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건을 이렇게까지 흑역사화하는 게 옳은 지는 고민해봐야할 문제라고 본다. 나는 이런 식의 흑역사화는 오히려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생각하는 입장이다.


사실 호건은 공식적인 장소에서 결코 흑인 혐오 발언/행동을 하지 않았음. 병크긴하지만, 오죽하면 다른 흑인이(누구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내가 만난 헐크 호건은 결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옹호를 하기도 했었지. 그 전까지 딱히 "흑인 레슬러와 경기하는 건 불쾌하다"거나 하는 식의, 흑인 혐오 발언 혹은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없었고.


이랬던 호건이 흑인 혐오발언이 공개된 건, 다름 아닌 그의 섹스 테이프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이 섹스의 순간이라는 건 인간의 사적인 생활중에서도 가장 사적인 부분의 하나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헐크 호건의 해당 발언은 그와 섹스한 여자만이 알 수 있어야 하는 거겠지. 호건 역시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을 한거고.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그 상황과 발언을 알고 있는 건, 우리가 헐크 호건을 섹스 테이프를 통해 감시했기 때문이다. 과연 헐크 호건 스스로가 공개하지 않은, 그리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공개되지도 않았을 그의 발언을 가지고 헐크 호건을 단죄하는 게 옳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어떤 정상적인 사회도, "나는 흑인이 싫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비판의 대상이 될 때는, 직접적으로 흑인에 대한 위해를 가하거나 그런 혐오 발언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다. 당연하다. 누군가가 그런 발언/행동을 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며, 전자를 검증해내기 위해 개인을 감시해서는 안되니까. 그렇기에, 전자를 이유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건 1984의 '당'이나 현실의 막장 전체주의 국가들에서나 하는 짓이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야, 헐크 호건도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게 맞다. 그러나, 우리가 그의 발언을 알게 된 경위는 실상 1984의 '당'이 위험분자들을 색출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호건이 "인종 차별 발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라고 비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차별철폐는 분명히 위대하고 중요한 구호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이유로 개인의 가장 내밀한 부분까지 우리가 단죄하고 신경쓸 수 있는 지는, 분명히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