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정유경 작가 팬이라서

(최고다 이순신 때는 덕분에 스크래치 좀 받았다만;;

그닥 이성적이지 못해 그런지 한번 좋아한 사람에 대해선 객관적 판단이 잘 안된다.

웹에서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만 피디와의 궁합도 중요하고 특히 긴 호흡의 연속극 쓸때는 무리수 남발하는 듯,)

기대감으로 시작한 결계였다.

이서진도 유이도 배우로서 그닥 안 좋아한,

'다모'에서의 연기는 좀 좋아했지만,

김진민 감독과의 호흡도 기대감을 높인건 사실.

(헐, 딱 보기에 작품이다 싶었던 정하연 작가의 '달콤한인생'도 완벽한 정주행을 못했더랬다.

일본 훗카이도에서 찍은 초반부만으로도 근사하긴 했지만,)

 

솔직히 한동안은 이 드라마도 좀 띄엄띄엄 본 모양이었다.

기대에 비해 그냥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고,

다만 좀 절제된

사건의 비중이 적은 흐름이 좋았을 뿐,

 

12회까지 오니

무심코 지나갔던 장면들에도

좀 할말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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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고양이로소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고양이로소이다."

물론 박연선 작가의 '얼렁뚱땅 흥신소' 같은

스릴러 소동극은 아니었지만,

이 고양이는 훗날

세 가족의 매개체 혹은 상징물이 되죠.

두 모녀가 떠나고 난 후

홀로 남아 고양이의 집을 살피던 지훈이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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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가치관과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

하지만 덕분에 알게된 병마

 

 

우연한, 기분나쁠 수도 있는 교통사고.

처음에 지훈은 이 모녀를 꽃뱀으로 오해했었다.

법적으로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 관계

혹은 사기가 의심되는 관계.

그것은 스스로의 불신과

상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

흥미로운 것은

덕분에

혜수와 지훈의 결혼계약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 사고가 아니엇다면

헤수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병을 몰랐을 지도 몰랐을테니 말이다.

그 삶의 무게와 중력에 치여서,

그렇다면 덕분에 알앗으니 덕분에 해피엔딩인 걸까,

그건 다음 이야기가 제동을 걸기도 한다.

그들을 이어준 레스토랑의 이름

프라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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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프라미스(promise)는 '약속'이다.

물론 12회의 엔딩을 장식한

'내가 당신 꼭 살릴께'도 약속이지만 

(지훈과 은성 사이에 오간

'우리 엄마 옆에 오래 오래 있어줘야 돼요.'도 분명 약속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은 남은 자들이 지켜주어야 할 무엇으로

들리기도 한다.

과연 세 가족(지훈의 어머니나 헤수의 시어머니를 생각하면 그 이상의)이

남을 것인가

아니면 피가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딸만이 남을 것인가,

 

그저 상대에 대한 의무의 이행으로 충분한 결혼계약

하지만 이 장면에 이르러

지훈은 그 합리와 계산 너머의

마음을 주고 받아 버린다.

그 버릇없는 꼬마 앞에서 부끄러운 어른이 되며

두 모녀에게 필요에 의해 내어준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싶어지며

그제사 자신이 외로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럴듯한 스펙이나 근사한 외제차,값비싼 선물이 아니라도

나를 보면 웃어주는 사람과

나를 향해 열리는 문

이래저래 한번도 제대로 돈 가족을 가져본 적 없던

이 남자.

(호불호는 갈렷을 지 모르지만

이서진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은

그런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무례한 사람이

어느 순간 느끼는 외로움과 거기서 오는 변화를

와닿게 보여주었다는 것.)

 

'계약'은 인간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또한 냉정할 수만은 없는 존재기에.

그 이상의 '약속'이 되기도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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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싶어지는 이유들

그리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야기

 

 

'사모님도 사실 살고 싶으시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리고 사모님이 사셔야 저도 살아요.

우리 같이 살아요.'

죽음을 예약해 둔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억울할 것이다.

내가 종내 살아온 헛것이었던 삶 때문에 억울해서 살아야 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 강아지 그 어린 생명 때문에 살아야 한다.

(이건 김지우 작가의 '기억'에서

아버지가 어린 딸을 부르는 애칭이다.)

그러고 보면 사모님만이 아니라

혜수 스스로도 은성이가 꼭 아니라도 얼마나 억울했을 것인가,

이대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

그녀가 만들어준 먹을만한 죽 한사발은

또 사모님을 살고싶게 한다.

그리고 그게 사람이다.

 

그 맛난 음식은

제 아들의 허망한 죽음이

믿어지지 않고 분한 어머니의 마음도

잠시 위로한다.

어쩌면 아들과 동시에 그 녀석만 보고 살던 내가

갑자기 갈길을 잃어서 분해서 그런 것이다만

생각하면 며늘아인들 아니 그랬겠는가,

허망하고 분하고 미안하며

갈길을 순간 잃지 않았겠냐 말이다.

 

이 드라마의 악역은 마냥 모질어지지 못한다.

혜수의 시모도

지훈의 양모인 사모님도,

어쩌면 이 제작진이

그런 인간의 마음을 읻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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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이야기에 자신만 있다면

카메라가 먼저 울고 웃지 않을 것

그리고 김소진의 연기.

 

 

보는 이의 누선을 자극하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꼭 배우가 격한 말들을 쏟아내며 오열하고

카메라는 그를 클로즈업할 필요는 없다,

강한 자극이 목적이 아니라

그런 사람의 이야기 그런 사연과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면

적어도 그렇다.

 

혜수의 병에 대해

네일샵을 하며 그 모녀를 거들던 친구가 알게되는 장면에서

카메라와 배우는 결코 오버하지 않지만

아는 사람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 속에 더한 슬픔이 들여다 보이는 것을,

사람이 스스로의 감정을 내보이고 표현하는 방식은

또한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하정우의 연기와 현실에 대한 고발이

저예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던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주인공의 전처였던 사회부 기자로 나왔던 연기를 기억하는

김소진의 연기도 좋았더랬다.

어느 변두리 네일아트샵의 여주인 같은 스타일링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