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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는 피닉의 옆에 닉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뭐라 위로라도 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만이 최선인 것 같다. 그 때 의사가 들어왔다.


“단순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입니다.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병이지만 병을 썩히다가 더 악화된 케이스죠. 항생제를 처방했으니 곧 일어날 겁니다.”

“감사합니다.”


닉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전보다는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 말이라도 좀 걸어봐야겠다.


“피닉도 참 대단해. 아프면 약이라도 사먹지.”

“그러게 말이야. 똥고집 하고는...”


닉이 피닉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겉모습은 정말 여리고 작은 사막여우가 자고 있었다. 코를 골고 있는 건 좀 깨지만.


“약을 안 먹은 건 아닐거야.” 닉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안 먹은 게 아니라 못 먹은 거겠지.”


주디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닉을 쳐다봤다. 닉은 신세한탄 하듯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알잖아, 홍당무. 여우가 어떤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야하는지. 처음 만날 때 너가 가지고 다니던 그 스프레이만 봐도 그래.”


주디는 편견에 빠져있었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자 조금 창피해졌다.


“모든 포유류들이 모여 사는 주토피아에서, 그런 여우꺼져 스프레이 제품이 떡하니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꺼져 스프레이가 있는 동물이 또 누가 있을까?”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사실 꺼져 스프레이 제품 자체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제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하고, 잔인한 스프레이구나. 그런 걸 찬 상태에서의 첫만남 이었다니...


“여우를 위한 편의시설은 거의 없어. 특히 여우를 위한 약은 구하기 어렵지. 적어도 큰 시내에 있는 약국에서만 몇 개 팔고, 주로 병원에 찾아가야 구할 수 있지. 사실 피닉은 몰랐을 거야. 약 안 먹고 며칠 지내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약은 구하기도 힘들고, 이게 꼭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인지도 몰랐으니깐. 재수 없게도 그 바이러스가 온 몸에 퍼져 죽을 뻔 했지만.”


닉의 목소리에서 울먹임이 조금 느껴졌다. 얼굴을 쳐다보니 눈이 촉촉해지는 것이 조금 보였다. 닉의 발을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나 상처받은 모습을 감추려 했던 닉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닉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미안, 홍당무. 약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는데...”

“괜찮아, 닉.”


닉이 피닉의 발을 잡았다. 피닉은 약간의 신음소리를 내며 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아 누웠다. 피닉이 걷어 차버린 이불을 닉이 다시 덮어주면서 말했다.


“피닉은... 내게 있어 가족과 같은 여우야. 여우로서 주토피아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가르쳐준 형 같은 존재지.”

“잠깐, 형이라고? 그럼 피닉이 너보다 나이가... 나이가 많아?”

“응. 나보다 3살 위야.”


충격이다. 피닉이 닉보다 형이라니... 역시 겉모습만 보고서는 판단하면 안 된다. 그보다 피닉이 닉보다 3살 더 많다는 것은 도시생활에 더 많이 치여 봤다는 소리다. 다시금 피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고 여린 몸이지만 피닉은 다른 동물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아. 오히려 그걸 이용해먹지. 피닉은 자신의 몸을 자랑스러워 해. 어렸을 때엔 그런 피닉의 당당한 모습이 부러웠고, 그렇게 되려고 했어. 물론 지금은 내가 피닉보다 멋있어졌지만.”

“허. 어련하시겠어.”

“피닉이 성격은 저래도 속내는 부드러운 면이 있어. 어린 나를 돌봐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주토피아에서 피닉과 같이 지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였어. 그런데 그런 여우를 잃는 건 정말...”


닉이 말을 잇지 못했다. 말없이 바라봐 주는 것이 최고의 위로인 것 같다. 사실 떠오르는 말도 없다. 그저 닉과 피닉의 사이가 생각보다 깊고, 둘이 서로를 더 아낀다는 사실이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그 때, 피닉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닉...”

“피닉! 정신이 들어? 몸은 어때, 괜찮은 거 맞지?”

“닉...”


피닉이 발가락으로 이리 오라는 시늉을 했다. 닉이 얼굴을 피닉에게 가져갔다.


“그런 말 하러 온 거면 꺼져.”


주디는 얼른 발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았다. 닉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닉의 표정을 보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닉도 웃기 시작했고, 피닉의 입에도 조그마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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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피닉을 좋아하는 갤러의 만화와 여러 설정을 보고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