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를 복습하다 보면 수호가 이렇게까지 변한 게 신기해서 1회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시 4회까지 오는...

괴상한 무한루프를 타다 보니....(하아) 수호의 미세하지만 선명한(모순인데) 변화가 눈에 들어와.

보늬에 대해서는 다른 리뷰에서 기회 닿으면 하기로 하고, 보면 볼수록 제수호 인생에 심보늬 변수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고 크고 위협적이더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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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의 수호 인생은, 적어도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수호가 예측 가능한 상수로 채워져 있었어.

수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라야 부모님, 제제팩토리 직원들 그리고 량하인데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호가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일정한 방식이었다는 짐작이 들어.

아버지는 애증으로 똘똘 뭉쳐있고 어머니는 귀찮아서 대충 돈으로 퉁치고 말아.

어쨌든 부모님은 예측 가능해. 아버지가 다녀가면 내부에서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긴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진 않아.

제제팩토리 직원들이야 직원이니 감정적으로 얽힐 일 없고(윗사람 입장에서 일 못하면 다다다 할뿐)

량하는 수호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거의 유일한 인간이지. 때문에 량하가 아플 때 응급실을 지키는 성의를 보여.


그렇지만 응급실을 나와 집으로 가기 직전에도 심보늬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보늬는 수호 인생에서 도무지 어디로 튈지 짐작하기 어렵고 다루기 힘든 변수야.

카지노에서 똥물을 뒤집어 씌우더니 산업스파이였고

산업스파이인줄 알았더니 고자킥을 날리고 달아나고(알고보니 도와준 것) 

토끼탈을 쓴 이유를 알지 못하는 와중에 술 취해서 곰을 붙들고 있어서 도대체 왜 저러나 보다 생애 최대의 봉변을 당하고

차마 외면하지 못해 집까지 데려다줬더니 기습뽀뽀를 하질 않나

그랬는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던 게다가 능력까지 있는 사람이라질 않나

능력은 있다지만 왠지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봐서 불길하기 그지없어 아이디어만 사려고 했는데 실패했고

어쨌든 직원으로 겨우 채용해서 모른 척 하려 했는데 한밤중에 소복을 입고 나타나 사람 간을 떨어뜨리질 않나

그 기괴하고 이상한 여자가 갑자기 난데없이, 자길 좋아하지도 않는데 계약연애를 하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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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여자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는 것일까, 수호는 어디로 튈지 모를 이 여자가 궁금하면서도 불안하기 그지없어.

일을 제대로만 하면 그 직원이 초코바를 상자째 흡입을 하든 말든, 애가 셋인지 넷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보늬도 제대로만 하면 그만인 직원일 뿐인데 그 직원의 '개인사'가 신경쓰여 미치겠어.

수호 입장에서 보늬의 제안이 말도 안 되는 어거지이긴 하지만, 고려하지 않으려 했던 데에는,

수호의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 들어가 있어서였기 때문인 것 같아.


사실 수호는 이프 개발안이 몹시 필요하거든. 일만 생각한다면 보늬를 3개월 고용하는 게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

보늬와 얽히는 것 자체가 이프 개발보다 더 신경쓰였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보늬의 계약연애 제안도 수호에게 크게 문제가 된 것 자체가, 수호가 보늬를 신경쓰고 있다는 반증 같았어.

수호는 이 이상한 여자에게 다만 시간을 빌려주기만 하면 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나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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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가 계속 고민하는 것도 죽어가는 여자가 골라잡은 것이 '왜 하필 나인지' 쪽인 것 같거든.

적어도 응급실 앞에서 보늬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아.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데, 왜 나랑 3주 계약연애를 하자고 하는 걸까.

시한부라 인생이 딱한 건 알겠는데, 주변에 남자가 그렇게 없을까.

그럼 그때 데이트하려 했던 옆집 남자는 정말 나 때문에 잘 안될 걸까. 그래서 나한테 억하심정으로 이러나.

사실 보늬가 골라잡아 데이트 하자고 조를 대상으로 수호는 가장 어려운 대상일 거잖아.

수호도 어느 정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더더욱 궁금했겠지.

참 딱한 사정에 처해서 좀 안됐긴 하지만, 왜 하필 그 여자는 '나한테' 3주 연애를 제안할 걸까.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왜?


수호 입장에서는 이 '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보늬가 딱하다 해도

이 말도 안 되는 연애에 발을 담글 수가 없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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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응급실 앞에서 보늬와 마주치고, 타인의 아픔에도 깊이 공감하는 보늬를 보면서

수호의 내부에서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아.


사실 수호 입장에서는 신경쓰이기 그지없는 이 이상한 여자와 얽히는 게 정말 두려울 것 같거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공적으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그것도 친밀하게 얽혀야 하다니.

그래서 '왜'가 납득되지 않으면 수호는 결코 움직이지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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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응급실 앞에서 보늬를 마주치고 그 간절한 애틋함을 만나게 되면서

수호는 '왜'를 찾는 일을 포기했던 것 같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수호가 처음으로 포기하게 된 순간이랄까.

여전히 머리로는 납득이 되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수호가 (어쩌면)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고 알게 되었던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던 것 같아.


모르겠어.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데, 그냥 가슴으로 와 닿아.

이 이상한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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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마주치면서 다시 한 번 더 듣게 된 보늬의 사연은, 이성적으로 움직이려던 수호의 머리를 다시 멈추게 했을 것 같아.

그래서 수호는 더 이상 보늬한테 '왜'를 묻지 않고 그냥 고용계약을 맺자고 하는 게 아닐까.

사실 수호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휘말려 다섯 시간 총 30시간 고용계약을 추가로 맺는 이 순간까지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납득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저 보늬의 그 어떤 간절함과 그 간절함이 만들어내는 진심, 그 진심과 함께 보여지는 어떤 애틋함에 흔들렸을 뿐.

아마 제수호 인생에서 처음으로 '이성적 계약'이 아닌 '감성적 계약'을 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싶고

이건 수호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어.




밴드 씬에서 수호는 보늬와 몹시 친해보이고 찡찡거리는 어린놈이 옆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겠지만,

수호는 다시 의문에 휩싸였을 거야. 옆집 남자하고 저렇게 친해 보이는데 - 즉 옆집 남자와 관계가 끝장난 게 아닌 것 같은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연애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됐을 텐데, 왜 나이지?


그런데 보늬가, 시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게 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서, 수호는 정말 너무너무 혼란스러웠을 거야. 그럼 왜 나지? 왜 나야?

이 의문을 미처 풀기도 전에 보늬가 하룻밤을 보내자고 하는 거야.


왜 나인지 모르겠는데, 이 여자는 답을 주지 않았는데

나는 이 여자가 손 잡은 것도 미치겠고, 치한 얘기 생각나서 걱정되고, 체한 것도 신경 쓰였어.

그래서 다시 돌아오고, 약도 샀고, 못 하는 싸움도 포기하지 않고 했어.

그 와중에 집에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이끌려 들어와서 옆집 놈이랑 다정한 꼬라지를 보고 있고, 그 와중에 그게 짜증나.

내가 좋은 것도 아니라면서 시한부도 아니라면서 나하고 연애하자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내가 멋있다고 그러고 말만 예쁘게 잘 하면 100점이라 하고, 천재라는 칭찬이 아닌데 심장이 쿵 내려앉고

내가 왜 이러는지 나 스스로를 납득하기 어려워 어쩔 줄 모르겠는데

이 여자가 자자고 하네?



아마 수호는 난생 처음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 같아.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시한부도 아니라면서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