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는 앞서가는 열차에 길을 내준다. 앞으로 나아가는 열차를 보내며 그는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최고의 열차였는데….’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기에, 오늘도 그는 걸어왔던 길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선로를 힘차게 달린다.

2016년 3월 22일 채태인이 넥센으로 떠난 지 24일이 지났다. '삼성'이라는 걸어온 길을 뒤로한 채 넥센에서 ‘남은 야구 인생’이라는 선로를 달리는 채태인. MBC SPORTS+ NEWS(엠스플뉴스)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상됐던 트레이드. 그러나 정든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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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시즌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환호하는 채태인(사진=삼성)

트레이드 소식은 언제 들었나.

화요일(3월 22일) 발표가 났으니까…. 그 전날 월요일일 거다. 장태수 2군 감독님이 "1군에서 전화가 오면 1군으로 올라가고, 안 오면 계속 2군으로 있으라"고 하더라. 한동안 기다려도 전화가 없길래, 김성래 1군 수석 코치님께 전화를 해봤다. “코치님 내일 올라갈까요?” 그러니까 코치님이 말씀을 더듬으시더라. “어 그러니까….” 그때 딱 눈치 챘다.

눈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저 어디로 갑니까?” 그러니까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라. “지방입니까? 서울입니까? 보내주시려면 서울로 보내주십시오”하고 부탁드렸다. 그러니까 코치님이 구체적으로 얘기는 못 해주고, "내일이나 모레쯤 발표가 나니까 우선 2군에 있으라"고 하시더라. (고개를 갸웃하며) 오전 10시쯤인가…. 연습하고 있는데 2군 매니저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 오만 생각이 그 잠깐 사이에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전화를 받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트레이드됐다고…. 1군에 인사하고 가라고 연락이 왔다.

1군에 올라가서 인사는 잘했나.

류중일 감독님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사드리고 마지막으로 배팅 연습하고 밥 먹고 왔다(웃음).

뜻밖의 트레이드에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느 정도 트레이드될 거란 짐작은 하고 있었다. 류 감독님이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고, 트레이드와 관련해 소문도 다 났었고.

트레이드 블록에 올랐다는 말인데,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삼성 C모 선수가 트레이드 블록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C 선수를 가리켜 '내야도 볼 수 있고, 결정타를 잘 치는 선수'라고 했다. 단장님도 "삼성에 중복자원이 많아서 트레이드를 고려 중"이라 말씀하셨고. 그게 나지 누구겠나(웃음).

캠프에서 선수들이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많이 물어봤을 듯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괌 캠프에 먼저 가서 훈련하고 있었고, 그다음에 삼성 본진이 왔다. 와서 다들 하는 첫마디가 “너 어디가?” “언제 가는데?”하더라.

채태인은 넥센에서 남은 ‘야구 인생’의 선로를 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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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채태인(사진=넥센)

화제를 전환해보겠다. 넥센 첫인상은 어땠나.

모르겠다. 나 혼자 말 다했다. 넥센 선수들은 조용히 있고(웃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니까 그게 수다로 표현된 것 같더라.

이전부터 알던 넥센 선수가 누구였나.

(이)택근이 형은 고교 때부터 알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도 조금씩 알고 지냈다.

이택근이 뭐라고 하던가.

택근이 형이 "별 희한한 녀석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분위기 메이커 한 명 들어왔다고(웃음).

넥센 염경업 감독과도 면담이 있었을 텐데.

면담 때 한마디 하시더라. (자신의 다리를 툭 치며) "다리 찢지 말라"고.

다리 찢지 말라?

감독님이 나한테 오셔서 “너도 이제 서른다섯이다. 그렇게 다리 찢으면서 1루 수비하면 큰일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속으론 ‘다리 안 찢으면 나 공 못 잡는데 어쩌지…' 했다(웃음).

그래서 앞으로 다리를 찢을 건가, 말 건가.

몸만 괜찮으면 계속 찢어야 하지 않을까?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감독님한텐 비밀이다(웃음).

밖에서 보던 넥센과 안에서 보는 넥센. 어떻게 다른가.

사람을 믿게 해주는 부분이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염 감독님이 "2년 뒤 채태인이 FA인데 그때 팀에서 잡을 거면 데리고 오고, 아니면 데리고 오지 말자"고 말씀하셨다는 소릴 들었다. 결국 넥센이 날 데려왔다. 감독님이나 구단이나 날 신뢰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전 경기, 144경기 출전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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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출전이 목표인 채태인. 그는 빠르게 넥센에 녹아들고 있다(사진=넥센)

올 시즌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 경기, 144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144경기 출전이 목표인 이유라도 있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채태인의 이미지가 있다. 방망이는 곧잘 치는데, 풀타임을 뛴 적은 없는 선수다. 사실 풀타임 가까이 뛴 적은 있는데. 내 이미지가 좀 그렇다. 아프다는 이미지. 그런 이미지를 고쳐보고 싶다.

2014시즌 신생구단 NC 합류로 그해 팀당 경기 수는 128경기였다. 채태인은 그해 풀타임에 가까운 124경기를 뛰었다. 개인 성적도 괜찮아 타율 0.317, 14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전 경기 출전이 목표라면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한동안 무릎 때문에 고생한 거로 안다.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타격할 땐 별 무리가 없다. 프리배팅을 하고 있으면 코치님들이 “참 방망이 편하게 잘 치네"하고 격려해주신다.

부상 관리가 잘 된 듯해 다행이다. 실전 감각도 괜찮은지 궁금하다.

1군에서 경기한 게 한국시리즈 이후 오랜만이다. 한 5개월 정도 지나서 그런지 어휴-. 쉽지 않더라. 하지만, 지금은 감각이 돌아온 상태다. 아직 조금 부족 하긴 하지만.

어떤 부분이 부족한 거 같나.

한국시리즈 때를 제외하고, 빠른 공을 본 게 오랜만이다. 타석에 들어서니까 (손동작을 보이며) '슉'하고 공이 지나가는데 못 치겠더라(웃음). 그래서 그런지 시범경기 때 10타수 무안타였다.

채태인의 시범경기 성적은 10타수 무안타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었다. 예열된 방망이는 정규시즌부터 폭발해 4월 14일 기준 타율 0.324, 출루율 0.468을 기록하, 넥센의 1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가 ‘고척 스카이돔’이다. 적응은 잘되고 있나.

처음엔 뒤통수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웃음) 공이 지붕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면 그땐 보이지만, 잠시 지면을 봤다가 다시 위를 보면 공이 사라질 때가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잘 적응하고 있다. 한순간도 공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들어보니 스카이돔의 뜬공 수비 쉽지 않아 보인다.

내야도 쉽지 않다. 다른 구장에 비해 타구가 엄청나게 빠르다.

내야 수비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타격할 땐 어떻나.

타격할 땐 공이 잘 보인다. 큰 문제는 없다.

넥센에서 채태인을 데려온 이유로 통산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꼽았는데.

나도 들었다. BABIP가 좋다고(웃음)

채태인의 통산 BABIP는 통산 1위인 손아섭의 0.371에 이어 0.367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채태인이 프로를 뛴 기간인 07년부터 15년까지의 평균 BABIP인 0.311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이 말하는 타자의 BABIP를 결정하는 중요요소는 타구의 질, 타구의 방향, 타자의 주력 그리고 상대의 수비력이다. 상대의 수비력은 타자의 개인능력과는 관계가 없으니 제외하면, 집중적으로 볼 것은 타구의 질과 방향 그리고 타자의 주력이다. 그중 채태인의 강한 타구와 뛰어난 타구 분포도를 보고 채태인을 영입했다는 것이 넥센의 설명이다.

"삼성에서 잘 배운 야구로 넥센에서 좋은 활약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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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정신적 지주' 이택근과 채태인(사진=넥센)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길 원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넥센 소속이다.

다 지난 이야기지만, 정말로 트레이드될지 몰랐다. 그동안 삼성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삼성 코치님들께 많이 배웠는데 내가 부족해 자리에서 밀려나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구자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뜻인가.

그렇다. (구)자욱이가 나보다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 프로세계에선 변명이 필요없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고, 뒤떨어진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길을 열어준 삼성에 감사한 마음이다.

길을 열어주었다라.

만일 삼성에 남아 올 시즌을 치렀다면 풀타임으론 뛰지 못했을 거다. 그동안 가르쳐준 코치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강기웅 코치님께 감사의 인사 드린다.

삼성에 감사한 마음이 강한 것 같다. 그래도 삼성에 서운한 점은 없었나.

(농담조로) 지난해 타율 0.348, 득점권 타율 4할, 출루율 4할 이상을 기록했다.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 같은데, 연봉은 3억 3천만 원에서 3억 원으로 3천만 원이나 깎였다. 그 부분이 조금 서운했다(웃음).

삼성 선수들이 당신의 넥센행에 상당히 가슴 아파했을 거 같다.

저번에 (최)형우랑 통화했는데, 나한테 "넥센 아저씨" 이러더라. 형우 말로는 내가 트레이드 되고, 그와 관련해 인터뷰할 때 울었다는데…. 가슴이 아프다.

박동희 선배 말로는 "최형우가 그간 사랑하는 선배 채태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하더라. 당신의 넥센행으로 '마음 고생'의 부담을 덜었는지 올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

마지막으로 삼성, 넥센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삼성이 올 시즌부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멋진 구장에서 삼성 팬들과 꼭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 굉장히 아쉽다. 삼성에서 잘 배운 야구로 넥센에서 좋은 활약으로 인사드리겠다. 지금껏 응원해주신 삼성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구)자욱이가 내가 못다 한 것까지 삼성 1루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넥센팬들께는 꼭 '팀의 히어로즈(영웅)'가 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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