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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는 넥센과의 홈 경기 시구자로 부산 연제구 출신 김중욱(30)씨를 시구자로 초청했다.

김씨는 지난 4월 인터넷커뮤니티 DC인사이드에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어린이의 눈으로 본 롯데 야구는 여러 이들의 공감을 샀다. 방송사 사정으로 예정된 중계가 취소되자 \"분통터져! 어른들은 알쏭달쏭 같아 너무 믿기 어렵다\"라고 썼다. 이 커뮤니티에서 \'분통\'은 한동안 유행어가 됐다. 김씨의 뒤를 이어 여러 사람들이 어린 시절 일기장을 공개했다. 이 일기들은 4월 19일자 일간스포츠에 소개됐다.


롯데 구단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김씨를 11일 경기 시구자로 초청했다. 김씨는 \"\'세상이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싶었다. 설렘이라는 단어로는 모자란다. 몸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받을 만큼 기뻤다\"며 구단의 연락을 받은 순간을 돌아봤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증정받았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47번이었다. 그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선수다. 강민호가 롯데에 입단한 해인 2004년, 중욱씨도 대학에 입학해 성인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김씨는 \"우리 팀 프랜차이즈 스타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마음에 더욱 응원하게 된다. 국가대표 포수가 내 공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더라.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눈이 마주친 것 같아서 가슴에 47번을 가리켰다. 강 선수도 본 것 같더라\"며 웃었다.

한 번은 밟아보고 싶은 그라운드였다. 응원하는 팀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숨 쉬는 장소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엔 최동원 동상 앞에서 기도도 했다. \'특별한 하루를 잘 보내게 해달라\'고.


하지만 어린 시절 일기장 구절처럼 롯데는 그에게 100% 만족을 주지 않았다. 하필 이날 강민호는 허리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돼 그의 시구를 받지 못했다. 시구를 멋있게 하고 싶어 투구 연습까지 했지만 사회인 야구를 하면서 다친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김씨는 \"컨트롤이 형편없었다. 평생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구 뒤에는 구단 공식 채널인 자이언츠 TV에 특별 해설위원으로 자리해 2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구단이 마련해준 테이블석에서 이날 경기를 관전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마침 김문호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리그 타격 1위를 지키고 있는 그는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 타석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중욱씨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는 \"오랜 팬이라면 김문호 선수를 보면서 흐뭇할 것이다. 비로소 \'덕수고 천재 타자\'의 진가를 드러냈다.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시구를 한 날 이겼다면 더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롯데는 2-16으로 대패했다. 리그 1위 두산에게 3연승을 거둔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김씨에겐 익숙한 일이다. 그는 \"내가 언제, 왜 롯데팬이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오랜 시간 응원해왔다. 야구를 끊으며 끊었지, 응원하는 팀을 바꿀 순 없다.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 롯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