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2ebcc4&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66a5581033cfe6343d6a089813e4eeeaa9a853df8dd0cccc74e4ccf09434d2c6fda2717d27b9fb1513b9e1001bd799ca5a0df1033e2d01232364104




외할머니는 시골에 계실때 여러 동물들을 키워보셨는데, 그 중에 고양이도 물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키웠다기보다 꼬박 밥을 챙겨줬다고 하는 게 맞지만 그 시골고양이가 밥주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매일 할머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엄마의 증언이 있었으니 할머니는 짬밥으로 짬타이거를 연성하신셈이다.

할머니는 콩이를 데려왔을때 안그런척 하시면서 꽤 관심을 보이셨는데, 맨날 방울달린 쥐 낚시대로 콩이랑 놀아주거나 심심하실때마다 말을 걸거나 하셔서인지 성묘가 된 지금도 콩이는 다른건 안해도 할머니가 하지말라는건 꼭 지켜주곤 하는 나름 효녀고양이로 성장했다. 예를들어 콩이가 할머니 방 장롱 위에 올라가면 할머니가 항상 '거기 올리가면 안돼. 착하지. 내리온나~' 하고 말씀하시고 그럼 콩이는 그걸 듣고 할머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으레 다른 방으로 가고는 한다. 그러니 할머니가 콩이를 예뻐할 수밖에.
(정작 밥챙겨주는 우리 말은 쥐똥만큼도 안들으면서...개같은...아니 고양이같은...)


다만 할머니가 항상 '야는 다 조은데 털이 막 날려싸서 그게 흠이다!'라고 말씀하시는만큼 털날림은 할머니와 고양이 사이를 갈라놓는 홍해바다였는데, 콩깍지의 기적으로 홍해바다를 잠시 갈라놓을수는 있지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리의 등장은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겐 귀여운 아기고양이의 입양이었지만 할머니 눈에는 그저 '불어난 털뭉치'에 가까웠던것이다.



viewimage.php?id=2ebcc4&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66a5581033cfe6343d6a089813e4eeeaa9a853df8dd0ccc904b19d8d2e29ed06c836090971cb1345d6b108adad868d0f1837d08a3b72f218c40da5d




보리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무적의 캣초딩이 되자 콩이에게 장난을 건다고 다양한 레슬링 기술을 선보이게 됐는데, 뒤에서 덮쳐서 목덜미 물기, 배를 붙잡고 뒷발로 갈기기, 매달려서 꼬리 씹어먹기, 뛰어올라서 등에 업히기 등등 보리에게 장난일지언정 보고있는 우리 가족에게서 '콩이 불쌍해...'가 절로 나오는 강력한 프로레슬링 기술을 사용했으니 콩이를 아끼던 할머니 눈에는 보리가 그렇게 아니꼬울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보리는 온 집안을 우다다 뛰어다니면서 오만데에 털을 뿜고, 캣중딩이 될때까지 쉬야만 못가려서 이불에 쉬하기를 몇번이나 하고, 반은 길고양이 출신이라 그런지 식탐이 엄청 많아 콩이 먹을 것까지 뺏어먹는 경우가 많아서 콩이가 최애캐인 할머니에게 보리는 '털 더럽게 많이 날리는 놈', '콩이 밥 뺏어먹는 놈', '콩이 괴롭히는 놈', '이불에 오줌싸는 놈' 정도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항상 '큰거(콩이)는 집고양이 종자라 말을 잘듣는데 저거(보리)는 도둑고양이 종자라 말도 안듣고 털이 날려싸서 미아죽겠다!' 하시면서 보리만 보시면 혼을 내거나 꿀밤을 꽁 주시기 때문에 보리가 할머니만 보면 와앙!하면서 도망가기 바쁜 것이다. 지금도 보리를 안고있으면 가만히 안겨있다가도 할머니 방에만 들어가면 와아앙! 와아아앙! 갸앙! 하면서 울고, 할머니 얼굴을 보여주면 할머니는 아직 아무것도 안했음에도 꺄앙!! 하면서 풀쩍 뛰어 도망을 간다.



viewimage.php?id=2ebcc4&no=29bcc427b38577a16fb3dab004c86b6fb8c469a51a466a5581033cfe6343d6a089813e4eeeaa9a853df8dd0cccc54d4e824428f32546beb19a14fe374590271049f0fe7c9cd70adf94e9ca40a810b36172




한번은 엄마랑 할머니가 외출했을때 내가 할머니 방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쭈뼛쭈뼛 보리가 다가와 할머니가 없는 걸 확인하고 내가 덮은 이불 안으로 쏙 들어와서 같이 누워있다가 할머니가 돌아오시자마자 내가 깜짝 놀라서 긴급탈출했는데, 내가 나가면 같이 나올 줄 알았던 보리가 전기장판에 홀렸는지 이불 속에 계속 들어앉아있는 것이다. 내가 거실에서 할머니 방을 보고 실없이 웃으면서 '지금 할머니 침대에 보리있어' 하니까 엄마랑 할머니가 방에 들어와서 이불을 확 걷었는데, 이불이 걷히자마자 할머니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보리가 침대커버가 벗겨질만큼 빠르게 도약해서 도망가버린적도 있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간다는 표현이 이럴때 쓰이는 것 같다.


그래도 어제 들은바로는 요즘 집에 아무도 없을땐 보리가 할머니 옆에 가거나 할머니를 따라다닌다고 하고, 할머니도 미운정이 들었는지 오뎅꼬치나 쥐돌이로 보리랑 같이 놀기도 하신다.



세줄요약
1. 보리가 콩이 밥 뺏어먹다 할머니한테 찍힘
2. 할머니만 보면 포식자를 만난 초식동물마냥 영혼의탈주
3. 지도 맹수면서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