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6회와 이전의 누락한 몇개의 장면과 감정선들을 짚자면

4회 말미의 빗속에서 미란을 설득하던 혜수의 모습을 보면서

지훈의 태도가 좀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가볍게 볼수 없는 어떤 '삶의 절실함'입니다. '진지함'이라고 말해도 괼것 같습니다.

그 지훈의 느낌을 '어렴풋한 경외심'이라고 해도 되겠구요.

그리고 그 이유가 되는 것이 딸 은성이를 향한 사랑, 가족애라는 것을

차츰 지훈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가족이라는 것이

사람을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 은성이의 캐릭터와 연기도 중요한 작품이죠.

그리고 린아는 그를 너무도 멋지게 해냅니다.)

 

은성이는 5회 초반에

엄마와 납골당을 다녀오면서

지훈을 향한 반감을 거둘 마음을 먹습니다.

이해는 안되지만

저 외로운 엄마가 좋아하게 되었다는 아저씨.

그런 순간적일수 있는 변화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게하는 건

은성이가 어린 동시에 속깊은 아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혜수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그 변화가 그래서 착잡하기도 하죠.

그리고 정말 은성이는

조금씩 하지만 의외로 빠르게

지훈을 가족처럼 받아들입니다.

거기서 혜수가 미쳐 채워줄수 없던 어떤 결핍이 느껴져 가엾기도 했지요.

동시에 그 아이 특유의 붙임성을 포함한 사랑스러움이 담긴 것이구요.

'우리 아빠야.'하고 저를 괴롭히던 아이에게 자랑스레(?) 말할 때

이후의 지훈의 돌아와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장면도 이해가 가죠.

과정에서 은성이의 태도와 표현이 조금씩 바뀌는 디테일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혜수가 이후 은성이의 상처를 걱정해

지훈에게 주의를 부탁하는 것도 이해는 가죠.

지훈은 금새 상처받고 토라지지만

오래 가지 못합니다.

혜수가 많이 아프다는 은성의 전화에,

 

 

 

어쩌면 그 밤 시작된 혜수의 설레임

남편을 잃은 후 처음 느꼈을 어떤 위로,

지훈은 그 걱정이 사랑인 걸 과연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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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그 사람을 남편으로 착각했나봐.

사실 좀 설레더라구.'

친구 주연에게 혜수가 나중에 고백하던 그 감정은

바로 이 밤 시작된 것 같기도 합니다.

 

수술이 틀어질까 두려워

병원에서의 치료를 마다하고 돌아온 집에서

당연히 엉망인 채로 앓아누운 그녀를

(자신의 병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겠죠.)

밤새 간호하다시피 지키다 잠시 잠든 지훈을 보면서,

 

내내 혼자였을 혜수로서

거의 처음이었을 든든함이며 위로였을 그 보살핌.

그간의 외로움이 어떠했는 가를

(물론 어른 못지않은 딸 은성이가 있긴 했지만)

실감하는 시간이었을 법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혜수의 눈과

그를 보여주던 유이의 연기도

좋았던 장면이었죠,

 

그 새벽

덕분에 혜수는 모처럼 단잠을 잤겠지요.

 

지훈의 눈으로 보면

이 장면들은

어느덧 그에게 혜수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어린 시절 서툴디 서툴게 엄마를 보살피던 이후

처음이었을지 모를 안타까움과 절실함.

(그래서 조금은 과거 나윤과의 연애장면도 궁금해지기는 합니다.)

 

간접적이나마

가족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애기하던 장면

 

 

 

지훈은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혜수는 그런 그를 위로하고 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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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바닥'을 입에 담으며

돈과 그 급박한 사정을 빌미로 상대를 몰아세워

시작된 결혼계약.

 

'나 당신네 모녀 더는 이용안해.'

어느덧 지훈은 '진짜 바닥은 당신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던

혜수의 말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왜 그 계약이 그릇된 것이었는지도 깨닫죠.

당신도 나같은 그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지요.

사람 사이에 위계를 두는 많은 것들이

선을 긋고 구분을 지어 놓아도

겪어보니 그냥 '사람'이었다는 걸

'바보처럼' 난 몰랐던 겁니다.

게다가 그녀는 나보다 훨씬 나은 사라미었다는 것을,

강하고 절실하며 넓은 사람.

 

매번 혜수는 그런 지훈을 위로하며

착하게 만듭니다.

'사실 엄마를 위해 당신을 버린 거잖아요.

아무나 할수 있는 일 아니예요.'

지훈은 더 부끄러워졌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말처럼 지훈은 참 복받은 남자입니다.

 

 

무엇이 그를 웃게 만드는가

우리는 모두

은성이가 될수도, 은성이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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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게 예쁜 은성이를 보면서

지훈은 항상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너도 참 착하고 예쁜 아이였는데...'

미란의 한숨석인 탄식 너머

은성이 같을 수도 있었을 지훈의 어린 얼굴이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 갇혀 책임을 방기한 어머니와

혈육을 가업을 잇는 수단과 자신의 체면치레의 대상 정도로 여기는 듯한 아버지 사이에서

지훈이 은성이처럼 클수는 없었을 겁니다.

혜수는 지훈에게 말했었죠.

'아니 행복하게 살았어요. 할머니께 사랑 많이 받으면서,'

이제 지훈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영희도 참 좋아했다는 더 어린 모습의 혜수가 선한 느낌입니다.

 

은성이의 놀라운 매력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우리 모두 은성이처럼 자랄 수도

은성이를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해 보이지만

분명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데도

좀 슬프네요.'

그녀의 슬픔은 어느새 지훈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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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후반에서 8회 초반 사이에

혜수는 극도로 우울해 집니다.

수술은 한회장의 방해로 기약이 없어지고

자신의 몸은 말을 안듣기 시작하죠.

때마침 걸려온 시어머니 영희의 '미안하다'는 한마디는

그 눈물샘을 터뜨리고 맙니다.

(이 버스차고지에서의 긴 오열씬이

전 감정이 좋았었지만

롱테이크가 지나쳣다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에서 김진민 감독은 좋아햇던 것 같네요.

단 한 테이크로 오케이가 났다던

나레이션의 삽입이나 회상장면과의 편집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아니면 두세 개로 구도를 나누어 찍는 방법이나 말이죠, )

 

돌아오는 혜수를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지훈.

혜수는 '당연하지만 슬프다'고 하죠.

염치나 도리를 알기에 그게 나쁜 일이었다는 것을 선선히 인정하죠.

간절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이 이야기의 비극성도 보이죠.

그럴수밖에 없었던 한 엄마의 선택

그러나 이 스토리의 묘는

전형적일 수는 있지만

그 비극에서 시작해

그럼에도 따스하고 희망적인 순간들을 변화들을

설득력있게 와닿게 보여주엇다는 것이죠.

엔딩이 어떨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이 '슬프다'는 말은

퍽 담담하게 지나가지만

복합적이고 깊은 슬픔을 머금고 있습니다.

극본의 의도도 아마 그랬을 수밖에 없지요.

심지어 그 슬픔은 지훈과 미란에 대해서도 갖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당신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지훈도 알아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는 지훈의 눈에는

'자신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끝에

지훈은 미란과 혜수(와 은성)를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하지요.

앞으로 아버지의 바람대로만 살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것은 그가 혜수에게서 배운

책임이며 희생입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전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책임을 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렇게 거대한 성에 홀로 살던 야수는

벨을 만나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 여자의 슬픔

그 남자의 슬픔

그 밤 '프라미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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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의 그 선택으로 인해

혜수와 지훈의 관계는 이제 좀 선이 그어집니다.

 

당연한 거라고 여기서도 생각했을 테지만

다시 혜수는 슬퍼지죠.

거기에 어느새 싹튼 그 남자를 향한 마음이 짐작됩니다.

 

지훈은 다시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외로워지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종류의 외로움입니다.

 

그들이 따로 또 같이

한숨쉬는 그곳의 이름은 '프라미스'죠.

'약속'입니다.

 

 

 

지훈을 떠나보내는 대신

자신이 떠나기로 마음먹는 미란

그리고 버스안에서 은성이의 편지를 읽던 혜수

의도적으로 배치된 듯한 두개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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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렇게 네 아들한테까지

들러붙어서라도 살고 싶냐?

나같은면 진작에 나가 죽었다.'

전적으로 미덥지는 않지만

한회장의 말이 또 틀린 것은 아닙니다.

 

'수술 잘 받고 앞으로라도 행복하게 잘 살어.'

아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손을 붙잡은채 그 체온을 느끼며

미란은 어느새 마음 먹죠.

지훈이를 이제라도 지켜야 겠다고,

차라리 내가 떠나겠다고,

(작가는 영리하게도

이 불법계약의 함정을 그렇게 비켜가면서

오히려 미란과 그 오빠의 가족이야기를 끌어들여

흡입력을 높입니다.

두 중견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덕분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한회장은 좀 철저한 악역이 되긴 하지만

이해는 할 만 합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이나 갈등이 수습되면

다른 것이 이어지지만

자연스럽고 깔끔합니다.

 

이 이별씬과 의도적으로 배치된 듯한

입원하는 날 아침

버스에서의 혜수와 은성의 편지는

또 작은 감탄을 자아내죠.

 

엄마가 거짓말하는 줄도 모르고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어린 딸의 사랑이 담긴

앙증맞은 편지.

그 그림을 더듬는 혜수의 손길을 잡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심란하고 불안했을 혜수를 웃게 하던,

 

하지만 혜수를 기다리는 것은

덩그러니 남은 미란의 작별편지입니다.

 

그렇게 8회가 끝이 납니다.

 

멜로로도

가족이야기로도

참 섬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