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갤 쥽쥽)
(리뷰는 리뷰일 뿐)

혜정이는 사랑에 대한 결핍이 아주 큰 상태야.
사랑의 영속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
할머니와 엄마.

두 사람은,
자신이 잡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잡을 수 없는 영역의 사람들이 되었어.

혜정이에게 '상실'이란 건,
그렇게 '두려움'인 거야.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찾을 수 없는 사랑.

자신을 향해 전적으로,
사랑을 쏟아 부은 두 사람을,
인생에서 잃은 경험은,
오히려 본능적으로,
사랑받는 것을 두렵게 만든 거지.

사랑의 '채움'에 대한 갈구가 커질 수록,
오히려 사랑을 '불신'하게 된 거야.

언젠가는 똑같이 잃어버리고 말 거라고.

그렇게 잃고 나면,
자신은 또 다시 일어서기 힘들 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할 때,
내가 사랑을 주는 만큼,
상대방에게 받지 못 할 까봐 두려워해.

내 사랑이 큰 지,
네 사랑이 큰 지,
내가 더 많이 주었는지,
네가 더 많이 주었는지,
누구의 사랑이 큰 지 재고 따지면서,
그렇게 사랑을 하기 마련이야.

그런데 혜정이는,
받기만 하는 사랑은 싫다고,
자기도 받은 만큼 주고 싶다고,
홍쌤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거부했어.

하지만,
사랑을 받는 만큼,
주겠다는 이 사랑도,
결국엔,
같은 맥락인 거야.

자신은,
홍쌤이 주는 사랑으로,
자신이 꽉 차게 '채움' 받았는데,
자신의 주는 사랑으로,
홍쌤을 꽉 차게 채울 수 없을까 봐 두려운 거야.

자신의 인생에서는 홍쌤이 첫 번째가 되었는데,
홍쌤의 인생에서는 자신이 첫 번째가 되지 않을까 봐.

자신에게 홍쌤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는데,
홍쌤에게 자신은 '없어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될 까봐.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운 거야.

홍쌤에게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는다고,
감정을 나눠주지 않는다고 화냈지만,
자기 역시 자신의 곁을 완전히 내어 주지는 않았어.

혼자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혼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을 스스로 꽉 끌어안기만 했을 뿐이야.

할머니 숙제를 함께 풀자는 홍쌤에게,
자신의 숙제라며 단호하게 못 박는 혜정이는,
처절하게 두려운 거야.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13년처럼,
다시 잃을까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록,
자신의 문제로만 한정시키는 거야.

홍쌤이 자꾸 자기한테 주기만 한다면,
오히려 내가 여자로 다가갈 수 없다고,
다그치며,
변하라고 하지만,
결국 변하지 못한 건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였어.

여전히 내 자신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꽉 찬 상태.

사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걸음 더 홍쌤에게 다가가지 못 하고,
자신 또한 제자리에서,
자기방어를 하고 있었던 거지.

결국엔,
사랑 때문에 상처 받지 않겠다는,
몸부림.

그런데,
홍쌤의 아버지가 돌아가셔.

혜정은,
단 한 명의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그 '슬픔'은,
홍쌤이 먼저 슬프다고 손 내밀지 않아도,
자신이 모두 감싸 안을 수 있는 '슬픔'이라는 것도.

그제서야,
깨달은 거야.

지금 힘들고,
지금 아프다고,
자신에게 손 내밀지 않아도,
자신이 먼저 '위로' 할 수 있다는 걸.

누가 사랑을 주고,
누가 사랑을 받았는지,
따지는 것조차,
결국엔 계산적인 사랑이란 걸.

홍쌤과의 사랑에 '화'가 났던 건,
결국엔 '내'가 중요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내가 상처 받을까봐,
내가 버림 받을까봐 생긴 두려움.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내가 버림 받지 않기 위해,
나를 대신해 당신이 변해달라는,
애절한 외침.

하지만,
완전히 혼자가 된 홍쌤 앞에,
그 어떤 계산도 필요하지 않게 된 거야.

내가 받게 될지 모르는 상처보다,
홍쌤이 지금 받은 상처가 훨씬 크니까.

그 상처를 완전히 감싸 안아주고 싶은 마음,
보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니까.

그런 홍쌤을 위해,
자신이 먼저 변하기로 마음 먹어.

스스로 보호하는 게 맞다고,
스스로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혜정은 홍쌤을 향해,
이젠 '보호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주는 거야.

내 인생에,
먼저 들어와도 괜찮다고.

조수지 보호자 때문에,
어떤 위험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병실에,
자기가 가겠다는 생각을 꺾고,
홍쌤의 보호를 받아들여.

자신의 집까지 가는 것을 바라봐 준다는 홍쌤에게,
먼저 가라고 했던 전과 달리,
먼저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야.

혜정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곁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게 된 거야.

자신을 먼저 보호해달라는 혜정이를 통해,
홍쌤은,
'아버지의 상실'을,
그렇게 '채움' 받으며 위로 받는 거지.

혜정이는 '나'를 위한 사랑이 아닌,
'상대방'을 위한 사랑을 시작한 거야.

혜정이는,
아버지를 잃은 홍쌤이,
웃고 있다고,
그 안에 슬픔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3년이 지났어도,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리니까.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도 아픈,
홍쌤을 향해,
혜정이는,
온 마음 다해 안아주는 거야.

홍쌤이 자신을 지켜주려는 마음처럼,
자신 또한 홍쌤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을 다해.

이 세상에 나도,
당신도,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지금 이렇게 함께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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