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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는 고양이 콩이(2세/무직))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좋아한다던데 시꺼먼 콩이는 영맛살...아니 역마살이 끼었는지 어릴때부터 틈만나면 밖에 나가고싶다고 현관문을 벅벅 긁어대는 취미가 있었다.

사실 콩이가 나가고 싶어하는 '밖'은 저 넓은 세상밖이 아니라 대개 우리집 옥상인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바깥동네와 달리 옥상은 아늑하고 조용한데다 참새나 까치를 방충망 너머 화질구지 영상이 아닌 아이맥스로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족들 중 누군가 외출하려는 낌새가 보이기만 해도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와앙!하면서 발바닥으로 현관문을 밀며 빨리 문열어라 1묘 시위를 하곤 하지만 문을 열어준다한들 옥상으로 곱게 올라가지않고 계단참에 뒹굴며 먼지샤워를 하는 콩이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내보내주고싶지 않은게 사실이다. (질병 문제도 있으나 보통 옥상나들이 후 콩이 목욕은 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매우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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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무더운 작년 여름, 엄마에게 온 한 통의 카톡으로 시작된다. 콩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던 콩이는 장롱 안에서 퍼질러져 자다가 방울달린 쥐낚싯대 흔드는 소리를 듣고 불꽃처럼 뛰쳐나와 수사가 종결되었기 때문에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지만 엄마는 집안 전체를 모두 수색하고 낚싯대를 수십번 흔들었음에도 콩이가 나오지 않아 나에게 카톡을 보냈던것이다.

우리집 현관은 번호키가 아니어서 가끔 문이 덜 닫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나간거 아냐? 현관은 닫혀있었어?"하고 물으니 "닫혀있었지 창문도 다 멀쩡하고. 어딜 간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아니 이 놈이 무슨 프로탈옥러도 아니고 고양이 발바닥가지고 무슨 재주로 밖을 나갔단 말인가?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갈즈음 내 머릿속을 번개같이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동생)가 아침에 문 덜 닫고 나가서 콩이 탈출하고 할머니가 뒤늦게 문 닫은거 아니야?" 설마가 고양이 잡는다더니 예상이 맞았다. 할머니가 아침에 화장실가다 현관이 열려있길래 닫았다는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되는거 한순간이라더니 이 더운날 밖에 나가서 일사병이라도 걸리면 어쩌지? 동네 길고양이들이랑 싸워서 어디 다쳤으면? 차나 오토바이에 치이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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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가 나갔다는 확신을 하자마자 엄마가 옥상으로 달려가봤지만 콩이는 없었다. 아마 옥상에서 실컷 놀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으리라. 엄마가 낚싯대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콩아 콩아 불러봐도 콩이는 나오지 않았고, 난 마음속으로 무사히만 발견되라고 빌었다.

약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엄마에게서 "찾았다!"라는 카톡이 왔다. "어디있었어?"라고 물어보니 엄마는 "옆집 담벼락에서 옆집 개 쳐다보고 있어." 라고 했다. 뭐?

알고보니 더위에 약한 엄마가 동네를 몇바퀴를 돌아도 콩이가 안보여 잠깐 쉬러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옆집 개가 미친듯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 창문가에서 콩아!! 하고 부르자 담벼락에서 엄마를 쳐다보며 앙?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다급히 달려나가보니 안잡히려고 옥상을 향해 쌩 달려가길래 일단 다른데 못 가게 옥상 문을 닫아놨다고 했다. "아우 힘들어! 더워 죽는줄 알았어. 콩이 저 나쁜씨끼. ♡♡(동생)오면 데려다가 목욕 시켜야겠어. ♡♡도 오면 죽었어. 문 좀 잘 닫고 다니지."

그렇게 탈주범이 되어 집안을 발칵 뒤집어둔 콩이는 탈주한지 반나절만에 검거되었고, 그 후로 나를 비롯한 우리집 식구들은 문 제대로 닫았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그 후로 콩이의 탈주는 없었고 대신 옥상나들이 횟수를 달에 한두번으로 제한해서 콩이의 욕구를 풀어주고 있다. 물론 감시와 목욕은 내 몫이다. 젠장.



세줄요약
1. 옥상성애자 콩이가 집안 반대를 뿌리치고 탈주
2. 옆집 멍멍이의 제보로 탈주범 검거
3. 안전냥회 이룩하려 닫힌문도 다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