생명이고, 사건해결 역시 그러한데도 마음 먹고 시간을 뒤흔들면
아무리 열심히 살겠다 다짐한 형사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그래서 이재한의 "끝까지 간다"는 결심이 사람들을 울린거라고 봐.
그냥 자신을 던지겠다는 의미잖아. 인간 이재한이 아니라 형사로서의 자신만 남겨두겠단거지.
자신에게 배당된 시간주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통해 다시 되찾아오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물론 앞으로 형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된 박해영과, 그를 지지하는 차수현이 이재한을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지난 시간여행에서 이재한이 박해영이 설득했음에도 병원에 간 건 결국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무전이 89년으로 다시 연결된 건 이재한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게 자신의 소망이었던 이재한의 간절함을 들어주기 위한 게 아닐까.
(물론 재한이 살려줘라..살려줘!!!)
홍원동이야. 재한이 살려줘라 살려줘2222
이글 다받는다 재하니가 부활하길 간절히 바라지만 증거를 남기고 결국 죽을듯ㅠㅠㅠㅠㅠㅠ하 미치겠네ㅠㅠ
홍원동 수정 ㅇㅇ 감ㅅㅏ
좋네. 개추 후감상
나는 누구 한 사람의 특정된 간절함보단 무전의 시작은 이재한이고 무전을 이어주는건 박해영이고 그 무전의 끝지점은 차수현으로 이 셋의 간절함으로 무전이 되었다고 봄
ㅜㅜ 나도 간절함의 대상이 이재한한테는 자기자신의 억울함을 풀거나 자기가 살게 해달라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권력에 의해 희생된 해영이 가족이 행복해지는거라고 봄 ㅜㅜ 그래서 이재한이 살아나는 엔딩에 대해 가능할까..ㅡ싶은 맘이 크다 ㅜㅜ
난 세사람의 무전에 간절함의 시작이 다다르다고 생각해서 재한인 원글동의고 해영인 형누명과 죽음의 진실여기까진 재한이가 죽더라도 해결가능 근데 수현이의 간절함은 소중한사람을 지키는것에서 시작이기때문에 재한이가 살수 있다고본다
죽음앞에서는 스토리에 밀도가높아진다는말 공감... 그걸 억지로 짜내는것이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청자도 따라 공감하게만들어서 좋다
조용히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