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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시아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평생 먹을 요리 정하라면 씹거품인 프랑스 요리는 한큐에 거르고 중국 인도 태국 셋 중에서 고민할 정도로.

그래서 예전에 커리를 해먹는답시고 이태원 아시안 푸드 마켓에서 향신료를 사왔다. 그래서 치킨 띠까 마쌀라 커리를 해먹고(기음갤 뒤져보면 토사물짤 나옴) 방치해뒀다.

그리고 그대로 입대해버려서 향신료는 결국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다행인 점은 어머니께서 밀봉해서 냉동실에 보관해두셨다. 가끔 돼지고기 삶을 때 잡내 없애려고 쓰셨다고 한다... 하튼 얼마 전에 초소에 앉아있다가 후임하고 휴가 나가서 뭐 먹을지 이야기하다 커리가 땡겼다. 요오시! 휴가 첫끼는 커리다!


알루고비는 인도에서 가정식으로 많이 먹는다. 알루가 감자, 고비는 컬리플라워다. 채소만 들어가기 때문에 채식주의 핫산들의 소울푸드라고 봐도 된다. 팔락 파니르(시금치 커리)는 치즈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끔 엄근진한 채식주의자들은 못 먹는 반면 이건 유제품을 넣지 않아도 되므로 모두가 즐길 수 있다. 그럼 조리법을 설명하겠다.


재료: 양파2, 토마토3, 마늘 6조각, 감자 4~5개, 컬리플라워 4송이, 다진생강(or 가루), 커민 씨드or파우더, 칠리 파우더(없으면 고춧가루), 코리앤더 파우더, 터머릭(강황) 파우더, 가람 마살라, 클로브(정향) 파우더, 요거트 or 생크림(취향)


1. 팬에 기름을 존나 두르고 양파를 잘게 다져 볶는다. 양파는 단맛을 내주는 중요한 재료이니 존나 많이 넣는다. 중불에서 타지 않게 주걱으로 휘두르며 볶다가 약불로 바꿔서 잠시 방치해둔다. 양파가 단맛이 나려면 좀 걸리니까 이때 짬을 내서 감자와 컬리플라워를 먹기 좋게 썰고 향신료를 섞고 토마토를 갈아둔다.


2. 양파가 조금 익었다 싶으면 커민 씨드를 넣고 볶는다. 씨드가 아닌 파우더라면 스킵하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는다.


3. 양파가 투명해지고 단맛이 난다 싶으면 향신료 믹스를 넣는다. 비율은 고춧가루 2, 터머릭 2, 그리고 코리앤더, 가람 마살라, 클로브 1이다. 참고로 단위는 밥숟가락. 기호에 따라 더 많이 넣어도 된다. 원래 동남아 음식이 자극적인 게 당연한 거다.


4. 향신료 믹스가 풀어지도록 물을 종이컵 반 정도 넣고 감자를 투하해 볶는다. 강불로 한 2~3분 볶다가 컬리플라워를 넣고 같이 볶는다.


5. 이제 불을 다시 중불로 낮추고 갈아둔 토마토 퓌레를 넣는다. 그리고 요거트나 생크림을 기호에 따라 살짝 넣는다. 요거트는 부드럽고 새콤한 맛을, 생크림은 향신료의 맛을 조련해준다. 없애는 게 아니라 혀를 씹창내는 강렬한 향신료를 조금 중화시켜서 오히려 더 잘 느껴지게 조련해주는 것이다.


6. 이제 졸이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없다면 강불에서 타지 않게 저으면서 빨리 끓이고, 귀찮으면 약불에 넣고 영화나 보다 오면 된다. 소금이나 설탕 등 조마료는 이 단계에서 맞춰주면 된다. 최종적으로 살짝 달착지근하고 새콤하면서, 향신료가 혀를 얼얼하게 능욕하는 정도면 딱 좋다.


7. 밥 혹은 빵과 곁들여 먹는다.


나 같은 경우엔 양파가 적어서 단맛이 안 났다... 그래서 화급히 올리고당을 좀 추가하고 요거트를 넣었다. 그리고 먹어봤는데도 영 아니라서 눈 앞이 캄캄해졌는데, 알고 보니 소금이 안 들어가서 그런 거였다. 참고로 짠맛은 단맛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하여튼 결국 만들어진 결과물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근데 무슨 조화인지 약간 백세카레하고 비슷한 맛이... 그래도 걍렬한 커민와 코리앤더 향이 이국적인 맛을 내줬다. 요거트를 넣은 것도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