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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리뷰를 남깁니다.


사실 이 영화는 실체가 없습니다.

개연성도 뭣도 아닙니다. 그냥 일종의 부조리극이에요.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나오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데도 의미가 있는것처럼 몰입감을 심어주고있어요.


무명을 찾으러 들어가 요괴를 만났을 때,

곽도원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납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지 그 경계조차 모호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일본인이 악역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단지,


꿈에서 일본 요괴를 보았다.

고라니를 일본인이 파먹고 있더라.

일본인이 나쁜놈이여


이렇게 말하면서 곽도원과 관객들은

실체가 없는 소문을 믿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증거는 단 한 장면밖에 없습니다.


죽은 사람 사진과 살아있는 사람 사진,

살아있는 사람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실제로 저주를 걸고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앞서 실체가 없는 소문으로 또 다시 추측하기 시작합니다.

저주를 걸고있는거다. 일본인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실체가 없는 것을 증거라고 믿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겁니다.


이 부분은 영화 속에서도 나옵니다.

외지인이 어디사느냐 물어보려고 찾으러 갔을 때의 장면입니다.


"증거? 있지 이거 봐! 아무것도 없지?"

"에이 어떻게 그게 증거가 되요."

"증거가 될 수도 있지"


하면서 곽도원은 동료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게 정답이에요. 실체가 없는 것을 믿고 있는겁니다.

왜? 이미 일본인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믿고 있으니깐, 믿고 싶은대로 믿는장면이에요.

곽도원은 영화를 보는 관객과 같아요.


하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해봅시다.

이미 황정민이 살을 날린 대상은 '딸'이고

일본인은 '무명'이 '살'을 날린 것으로 밝혀졌죠.


만약 황정민의 굿이 성공해서 딸아이를 죽였다고해도,

결과론적으로는 곽도원도 살고, 부인도 살고, 어머니도 살아요.


무명이 절대 선이라는 존재라면, 어째서 일본인을 '살'하지 않았느냐

무명은 어째서 '살'하지 않고 절벽에서 밀어죽였느냐


어쩌면, 닭이 처음 울리기전에 곽도원이 당장 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잡았으면,

식구들이 모두 살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에 또 관객과 곽도원은

속고말아요. 그럴듯하게, 성경구절을 가져와서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어요.


마지막 부제의 장면에서 이 부분은 극대화가 되는데


부제는 그 동굴을 어떻게 알고 찾아갔느냐?

그것이 부제의 꿈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이 사람이 악마인지, 예수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


친절하게도, 감독은 악마의 얼굴로 표현해줍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거죠?

이 장면도 결국엔 실체가 없어요. 곽도원=부제=관객의 시선에서

이 사람을 악마라고 믿기때문에 악마라고 생각하게 되는겁니다.


이 부분은 감독의 말에도 나옵니다.

영화 내에서 의심과 믿음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2시간동안 보여드렸다. 그리고 이삼이가 동굴로 들어가서 외지인의 모습과 언행을 보고 그를 악마로 여길지 아니면 악마의 모습을 한 메시아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므로써 관객들에게 의심할 것인가? 믿을 것인가?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굉장히 섬세하게 편집했고 장르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체험의 극대화를 위한 부분(동굴 부분을 신화적인 느낌으로 만든 이유)으로 그 순간부턴 본 스토리와 다른 서브스토리에 가까운 이야기다.


일본인이 실제로 죽었는지 다시 살아났는지 그것도 모호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부조리극입니다.

마치 실체가 불분명한 고도가 있다고 믿으며

관객들도 똑같이 허상일 뿐인 고도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일광? 무명? 외지인?


일광이 딸 아이를 죽여서 얻는 이득은 무엇입니까?

일광이 외지인의 편이라면 딸 아이를 왜 죽이죠?

딸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은 식구를 죽이는 일인데요.


무명은 왜 집으로 가지말라고 했을까요.

결계를 쳐두어서? 하지만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식구는 죽었어요.

닭이 세번 울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벌어진 일이 뒤바뀌나요?


외지인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근거가 무엇인가요?

단지 끝에 외지인이 악마의 모습을 하고있기때문에?

악마라고 믿고싶어서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무명이 정말 악이고 외지인과 일광은 그것을 막기 위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마지막의 장면에서 결론을 내리죠.

외지인은 나쁜 사람이였고 황정민도 한 패였다. 나쁜놈들이구나.


그런데 악마의 형상을 한 메시아로 믿는다면 무명이 나쁜사람이고,

일광이 계속해서 딸에게 가보라 한 것은, 살인을 막기 위함이였고

일광이 겁에 질려서 돌아가는 것도, 다시 막은 것은 외지인이였겠죠.


결국엔 사람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믿고 싶은대로 믿는겁니다.

한 가지 재밌는 질문을 해볼까요?


앞선 모든 장면을 제외하고 황정민이 사진을 찍는 그 '행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그것은 악인이 하는 일인지, 선인이 하는 일인지 판단 할 수 있나요?

애초부터 왜 황정민이 악역이라고 생각했나요?

실체가 없는 소문을 믿고 있기 때문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